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형제입니다> 감독의 선의가 느껴지는 착한 영화이긴 했지만..
★★★
" 니들 또 싸웠나 "
한동안 뜸하던 장진 감독의 작품이 <하이힐>에 이어서 또 한편 개봉했습니다. 30년전에 생이별한 형제가 '만남 프로그램'을 통해 다시 만나게 되지만 막상 만나고 보니 완전히 극과 극의 인물로 변해있는 상황, 게다가 치매가 있는 어머니가 갑자기 사라져버리면서 어머니를 찾아나서는 해프닝을 담고 있는 이 작품 <우리는 형제입니다>는 장진 감독 필모 가운데 처음으로 '청소년 관람불가'였던 <하이힐>과는 달리 감독의 다른 작품들에서 보여지던 상황과 대사로 전하는 자연스러운 웃음과 그 속에 잔잔한 휴머니즘이 담겨있는 영화로 장진 감독이 가장 잘 하는 스타일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쩔 수 없이 헤어져야했던 형제의 어린 시절
그 후로 30년이 지난 뒤 재회하는 두 사람은 완전히 극과 극의 모습으로 변해있는데 !
< ▲ 30년만에 재회하게 되는 형제지만 첫 만남부터 삐긋, 설상가상 어머니까지 사라지게 되죠 >
밖으로만 나돌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여자의 몸으로 혼자 두 아들을 키우기에는 너무나도 힘에 부쳤던 형제의 어린 시절, 어머니는 아이들을 위한다는 마음으로 두 아들을 고아원에 맡깁니다. 그리고 곧이어 큰 형 '상연'(조진웅)이 미국으로 입양되어 가게 되면서 두 형제는 헤어지는데 그렇게 갈라지게 된 두 형제는 그 성장환경에 있어서도 차이가 있습니다. 그 후로 30년이 지난 뒤 두 사람은 재회하는데 '목사'와 '무당'이라는 그들의 직업만큼 두 사람의 성격 역시 하늘과 땅차이로 변해있었죠. 이처럼 <우리는 형제입니다>는 완전히 대조되는 두 사람의 조합을 통해 자연스러운 웃음 상황들을 만들어 가는데 그 두 대조되는 인물을 연기한 '조진웅'씨와 '김성균'씨가 많은 작품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배우들이다보니 이번 작품에서도 역시 좋은 호흡을 보여줬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상황들은 많은 웃음을 뽑아 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반복되는 패턴 속에서 조금씩 사그라드는 캐릭터의 힘
다소 산만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이야기와 아쉬운 캐릭터 활용
< ▲ 언제나 이들과 함께 했던 '여일 작가'(윤진이), 하지만 그 캐릭터의 활용은 아쉬움이 많습니다 >
하지만 그것 역시 반복되는 패턴 속에서 그 힘은 조금씩 사그라 들어가고, 어머니를 찾아 방방곡곡을 누비는 과정에서 그려지는 다양한 에피소드들과 까메오들로 인해 이야기는 산만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게다가 형제의 옆에 항상 그들을 따라다니던 방송국의 '작가'(윤진이)는 왜 그들을 따라다니는 것인지 알 수 없을만큼 아무 것도 하는 것이 없는 캐릭터로 보이기도 했구요. 특히 그녀에게는 '기면증'이라는 매우 힘들면서 특이한 질환이 부여되어있기 때문에 이야기의 진행 과정에서 제법 중요한 변수로 작용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었지만 영화에서 이 기면증은 그저 어머니를 잃어버리기 위해 필요했던 단순한 설정에 불과한 것이었던지라 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굳이 '기면증'이라는 설정이 필요했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으니 말이죠. 혹시 편집 과정에서 그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모두 다 사라지기라도 한 것인지..
두 아들을 고아원에 맡긴 뒤로 멈춰버린 어머니의 시계
그렇게 과거를 헤메고 있는 어머니의 모습이 눈물겹게 느껴집니다.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통해 감독의 선의가 표현되고 있기도 했던 착한 영화
< ▲ 역시 김영애씨가 연기하는 '어머니'는 언제나 큰 힘을 발휘하는 것 같습니다 >
그런데 두 아들을 그렇게 고아원에 맡겨버린 어머니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있을 지도 모르겠지만 그렇게 결정하기까지 누구보다 힘이 들었을 어머니의 시계는 두 아들이 자신의 곁을 떠난 그 날 이후로 멈춰버렸고,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니었는데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났다고 한들 그 기억을 결코 머리속에서 지울 수가 없었고 결국 그렇게 다시 과거를 헤맬 수 밖에 없었던 어머니의 모습이 눈물겹습니다. 특히 그 어머니를 연기한 김영애씨의 절절한 연기가 인상적이기도 했구요. 사실 그 누구보다 큰 희생을 한 것이 바로 그 어머니이기도 했던 것이기도 한데 이처럼 <우리는 형제입니다>는 이렇게 과거속 아이들을 찾아 헤매는 그녀를 통해 '부모로부터 외면 받은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넌지시 담아내고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통해 감독의 '선의'가 표현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어머니를 찾아가는 극과 극의 형제가 조금씩 '형제애'를 회복해가는 과정을 담아내고 있는 착한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마지막 두 형제와 어머니가 재회하는 장면에서 어머니가 던지는 대사 한마디 만큼은 제법 큰 힘을 발휘하기도 하구요. 하지만 그 한장면 만으로, 혹은 그저 착하다고 해서 좋은 영화, 재밌는 영화라고는 할 수 없는 것인데 배우들의 힘만으로 살리기에 <우리는 형제입니다>가 담아내고 있는 이야기는 다소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