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라나 땅덩어리는 한정되어 있다. 국토가 큰 나라이든 작은 나라이든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땅덩어리는 정해져 있다. 사람들이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는 땅은 정해져 있고 사회가 발달하며 돈을 벌기 위해 사람들은 도시로 도시로 모여들 수 밖에 없다. 도시에 사람들이 살 수 있는 공간은 정해져 있다. 사람들이 점점 몰려들어 도시가 확장되기는 해도 여전히 도시는 많은 사람들에게 충분한 주택을 공급하지 못한다.

인구가 늘어나고 주택은 적으니 이에 대한 대안으로 지어진 것이 아파트라 할 수 있다. 땅을 팽창하거나 넓힐 수 없으니 수직으로 올리는 것이다. 위로 올린만큼 보다 많은 사람들이 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다.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전 세계적으로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의 대안은 아파트가 될 수 밖에 없다. 우리가 유독 더 도드라지게 보이는 것은 짧은 시간내로 경제성장을 통한 인구의 과밀도가 더욱 높았기 때문이다.

인구는 계속 유입되고 살아갈 공간은 한정되어 있으니 아파트를 지어도 지어도 여전히 사람들이 살아갈 장소는 마땅치 않았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만이 겪는 별난 일이 아니다. 가장 뜨거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도 마찬가지이다. 그들도 대도시에는 인구가 계속 몰려들고 있으나 그들이 먹고 살아야 할 집은 없다. 오죽하면 집이 없어 방을 반으로 나눠 창이 없는 곳은 좀 더 싸게 입주를 하면서 살 것인가?

자신은 미래를 꿈꾸면서 참고 있는 것이지만 30세가 되어도 이런 상황이 변하지 않는다면 모든 것을 버리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갈 것이라 이야기를 한다. 솔직히, 그렇게 이야기한 친구는 나중에 30세가 되어도 절대로 그러지 못할 것이라고 깨달을것이다. 도시 생활의 편리성과 편의성에 이미 익숙해진 상태에서 그걸 버린다는 것은 엄청난 결단과 용기가 필요한 일이 된다. 

중국은 자신의 집이 아니라 국가로부터 대여받는 개념이라고 알고 있다. 평생 대여받는 개념. 그런 이유로 우리나라에서 중국에 투자하려고 한 많은 사람들이 입맛만 다시고 다시 돌아온 것으로 알고 있다. 다큐에서도 나온것처럼 중국은 건설사에서 외부 틀만 짓고 나머지 내부에 대해서는 직접 각자 알아서 새롭게 꾸며야 한다. 건설사입장에서는 편한 것이고 입주민 입장에서는 자신 마음대로 할 수 있지만 추가로 돈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프랑스는 100년이 넘은 아파트들이 있다. 프랑스에도 아파트는 많지만 우리처럼 고층 빌딩으로 구성된 아파트가 아니라 대부분 7층을 넘어가지 않는다. 주변과의 조화를 생각해서 높게 짓지 않고 길과 맞닿아 있고 각자 새아파트보다는 기존의 아파트를 더욱 잘 가꾸는 것을 최우선 조건으로 생각한다. 그들은 우리처럼 급작스런 경제 발전을 한 것이 아니라 서서히 진행된 문화와 역사를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프랑스는 내부도 무조건 싹 리모델링을 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것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하는 이유는 그들에게는 그것이 바로 멋이고 사람이 사는 보다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100년이 넘었는데도 약간 손을 보는 정도로 쓰면서 생활을 한다. 프랑스에서도 우리나라와 같은 아파트를 지었지만 실패했다. 그들에게는 그러한 아파트는 사람이 살아가는 공간이 아니라 답답하고 인간답지 못하다고 여긴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아파트는 존재하고 사람들이 살고 있지만 우리처럼 이토록 사회적으로 아파트가 만연해 있는 것은 없다. 거의 60%에 육박하는 사람들이 아파트에 살고 있다. 딱히, 도시라고 할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덜렁 아파트 한 동이 있는 곳도 봤다.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고 오로지 아파트만 한 동 있고 대략 20가구 정도만 살고 있는 듯 보였다. 이렇듯이 우리에게 아파트는 필수 거주 공간이 된 지 오래다.

사람들이 획일화되어 있고 개성이라고는 전혀 없는 아파트에 살려고 하는 이유는 바로 편리성이다. 최근에는 편리성에 사회 계층 구조를 대변하기도 한다. 어느 아파트에 살고 있느냐가 그 사람의 많은 것을 대변하는 잣대가 되었다. 차라리, 무슨 빌라에 산다고 하는 것이 그런 이미지로부터 자유로울 정도이다. 아파트 내부에 모든 것이 다 갖춰져 있다. 아파트 단지 밖을 나가지 않고도 모든 것을 그 안에서 전부 자급자족할 수 있을 정도이다.

국가가 해야 할 일도 아파트 내부에서 모든 것이 자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각자 관리비라는 명목으로 내는 돈을 통해 이뤄진다. 외부인의 출입을 막는 것이 자연스럽다. 자신의 돈으로 이룩하고 있는 작은 집단의 것이라 여긴다. 특정 단지는 소규모 읍이나 면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 특정 단지에 살고 있는 사람이 전부 2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이러니, 모든 것을 아파트 내부에서 할 수 있다. 자신들이 돈을 내고 자신들이 쓰는 구조로 이뤄져 있어 아파트에 살고 있지 않는 사람들은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이런 것은 국가가 국민에게 사실 해 줘야 할 것일 수 있다. 아파트에 살고 있지 않는 지역도 국가가 구역 정리를 해 주고 기반 시설을 만들어주고 지금보다 더 많은 주민센터등을 통해 국민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해 줘야 하는데 지금은 아파트를 통해 자신만의 리그가 만들어지고 있다. 여러 이유들로 볼 때 과학적인 의견은 아닐지라도 아파트는 인간에게 그다지 좋은 환경을 제시하는 공간은 아니다. 현 상황에서 가장 좋은 공간을 제시하는 장소일지 몰라도.

시간이 지나면서도 오래도록 남아 있을 수 있는 장소들이 우리에게는 많이 부족하다. 잘 살아보자면서 기존것은 지워버리고 새로운 것만 추구하다보니 기존 것을 잘 가꾸고 슬기롭게 이용할 생각보다는 부셔버리고 새롭게 짓는 단순무식한 방법만 그동안 발전을 한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갈수록 모든 사람들이 다른 생각을 갖고 있고 모색중에 있다. 새롭게 짓는 것은 결코 최선이자 최고의 해답이나 정답은 아니라고 본다.

시간이 지나도 계속 살고 싶은 집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당장의 편리성과 편안함을 선택하고 용도에 맞는 집을 짓는 것 보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