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클린의 작은 아파트에서 둘도 없는 친구 소피와 살고 있는 27살 뉴요커 프란시스. 

무용수로 성공해 뉴욕을 접수하겠다는 거창한 꿈을 꾸지만 현실은 몇 년째 평범한 연습생 신세일 뿐이다. 

사소한 말다툼 끝에 애인과 헤어지고 믿었던 소피마저 독립을 선언하자 그녀의 일상은 꼬이기 시작한다. 

직업도, 사랑도, 우정도 무엇 하나 쉽지 않은 그녀는 과연 당당하게 홀로서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

해외에서 많은 호평이 이어진 작품이고,

얼마 전 국내에서도 개봉되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프란시스 하’는 지금 시대의 작품이기 보다는 좀 더 과거를 떠올리게 만드는 작품처럼 느껴지게 된다.

그런 기분은 단지 이 작품이 흑백으로 만들어진 작품이기 때문은 아닐 것 같고, 프랑스 누벨바그 영화들을 떠올리게 만드는, 좀 더 직접적으로 말해서는 장 뤽 고다르의 초기 걸작들을 떠올리게 되기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작품의 내용에 있어서는 고다르의 영화를 떠올리기 보다는 그렇지 않는 부분들이 더 많기 때문에 형식이나 방법적인 측면에서만 절대적인 영향력이 느껴진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일상을 조금은 낯설게 만들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주인공 프란시스의 삶을 조금은 거리감을 갖고 객관적으로 보게 만들게 되어서 여러 가지로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주인공 프란시스의 일상을 나열하듯이 보이기도 하고,

아직은 덜 정리된 프란시스의 삶을, 영화적인 방식으로 흩뿌려지고 조각나진 일상과 삶을 모자이크처럼 혹은 정교함이 떨어지는 퍼즐놀이를 하듯이 담아내고 있다는 생각도 들게 되는데, 그래서인지 주인공 프란시스가 어떻게 자신의 삶을 조금씩 다듬어내게 되는지를 형식을 통해서 느끼게 만들기도 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들게 된다.

기본적으로 ‘프란시스 하’는 주인공 프란시스를 중심으로 (그리고 그녀와 각별한 관계인) 친구 소피가 간간히 끼어들면서 이야기는 이끌어지고 있는데, 대부분은 속도감을 만들어내는 편집과 함께 프란시스의 삶과 일상 그리고 여러 고민들과 계속해서 이어지는 (프란시스의 주변 사람들과의) 대화들로 꾸며져 있다.

사랑

우정

돈

집

삶

그리고 다른 고민들

누벨바그가 프랑스에서 기존의 것들과 단절을 외치며 새로운 문법을 제시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인 수많은 시도들이었다면, ‘프란시스 하’는 그런 거창한 의도가 아닌 뉴욕을 배경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 위한 주인공 프란시스의 모습(들)을 솔직하게 담아내려고 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 면에서 ‘프란시스 하’는 누벨바그의 방법을 가져오고 있기는 하지만 누벨바그와 같이 무언가를 전복시키고 새로움을 제시하려는 생각은 전혀 없는 그저 형식과 방법에 있어서만 누벨바그를 적극적으로 참고하고 있다.

압축해서 보여주고 있는 것인지 그게 아니면 유난히 기억나는 모습들을 (되도록) 순서대로 보여주려는 것인지 조금은 헷갈리게 느껴지지만 각각의 장면들은 정교하게 다듬어져 있고, 작품의 끝에서 보여주는 안정감 있는 끝맺음은 어떻게 만들어내고 어떤 식으로 끝을 내야 할지를 정확하게 알고서 만들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리숙하기만 하고, 

전혀 어른스럽지 않은... 

꼭 어른스러움이 필요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자신의 삶을 나름대로 꾸려나가지 못하는 상황에 있던 프란시스가 꿈과 현실의 사이에서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떻게 고민들을 하나씩 해결하게 되는지를 담고 있는 ‘프란시스 하’는 단지 어른이 되어가는 모습을 담아낸 것이 아닌 한 여성이 누군가에게 기대고 의지하는 삶에서 스스로의 삶을 꾸려나가는 모습을 담고 있는 일종의 성장 영화이기도 하다.

그것은 친구 소피와의 관계에서 다투고 화해하는 과정을 통해서도 알 수 있게 되지만, 함께 집세를 내거나 누군가의 집에서 얹혀 지내던 생활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집을 갖고 자신만의 공간을 갖는 결론을 통해서도 알 수 있게 된다.

험난한 삶을 횡설수설한 모습으로 살아가던 프란시스가 살아남게 되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꿈을 찾아가는 모습을, 일상의 이어짐과 끊김을, 그리고 현실과 꿈 사이의 나름대로의 결론을 생각해보게 된다.

그저 춤을 추고 싶을 뿐인 프란시스가 어떻게 혹은 어떤 식으로 자신만의 춤을 출 수 있는 순간들을 그리고 장소들을 만들게 되는지를 보게 되면서 내 자신의 꿈과 현실의 어딘가를 찾아보게 된다.

‘프란시스 하’는 프란시스의 삶이 어떻다고 말하려고 의도하진 않는다. 단지 그녀의 삶을 들여다보고 추측하듯이 따르며 보는 이들이 알아서 판단할 수 있도록 이끌어간다. 

혁명과도 같았던 누벨바그 시절의 방법을 적극적으로 가져오면서 무척 미국적인 방식이라고 말할 수 있는 한 개인의 삶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는 ‘프란시스 하’는 형식에 비해서 내용이 빈약하다고 시비를 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사납게 굴 필요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 여성에 대해서

한 개인에 대해서

어떻게 삶이 자리를 잡아가는지 보여주는 것이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무척 영리한 작품이었다.

참고 : 과감한 방식의 형식이고 편집에 비해서 이야기는 전형적이고 평범하다는 비판을 굳이 내세울 필요가 있을지 많이 고민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