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Levels of Life) - 줄리언 반스 (다산책방) 12,800원.

그의 작품에는 항상 그녀(팻)에 대한 찬사로 시작되는데

30년을 같이 살았던 그녀는 갑작스럽게 쓰러진 후

37일만에 뇌종양으로 곧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리고 그 후 그는 5년동안 침묵을 한다.

'고통은 기억에 풍미를 더해준다. 고통은 사랑의 증거이다'

드디어 입을 연 그는 이제 그 고통을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이제 그녀에 대한 상실감을 생활처럼 받아들인다.

죽은 아내에게 말을 걸고, 꿈에서 만난다.

세 가지 모두 심오한 사랑이야기가 담긴 이 책은

마지막 죽은 아내에 대한 이야기를 읽는 도중에 잠시 쉬어갔던 책이다.

가끔 지나가는 농담처럼 우리 부부 중 누가 먼저 죽을까? 라는 이야기를 한 적 있는데

아직 겪어보지 못한 그 상실감이 너무나 구구절절 와 닿았던 이야기였다.

정말 영원한 삶과 사랑이라는 것이 있을까..

어느 시점에, 머지않아 이런저런 이유로 그들 중 하나가 사라져버린다.

그리고 그렇게 사라진 빈자리는 애초에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의 총합보다 크다.

이는 수학적으로는 가능하지 않은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감정적으로는 가능하다.

우리는 30년을 함께했다.

처음 만났을 때 나는 서른두 살이었고, 그녀가 죽었을 때는 쉰여섯 살이었다.

그녀는 내 삶의 심장이었다. 내 심장의 생명이었다.

그녀는 늙는다는 개념을 증오했다. 이십대부터 자신이 마흔을 넘기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우리 둘이 함께 이어나갈 삶을 기쁜 마음으로 고대했다.

한 미국인 친구는 내게 대놓고 이렇게 말한 적도 있었다.
“네 아내가 네 임종을 지켜보게 될 거라고 늘 생각했었는데.”
친구의 말뜻은 나보다는 그녀가 살아남기를 더 바랐다는 건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점에 대해서도 나는 왈가왈부할 수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