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쪽같다

‘감쪽’의 어원은 감쪽같이 사라졌는가

‘감쪽같다’는 단어의 유래가 궁금한 사람이라면 무엇보다 ‘감쪽’이라는 단어가 무엇인지 알려고 애를 쓸 것이다. ‘감쪽같다’의 어원은 ‘감쪽’이라는 단어가 그 실마리를 제공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무리 국어사전을 살펴보아도 ‘감쪽’이라는 단어는 나오지 않는다. ‘감쪽’은 언제나 ‘같다’와만 연결되어 쓰이고 있을 뿐이어서 ‘감쪽같다’와 그 부사인 ‘감쪽같이’만 사전에 실려 있는 것이다.

‘감쪽’이 ‘같다’와 결합되어 쓰이는 것을 보면 ‘감쪽같다’는 ‘감쪽과 같다’에서 조사 ‘－과’가 생략된 뒤 축약된 어형으로 볼 수 있다. 그러면 ‘감쪽’은 무엇인가? 이 ‘감쪽’의 정체만 밝혀지면 ‘감쪽같다’의 어원은 거의 밝혀진 것이나 다름이 없다.

‘감쪽’을 ‘곶감의 쪽’으로 보는 설이 널리 퍼져 있다. 그리하여 ‘감쪽같다’의 유래를 곶감의 쪽을 먹는 것과 같이 날쌔게 한다는 데서 찾고 있다. 곶감의 쪽은 아주 달고 맛이 있기 때문에 누가 와서 빼앗아 먹거나 나누어 달라고 할까 봐 빨리 먹어 치울 뿐만 아니라 흔적도 없이 말끔히 다 먹어 치우는데, 이런 행위를 토대로 ‘감쪽같다’는 말이 생겨나고 이에 ‘일을 빨리 하거나 흔적을 남기지 않고 처리하다’는 비유적 의미가 생겨난 것으로 설명한다.

‘감쪽’이라는 말이 사전에는 실려 있지 않아도 소설 『임꺽정』의 “정수리에 감쪽을 붙인 꼴이라니 천생 시골 백정의 딸이야”에서 보듯 ‘곶감의 쪽’이라는 의미로 실제 쓰이고 있는 것을 보면, ‘감쪽같다’를 ‘곶감의 쪽을 먹는 것과 같이 날쌔다’는 행위에서 온 말로 생각해 볼 수는 있다. 그러나 문제는 과연 “곶감의 쪽을 먹는 것과 같다”와 같은 긴 표현이 ‘감쪽같다’라는 단어 구조로 축약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바꾸어 말하면, ‘감쪽같다’는 단어가 아무리 ‘감쪽’을 ‘곶감 쪽’으로 이해한다 하더라도 ‘곶감의 쪽을 먹는 것과 같다’는 의미를 함축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곶감의 쪽을 먹는 것과 같다”에서 그 어원을 구하는 것은, ‘감쪽’을 ‘곶감의 쪽’으로 미리 정해 놓고 억지로 꿰어 맞추는 것과 같다.

한편, ‘감쪽’을 ‘감을 쪼갠 한 부분’으로 이해하기도 한다. 그리하여 ‘감쪽같다’의 유래를 “감쪽을 맞추어 놓은 것과 같다”에서 찾기도 한다. ‘감’을 자른 뒤에 그 쪽을 다시 맞추어 놓으면 쪼갠 자국이 나타나지 않을 정도로 아무 표가 나지 않는데 그에 착안하여 ‘감쪽같다’는 단어가 만들어지고 또 이에 ‘남이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아무 표가 없다’는 비유적 의미가 생겨난 것으로 설명한다.

그런데 ‘감을 쪼갠 부분’을 뜻하는 ‘감쪽’이라는 단어가 존재하지 않고, ‘사과쪽’이라든가 ‘배쪽’이라는 유사 단어도 잘 쓰이지 않는 것을 보면 ‘감쪽’을 ‘감을 쪼갠 한 부분’으로 이해한 뒤 그것에 기대어 ‘감쪽같다’의 유래를 설명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더군다나 “감쪽을 맞추어 놓은 것과 같다”는 긴 표현이 줄어들어 ‘감쪽같다’는 단어가 될 수 없다는 관점에서 보면 이 설은 신빙성이 없다.

그렇다면 ‘감쪽’의 어원은 도대체 무엇인가? 정말 그 어원이 ‘감쪽같이’ 사라진 것인가? 여기서 우리는 ‘감쪽’이라는 단어가 왜 사전에 실려 있지 않은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감쪽’이 사전에 실려 있지 않은 이유가 혹시 이것이 다른 단어로부터 변형된 어형이기 때문이 아닌가 의심해 볼 수 있는 것이다.

그 다른 단어는 ‘감접’일 가능성이 있다. 이 ‘감접’이 변하여 ‘감쪽’이 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감접’은 ‘감나무 가지를 다른 나무 그루에 붙이는 접’을 뜻한다. 대체로 감접은 ‘고욤나무’를 이용한다. 접을 붙일 때 그 바탕이 되는 나무를 대목(臺木)이라고 하는데 ‘감접’의 경우는 바로 이 ‘고욤나무’가 대목이 된다. ‘고욤나무’ 동아리 대목을 날카로운 칼로 벗긴 다음 눈이 달린 감나무의 가지를 붙이고 끈으로 칭칭 감아 두면 ‘고욤나무’와 ‘감나무’의 수액(水液)이 합쳐져 접이 붙는다. 접을 붙인 다음 해에는 ‘고욤나무’와 ‘감나무’가 밀착되어 접을 붙인 표시가 잘 나지 않는다. 그래서 ‘감접을 붙인 것처럼 흔적이 없는 상태’를 ‘감접같다’고 표현한다.

실제 ‘감접같다’는 단어가 『조선말큰사전』(1947)이나 그 이후에 나온 몇몇 큰 사전에 실려 있다(물론, ‘감접같다’는 표준어가 아니다). 그리고 이들 사전에서는 ‘감접같다’에서 ‘감쪽같다’가 나왔다는 유래 설명까지 곁들이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감접같다’가 ‘감쪽같다’로 변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변화는 그렇게 어색하지 않다. 먼저 ‘감접같다’가 [감쩝까따]로 발음이 난 다음 ‘쩝’의 받침 ‘ㅂ’이 ‘ㄱ’으로 교체되어 ‘감쩍같다’로 변했을 것이다. ‘감쩍같다’는 단어가 방언에 존재한다. 그 다음, 모음조화에 따라 ‘감쩍같다’가 ‘감쪽같다’로 변하였을 것이다. 이렇게 보면 ‘감접같다〉감쩝같다〉감쩍같다〉감쪽같다’와 같은 변화 과정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정말 궁금한 우리말 100가지 저자 조항범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