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적인 거장 장예모 감독과 공리가 2006년 <황후花> 이후로 8년만에 만난 작품 <5일의 마중>은 얀거링의 소설 '범죄자 루얀시'를 영화로 옮기고 있는 작품으로 영화는 '문화대혁명'이라는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부부의 이야기를 통해 시대가 낳은 피해자의 이야기와 함께 진정한 사랑의 의미에 대한 이야기를 잔잔하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장예모 감독은 그동안 인터뷰에서도 밝혔듯이 중국의 역사에 관심이 많은 감독으로 그 역사적 사건과 결부시키는 작품을 많이 연출해오곤 하셨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문화대혁명'을 배경으로 하고 있긴 하지만 그 '사건'보다는 그 시대를 살았던 '인물'에게 포커스를 맞추고 있었습니다.

< ▲ 이 날의 아픈 기억을 펑안위(공리)는 절대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

문화대혁명 시기, 시대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부부 '펑안위'(공리) & '루옌스'(진도명)

문화대혁명 시기, 가슴 아픈 이별을 겪게 되는 '펑안위'(공리)와 '루옌스'(진도명). 특히 펑안위는 도망자의 몸으로 위험을 무릅쓰고 자신을 찾아왔던 루옌스를 외면해야 했습니다. 남편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이 있긴 했지만 시기가 시기였고, 딸의 안위까지 생각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내려야 했던 아픈 결단이었는데 그 기억은 그녀의 가슴 속에는 잊지 못할 아픔으로 남아버렸습니다. 하지만 감출 수 없었던 남편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은 그와 함께 도망치려는 위험한 결심으로 이어지는데 두 사람이 만나기로 했던 그 날, 펑안위의 눈 앞에서 남편 루옌스는 공안에 의해 체포되고 어디론가 끌려갑니다. 그리고 이 두 번의 사건은 펑안위의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고 결국 그녀를 잠식해버리게 되구요.

< ▲ 이렇게 곁에 있지만 남편을 알아보지 못하는 아내 때문에

서로는 서로를 그리워 해야만 했습니다 >

영화 가득 짙게 깔리는 감정의 흐름

크나큰 아픔을 겪은 이들이지만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조금씩 치유를 해갑니다

<5일의 마중>의 본격적인 이야기는 문화대혁명이 끝나고 범죄자의 오명을 벗게 된 루옌스가 펑안위를 다시 찾아오면서 시작됩니다. 그 애절한 사랑을 갖고 아내를 찾아가는 루옌스, 하지만 펑안위는 그런 루옌스를 알아보지 못하는데 앞서 겪은 충격적인 사건으로 인해 펑안위의 기억 속에는 지금의 루옌스가 아닌 과거의 루옌스만이 존재할 뿐이었고, 현재의 루옌스는 그녀에게 있어서 그저 다른 사람일뿐이었습니다. 그 때부터 시작되는 두 사람 사이의 애틋한 감정, 그리고 곁에 있지만 가까이 갈 수 는 없었던 안타까운 감정, 하지만 그럼에도 묵묵하게 서로를 기다리던 절절한 그리움이 영화 가득 그려지는데 이런 압도적인 감정의 흐름이 상당히 가슴 먹먹하게 다가오는 작품이었습니다. 그리고 루옌스는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아내의 곁에서 묵묵하게 '다른 사람'의 모습으로 아내를 따뜻하게 보살피고 사이가 틀어졌던 딸과의 관계도 조금씩 회복해가기도 하는데 그렇게 크나큰 아픔을 겪었지만 그들은 그렇게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조금씩 치유를 해갑니다.

< ▲ 곁에 있는 그가 아닌 그녀의 기억속 그를 기다리면서

그녀는 매달 5일이 되면 이렇게 피켓을 들고 마중을 나갑니다.

절대로 올 수 없는 남자를 기다리는 그녀.. 공리의 연기는 가히 압도적이더군요 >

누구도 알 수 없었던 그 기다림의 끝

하지만 가슴 시리는 그리움으로 어쩌면 다시는 만날 수 없을 지도 모르는 서로를 기다리던 두 사람..

남편이 없는 동안 펑안위가 정확하게 무슨 일을 겪은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홀로 감내해야 했을 펑안위의 외롭고도 고통스러웠을 시간들이 절로 연상되기도 하면서 절로 그녀에 대한 연민이 생길 수 밖에 없었던 영화 <5일의 마중>, 이처럼 '시대의 피해자'였던 펑안위를 공리는 정말 마스터피스급의 훌륭한 연기로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눈빛 하나하나, 행동 하나하나, 그리고 그 대사들 어느 것 하나 집중하지 않을 수 없었던 공리의 연기는 보고 있으면 절로 눈물이 날 정도였는데 그녀의 그런 압도적인 연기는 영화 전체에 깔리는 그 짙은 감정선을 상당히 훌륭하게 살려내주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그 기다림의 끝이 어딘지는 누구도 모릅니다. 아니 어쩌면 다시는 서로를 만날 수 없을 지도 몰랐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끝까지 서로를 만나게 될 그 순간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고 가슴 시리는 그리움으로 서로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때문에 영화가 담아내고 있는 그 엔딩은 크나큰 여운을 남기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