'언터쳐블 1%의 우정'의 감독과 배우가 다시 만났다는 소식을 듣고 앞뒤 안 따지고 꼭 보겠다 결심했던 영화, '웰컴 삼바'입니다. 특히  '언터쳐블'에서  전신 불구 필립에게 제대로 파티 즐기는 법을 가르쳐 주겠다며 긴 다리 긴 팔 뽐내며 춤추는 배우 오마 사이의 모습에 반한 터라, 그에 대한 호감도는 한층 높아진 상태였는데요. 저와 같은 팬층을 노린 것인지 '웰범 삼바' 포스터 역시 '너무 다른 우리 친구가 될 수 있을까요?'라는 문구로, 또 하나의 특별한 우정이 펼쳐지리라는 기대감을 갖게 합니다.

   우정 아닌 가슴 졸이는 삶의 이야기 

   하지만 솔직하게 얘기하자면 '웰컴 삼바'는 '언터쳐블 1%의 우정'과는 엄연히 노선이 다른 영화였어요. '언터쳐블 1%의 우정'이 불우한 환경 속에서도 결코 좌절하지 않는 낙천적인 성격에 장애인에 대한 편견 따윈 아예 탑재된 적 없는 순수한 청년을 통해 삶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한다는 다소 동화적인 이야기를 그렸다면, '웰컴 삼바'는 상대적으로 현실적입니다.  아무리 초긍정주의 성격의 삼바라 해도 산 넘어 산, 고난에 고난이 거듭되는 현실은 다소 미화됐더라도 무거운 게 사실인데요. 신분도 환경도 다른 두 사람이 만난다는 설정을 비슷하지만, 영화는 '우정'이냐 '사랑'이냐에 집착하지 않습니다. 강도를 잡았지만 불법 체류자라는 이유로 경찰이 오기 전에 도망쳐야 하는 가련한 신세, 그리고 일자리를 얻기 위해 다른 이의 이름을 돌려가며 써야 하는 불안한 삶을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기본적으로 심성이 착하기는 하지만 삼바를 온전히 결점 하나 없는 착한 사람으로 그리지도 않는데요. 한 순간의 감정에 휩싸여 친구를 배신하고 후회하는 어설픈 사람이기에 그것은 썩 개운치 않은 결말로 이어집니다. 영화의 결말이 사회적인 법 질서 안에서 용인될 수 없음은 분명한데요. 또한 윤리적으로도 논란의 여지는 충분하죠. 그렇지만 '자신을 기억해 줄 수 있냐'는 그의 물음에 '사랑이나 꿈따윈 X나 줘버려' 혹은 '이게 네 인생이야'라고 대답할 수 있을까요?

   겁에 질린 듯하면서도 간절한 눈빛을 본 사람이라면 주저없이 삼바를 비난하기는 어려울 듯한데요. 각자 다른 이유로 자신을 잃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격려하는 영화, 우리나라 정서와 안 맞는 부분도 눈에 띄지만 '웰컴 삼바'의 전개와 결말이 마냥 답답하고 어설프다고 말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문득 삼바의 표현을 빌어 방금 전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해 주고 싶네요. '내 생애 처음으로 세네갈 친구가 생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