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 인생은 지금 그대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것
★★★★
" 배우에게 후회는 금물이에요
다양한 배역을 통해 경험을 쌓는게 어디에요 "
영화 배우라는 직업은 많은 이들에게 선망의 대상이고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직업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영화 배우가 보이는 것처럼 언제나 화려하고 멋진 직업이기만 할까요?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는 이제 중년의 나이에 접어든 배우 '마리아 엔더스'(줄리엣 비노쉬)를 통해 '여배우로 산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임과 동시에 그녀를 정상의 자리에 올려준 20년전 연극 속 캐릭터 '시그리드'에서 여전히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었던 미성숙한 마리아의 변화를 풀어내고 있는 작품입니다. 다만 이 작품은 '대중성'과는 거리가 많이 있는 예술 영화이기도 하더군요.
'파트 1 & 2, 그리고 에필로그'로 나눠져 있는 영화
그 중에서 가장 힘을 주고 있는 부분은 '파트 2'
< ▲ 자신을 지금과 같은 톱배우의 자리에 오르게 해줬던 20년전의 작품 '말로야 스네이크'
그녀는 리메이크 연극에 당시에 연기했던 '시그리드'가 아닌
그 대척점에 서있던 '헬레나' 역의 캐스팅 제의를 받게 됩니다 >
'파트 1, 파트 2, 그리고 에필로그'로 나눠져 있는 영화는 '마리아'를 중심으로 차분하게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연극 '말로야 스네이크'의 시그리드를 연기한 이후 지금의 톱배우 위치에 까지 올라서게 됐던 마리아에게 은인과도 같았던 '빌렘' 감독의 사망 소식으로 시작되는 '파트 1'에서 그녀는 20년만에 리메이크되는 '말로야 스네이크'에 다시 캐스팅 제의를 받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젊고 아름다웠던 '시그리드'가 아니라 시그리드에게 모든 것을 빼앗긴 뒤에 몰락하는 나이든 상사 '헬레나' 역의 제의를 받게 되고 '시그리드' 역에는 헐리우드의 떠오르는 신성이자 트러블 메이커 '조앤'(클로이 모레츠)이 캐스팅 됩니다. 여기까지가 파트 1의 이야기라면 파트 2는 어쩔 수 없이 그 캐스팅 제의를 수락한 '마리아'가 매니저인 '발렌틴'(크리스틴 스튜어트)과 함께 스위스의 '실스마리아'에 위치한 '빌렘' 감독의 집에서 대본 연습을 하는 과정, 그리고 그 과정에서 끊임없이 충돌하는 마리아와 발렌틴과 마리아 내적 갈등이 그려지며 '에필로그'에서 이 이야기는 마무리가 됩니다. 이 가운데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가 가장 힘을 주고 있는 부분은 '파트 2' 였구요.
마리아 엔더스를 지금의 톱배우 위치에 올려준 캐릭터 '시그리드'
마리아에게 있어서 시그리드는 매우 특별한 캐릭터였고 오랫동안 시그리드라는 틀에
자신을 가두고 있었던 마리아는 자신과 시그리드를 쉽사리 분리할 수 없었습니다.
< ▲ 매니저 '발렌틴'(크리스틴 스튜어트)와 함께 찾게 되는 스위스의 '실스마리아' >
마리아가 20년전에 연기했던 시그리드는 단순히 연극속 캐릭터가 아니었습니다. 그 누구보다 자유로웠던 시그리드의 삶과 마찬가지로 자유를 누비며 자신을 보호해왔던 마리아에게 '시그리드'는 그녀의 인생과도 닮아있었던 캐릭터였기 때문에 쉽사리 자신에게서 분리할 수 없었으니까요. 때문에 시그리드와 대척점에 서 있던 '헬레나'를 연기하면서도 그 캐릭터를 결코 이해하지 못하는 마리아에게 발렌틴은 시그리드보다 헬레나가 훨씬 인간적이고 솔직한 캐릭터라고 조언하지만 자신에게는 그저 바보 같아 보일 뿐이었던 헬레나였기 때문에 발렌틴의 그런 해석을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아니 받아들이려고 하지를 않은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마리아 역시 세월이 흐른 지금에서 느끼는 자신의 모습이 '헬레나'에 가까울 수도 있었겠지만 너무 오랫동안 '시그리드'의 틀 안에 갖혀 있었던 그녀는 그것을 인정하기 싫었던 것일 수도 있으니까요. 때문에 발렌틴과 같은 주장은 '걔들 세계'의 이야기일 뿐이라고 단정지어버리는데 그렇게 계속해서 충돌하고 조금씩 조금씩 벌어져가던 마리아와 발렌틴의 관계는 연극 대본 속 '헬레나'와 '시그리드'를 닮아 있었습니다. 이처럼 영화는 현실과 연극의 경계가 모호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더군요.
지나가버린 젊음에 대한 동경, 미성숙한채 '시그리드'란 껍질에 갖혀 있던 마리아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다른 이들을 '걔들 세계'의 인물로 치부하고 있었지만
실상은 마리아 자신이 '자신만의 세계'에 갖혀 있었습니다.
< ▲ '마리아'를 연기한 '줄리엣 비노쉬', 극중 캐릭터에 자신의 인생까지 녹여내지 않았을까 싶네요
그녀의 연기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는 것은 뭐 시간낭비죠 >
한편 예전에 마리아가 연기했던 '시그리드'를 리메이크 연극에서 맡게 된 '조앤'(클로이 모레츠)은 젊고 재능있는 배우이지만 매우 자유분방한 인물이었고 그래서 숱한 사고를 치고 다니던 트러블 메이커이기도 합니다. 때문에 처음에 '조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때 마리아는 그저 비웃음으로 일관했었지만 직접 만나고 난 뒤에는 그녀에 대한 생각이 달라집니다. 아마도 그 자유분방하고 에너지 넘치는 모습에서 자신의 젊은 시절을 봤을 테니까요. 그러나 이제 그 시절의 '젊음'은 지나가고 없었음에도 여전히 '시그리드'라는 껍질에 갖혀 있었던 마리아는 젊음을 동경하고 있는 미성숙한 인물이었고 그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발렌틴이나 조앤과 같은 이들을 '걔들 세계'에 살고 있는 인물이라고 구분하고 있었지만 조금씩 깨달아가게 됩니다. 실제로 '걔들 세계'에 살고 있던 인물은 발렌틴과 조앤이 아니라 자신이었음을 말이죠. 그리고 오랫동안 자신을 가둬두고 있었던 '시그리드'의 껍질을 깨고 '헬레나'를 받아들여가게 되는 그녀는 예전엔 '유치하다'는 생각에 쳐다도 보지 않았던 작품과 대본에 흥미를 느끼게 됩니다. 영화의 마지막 옅은 미소와 함께 당당한 표정을 짓고 있던 그녀의 모습이 아마 그런 변화를 의미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을까 싶었던..
'말로야 스네이크'를 바라보는 시선을 통해 묘사되고 있었던 '마리아'
인생은 있는 그대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것 !
< ▲ 마리아의 매니저 '발렌틴'을 연기한 '크리스틴 스튜어트'
요즘 그녀의 작품 행보가 이색적이네요. 이런 작품 선택들이 좋아 보인다는 ! >
영화의 제목인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는 실스마리아 지방에서 특별한 날에만 볼 수 있는 '말로야 스네이크'라는 기상 현상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말로야 스네이크'란 구름이 산의 봉우리를 타고 내려오면서 마치 '뱀'과 같은 형상으로 꿈틀 꿈틀 기어오는 매우 아름다운 구름의 움직임을 말하는 것인데 하지만 그 곳 사람들은 이 아름다운 현상을 '악천후가 올 것이라는 징후'라고 하죠. 바로 이 '말로야 스네이크'를 바라보는 마리아의 시선이 영화의 이야기와 닮아 있는 것으로 느껴지더군요. 결국은 같은 캐릭터였던 '헬레나'와 '시그리드'였지만 눈에 보이는 젊음, 하지만 이제는 결코 손에 잡을 수 없는 젊음에 대한 욕망을 놓지 못하고 있었던 그녀는 특별한 날에만 볼 수 있었던 '말로야 스네이크'의 아름다움을 보고 싶어했지만 때문에 그 구름 아래 언제나 그 자리에 펼쳐져 있는 또 다른 아름다움을 보지 못했던 것인데 아마도 흘러가는 '세월'과 마주하게 되는 보통 사람들도 그녀처럼 잊고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인생은 지금 있는 그대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것이라는 것을 말이죠.
멋진 세 명의 여배우가 출연하고 있는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
아름다운 클래식 음악과 어우러지는 알프스의 멋진 경치
< ▲ 헐리우드의 떠오르는 여배우 '조앤'을 연기한 '클로이 모레츠'
실제로 그렇기도 하죠. 아니 다 떠올랐나 ?
다만 이 배우들만을 보려는 목적으로 이 영화를 보시려는건 그다지 좋은 선택은 아닐듯.. >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에는 줄리엣 비노쉬, 크리스틴 스튜어트, 클로이 모레츠라는 핫한 여배우들이 세 명이나 함께 출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이 배우들을만을 보려는 목적으로 이 영화를 보고자 하신다면 그다지 추천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프랑스 예술영화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 영화 역시 대중성과는 거리가 먼 제법 어렵게 느껴지는 작품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이 이 세 여배우를 선택한 결과물은 매우 성공적인 것 같네요. 연기에 한해서 언급하기는 시간 낭비라고 생각되는 '줄리엣 비노쉬'는 그저 '영화'가 아니라 자신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녹여낸 연기를 펼치고 있는 것 같았고 요즘 작품 선택이 제법 특별하게 느껴지는 크리스틴 스튜어트 역시 충분히 좋은 연기를 선보이면서 <트와일라잇> 시절과 비교한다면 진일보한 모습을 보여주며 분량이 많진 않았지만 클로이 모레츠 역시 자신의 몫은 확실하게 하고 있더군요. 게다가 아름다운 클래식 음악과 어우러지는 알프스의 멋진 경치는 이 영화의 또 다른 매력 포인트인데 특히 영화의 후반부 '캐논 변주곡'이 가미되는 '말로야 스네이크'는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