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리우드의 유별난 '그리스·로마 신화' 사랑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거의 매년 빠지지 않고 그것을 소재로 하는 영화가 제작됩니다. 그리고 올해도 역시 이 작품 <헤라클레스 : 레전드 비긴즈>가 개봉했네요.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이 작품은 주신 '제우스'와 그리스 신화속 티린스의 왕 암피트리온의 아내 '알크메네' 사이에서 태어난 반인반신의 헤라클레스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는데 신화속 인물들 가운데 가장 힘이 세고 가장 유명한 영웅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그이지만 영화에서는 그런 헤라클레스를 재해석 한 것인지 아니면 시리즈를 생각한 것인지 상당히 단편적인 모습으로만 그려내고 있더군요.

서두른다는 느낌까지 들만큼 무척이나 빠른 이야기 전개, 때문에 연결고리는 헐거워진..

< ▲ 왕자에서 노예 검투사로, 거기서 다시 백성의 구원자로.. 무척이나 빠른 이야기의 전개 >

우선 이 영화의 이야기는 무척이나 빠른 전개를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척이나 서두른다는 느낌까지 들만큼 빠르게 전개되는 이야기는 그 속에서 챙겨야 할 부분을 많이 챙기지 못하는 느낌도 많이 들기 때문에 이야기의 연결고리는 무척이나 헐거울 수 밖에 없었습니다. 왕의 총애를 받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일국의 왕자였던 '헤라클레스'가 함정에 빠져서 '노예'로 팔려갔다가 다시 왕자이자 백성의 구원자로 돌아오는데 걸린 러닝타임이 불과 40여분 정도 밖에 되지 않았으니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것이기도 했구요. 게다가 앞에서 언급했다시피 신화속에 등장하는 헤라클레스의 이야기 가운데 이 작품에 포함되어 있는 것은 매우 한정적이었고 헤라클레스가 자신에게 주어진 숙명과 본 모습을 스스로 깨우치게 되는 과정이 주가 되는 영화일 뿐이었는데 후속편을 생각하고 있는 것인지(나올리도 없겠지만) 아니면 그저 이런 식의 재해석인지.. 아쉬움이 많는 이야기였습니다.

조악하게 느껴지는 '검투사 헤라클레스', <글래디에이터>와는 비교하는 것 조차 사치다

< ▲ 여러모로 다양하게 어설프게만 느껴지는 검투 장면들 >

그리고 이 영화에도 역시 <폼페이>와 마찬가지로 <글래디에이터>가 떠오르는 검투사 장면들이 포함되어 있는데, 그 속에 담겨있는 정서와 깊이있는 이야기, 인물들의 감정선과 같은 부분은 다 떠나서 그냥 '검투 장면'이라는 볼거리만 딱 놓고 보더라도 <글래디에이터>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그 명작에게는 모욕으로 느껴질 정도였고 <폼페이>에도 훨씬 미치지 못할만큼의 조악함을 보여주는 영화였습니다. 특히 이 '검투사'라는 설정 자체가 앞에서 언급했듯이 매우 빠른 이야기의 전개 속에서 그저 도구적으로만 활용되다보니 더더욱 아무런 흥미를 느낄 수 없기도 했었구요. 특히나 검투장에 '그리스 최강의 6인' 이라고 나왔던 그들은 그리스 최강의 코미디언 6인이었을까요? 또한 '형제'에서 '적'이 되고 말았던 헤라클레스의 형 '이피클레스'의 찌질한 모습에는 정말 할말이 없기도 했습니다. 무슨 일국의 왕자라는 사람이 할 줄 아는 것이라곤 어린아이와 여자들을 인질로 삼는 것 밖에 없는 것인지..

<300>을 흉내내보기도 하지만 결코 <300>이 될 수가 없다​​

< ▲ 거기에 '300'의 흉내까지 내고 있다니... >

게다가 <300>처럼 의도적으로 영화의 색감을 어두운 톤으로 조절한 듯한 장면들이 있고, <300>의 몇몇 장면들을 차용하여 비슷한 느낌으로 만든 전투신들을 포함하고 있으며, <300> 특유의 슬로우 모션 기법까지 여러차레 사용하고 있지만 결코 <300>이 될 수는 없는 영화였습니다. 그냥 전체적으로 어두운 영화, 쓸데없이 슬로우 모션을 남발하는 영화라는 느낌 밖에 들지 않았으니까요. 그래도 '레니 할린' 감독이라고 하면 제법 이름이 알려진 감독님이신데 이런 식의 연출을 하시다니.. 정말 이제는 감을 잃어도 한참 잃었구나 하는 생각이 새삼스럽게 들더군요. 게다가 2014년에 개봉한 '헐리우드' 영화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만큼의 어설픈 CG 효과들도 많았었는데 특히나 영화 초반부에 등장한 '네메아의 사자'는 마치 우리 영화 <최종병기 활>의 호랑이를 보는 것처럼 어색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여러모로 아쉬운 점이 많았다 보니 여기에 포함되어 있는 '러브 스토리' 역시 아무런 흥미를 느낄 수가 없었구요.

과연 '드웨인 존슨'의 헤라클레스는 어떤 모습일지 ?!

< ▲ 마치 손오공이 '원기옥'을 모으는 것과도 같았던 궁극의 필살기(?) 광선검 ! >

이처럼 북미에서의 흥행 참패와 혹평들이 충분히 이해가 되는 것이었던 <헤라클레스 : 레전드 비긴즈>는 <프랑켄슈타인 : 불멸의 영웅>을 봤을때처럼 메이저급의 블록버스터와는 많이 다른, 어색하고 조악한 느낌이 많이 들었던 영화 였습니다. 특히 주인공 헤라클레스를 연기한 '켈란 루츠'의 경우 큰 덩치에 우락부락한 근육이 헤라클레스의 이미지와는 잘 어울리긴 했었지만 아직 이야기를 홀로 이끌어 가기에 그의 연기는 아직 많이 부족하게 느껴지기도 하더군요. 그런데 이 영화와 흡사한 작품이 하나 더 제작되고 있죠. 브랫 래트너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드웨인 존슨'이 '헤라클레스'를 맡은 작품이 그것인데 그 작품은 어떨런지 빨리 보고 싶어지기도 하네요. 과연 드웨인 존슨이 보여줄 헤라클레스는 어떤 모습일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