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하라 - 스테판 에셀 / 돌베개

오늘, 1년도 채 못 다닌 직장을 거의 쫓겨나다시피(회사 대장은 절대

아니라고 하지만) 나가는 내가 마지막으로 사회적 불쾌감을 안고

토요일임에도 불구 출근했기에 입이 아주 근질근질하여 이곳에다

‘배설식’즉, 다른 때와 다른 쓸데없이 말 많은 지지리도 긴 리뷰가

될 듯한데 이해하시길~

제목을 [참여하라] 또는 [行하라] 로 바꾸고 싶은 이 책.

다들 제목만 보면 그 순수 ‘분노’를 생각해서인지

분노하지 말라고 우스갯소리를 하니까.

70년 세월을 레지스탕스 활동에 바치신 ‘참여 스테판 에셀 선생’의

짧지만 강렬한 사회 참여 이야기를 읽으며 늘 하던 대로 책갈피 대신

끼워 넣어두고 틈틈이 책에 대해 메모한 A4용지가 보이지 않아

정신 붕괴를 겪은 후 ‘아, 다시 읽으라는 신의 계시구나’와 함께

다시 읽기 시작했고, 몇 번이고 다시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길어질지 짧아질지 모를 이 리뷰를 시작한다.

‘독서 장정일 선생’의 독서일기 덕에 구입 목록에 넣었고,

30만 원이 넘는 그 목록의 책들을 다 시키지는 못한 채 소심하게

이 [분노하라]만 구입해 어디서 많이 들어봤던 ‘스테판 에셀’의

책을 언제나처럼 지하철 의자에 앉아 천천히 음미하며 읽었었다.

동경해 마지않는 사르트르가 학교 선배이고, 모리스 메를로퐁티의

세미나를 들을 수 있었고, 아버지의 친구가 발터 벤야민이며

마르셀 푸르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벤야민과 함께

번역한 사람이 아버지인 그는 부러운 스테판 에셀이었다.

‘참여 스테판 에셀 선생’은 어렵게 쓰지 않았다.

누구든 이 얇지만 강렬한 책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가장 쉽고 짧고

정확하게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게 썼다고 감히 말하겠다.

언제나 우연이란 단어를 숙명이란 단어로 이해할 수밖에 없었던 나.

읽은 지 한참이나 되는 이 책을 출근할 이유 없는 어느 불쾌한 토요일

오전 시간을 때울 수 있는 독후감용 책으로 아무 생각 없이 정해

쓰기 시작했지만, 역시 이 가벼운 우연은 지금의 분노스러운 상황을

[숙명]으로 바꾸어주고 있었다, 한 아름도 안 되는 내 마음속에서,

다음과 같은 분노를 일구어 내라고 너의 결정은 옳은 것이었다고.

15쪽.

레지스탕스의 기본 동기는 분노였다. 레지스탕스 운동의 백전노장이며

‘자유프랑스’의 투쟁 동력이었던 우리는 젊은 세대들에게 호소한다.

레지스탕스의 유산과 그 이상들을 부디 되살려달라고, 전파하라고.

그대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이제 총대를 넘겨받으라. 분노하라!”고.

정치계, 경제계, 지성계의 책임자들과 사회 구성원 전체는 맡은 바

사명을 나 몰라라 해서도 안 되며, 우리 사회의 평화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국제 금융시장의 독재에 휘둘려서도 안 된다.

나는 여러분 모두가,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 나름대로 분노의 동기를

갖기를 바란다. 이건 소중한 일이다. 내가 나치즘에 분노했듯이

여러분이 뭔가에 분노한다면, 그때 우리는 힘 있는 투사,

참여하는 투사가 된다. 이럴 때 우리는 역사의 흐름에 합류하게 되며,

역사의 이 도도한 흐름은 우리들 각자의 노력에 힘입어 면면히

이어질 것이다. 이 강물은 더 큰 정의, 더 큰 자유의 방향으로 흘러간다.

여기서 자유란 닭장 속의 여우가 제멋대로 누리는

무제한의 자유가 아니다.

1948년 세계 인권 선언이 구체적으로 실천방안까지 명시한 이 권리는

보편적인 것이다. 만약 여러분이 어느 누구라도 이 권리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는 사람을 만나거든, 부디 그의 편을 들어주고,

그가 그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라.

그간의 생이 분노할 여유를 충분히 주었기에 흥분이 아닌 논리로

맞서고 있는 나의 오늘의 분노는 사직서라는 간단한 논리로 대응했는데,

그것은 내가 부재한 이곳에 어떤 충분한 고통의 여파를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회사의 대표가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동안 그 누구도

분노하지 않았기에 가능했던 이런 말도 안 되는 생각과 행동은

근절될 필요가 있으며 만약 이런 내 선택이 몇 달의 공백을 줄지라도

그게 큰 빚으로 바뀔지라도 반드시 해야 했던 논리적 분노의 행동이었다.

지금 갖고 있는 이 작은 사회(직장)에 대한 분노를 삭일 즈음,

에셀 선생께서 말씀하시는 극빈층과 최상위 부유층 사이에 가로놓인,

점점 더 커져만 가는 격차, 인권, 그리고 지구의 현재 상태,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요르단 강 서안 지구에 분노할 예정이다.

물론 독서로써.

저자는 38페이지 분량인 이 책을 다음과 같이 마무리 짓고 있다.

‘분노하라’고 호소하는 이 글을 어떻게 끝맺으면 좋을까?

프랑스 전국 레지스탕스 평의회의 개혁안 발표 60주년을 맞아,

레지스탕스 운동과 자유 프랑스 투쟁(1940~1945)에 동참한

노전사(老戰士)로서 우리는 2004년 3월 8일에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분명 “레지스탕스에 동참한 형제자매들의 희생과 파시즘의

야만에 맞선 여러 나라의 단결 덕분에 나치즘은 궤멸되었다.

그러나 그 위협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며, 불의에 맞서는

우리의 분노는 여전히 그대로 살아 있다“ 고.

그렇다. 이러한 위협은 아주 사라진 것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여전히 호소하는 것이다.

“우리의 젊은이들에게 오로지 대량 소비, 약자에 대한 멸시,

문화에 대한 경시, 일반화된 망각증, 만인의 만인에 대한 지나친

경쟁만을 앞날의 지평으로 제시하는 대중 언론매체에 맞서는

진정한 평화적 봉기"를.

21세기를 만들어갈 당신들에게 우리는 애정을 다해 말한다.

“창조, 그것은 저항이며

저항, 그것은 창조다" 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