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엣가시

눈에 가시가 들어가면 얼마나 성가신가

 ‘눈’은 아주 예민한 감각기관이어서 웬만한 위험은 스스로 방어한다. ‘눈 깜짝할 사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눈은 순식간에 위험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한다. 물론 대처 시기를 놓쳐 눈에 이물질이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눈’에 들어갈 수 있는 이물질은 작은 티끌에서부터 제법 큰 ‘가시’나 ‘벌레’까지 아주 다양하다. 웬만한 이물질이야 눈물로 씻어내지만, 눈물로도 씻어내지 못하는 이물질도 있어 병원 신세를 지기도 한다. 특히 작은 ‘가시’가 들어갔을 경우는 참으로 빼내기 힘들다. 눈에 들어간 가시가 바로 ‘눈엣가시’이다.

‘눈엣가시’라는 단어가 표준어인데도 불구하고 이와 유사한 ‘눈에가시, 눈의가시, 눈에까시’ 등과 같은 유사 단어가 많이 쓰이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엣’을 포함하는 ‘눈엣가시’라는 단어의 어형이 좀 이상하다고 주장하며, ‘눈에가시’나 ‘눈의가시’가 맞다고 우겨대기까지 한다. 이런 억지 주장은 ‘－엣’을 잘못 이해한 까닭에서 나온 것이다.

‘눈엣가시’에 쓰인 ‘－엣’은 조사이다. 그러니까 ‘눈엣가시’는 ‘눈’과 ‘가시’라는 명사가 조사 ‘－엣’으로 연결된 형태가 된다. 조사 ‘－엣’은 장소를 가리키는 조사 ‘－에’와 소유를 나타내는 조사 ‘－ㅅ’이 결합된 복합 조사이다. 16세기에 쓰였던 ‘쟝앳디히(장아찌)’나 18세기에 쓰였던 ‘눈엣동(눈동자)’라는 단어를 참고하면, 일찍부터 ‘－엣’ 및 그것과 문법적 기능이 같은 ‘－앳’이라는 조사가 함께 쓰여 왔음을 알 수 있다. 현대국어 ‘웃음엣말(웃느라고 하는 말)’, ‘웃음엣소리(웃음엣말)’, ‘웃음엣짓(웃느라고 하는 짓)’ 등에서도 ‘－엣’이 확인되어 조사 ‘－엣’을 부정할 수 없다.

‘눈엣가시’가 ‘눈’과 ‘가시’ 사이에 소유격 조사가 개재된 어형이라면, 이는 ‘눈의 가시’ 즉 ‘눈에 들어간 가시’로 해석된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는 관용 표현이 있지만, 티끌이라도 눈에 들어가면 어찌 아프지 않고 성가시지 않겠는가? 가늘고 예리한 ‘가시’가 들어가면 그 고통의 정도는 더 심각하다.

‘눈’에 들어간 ‘가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성가신 존재이다. 눈에 들어간 가시처럼 성가시고 거슬리는 사람을 ‘눈엣가시’라고 한다. 미워 죽겠는데 어찌할 수 없는 사람이 바로 ‘눈엣가시’인 것이다. 가령 『삼국지(三國志)』의 ‘조조’에게 ‘유비’가 바로 그와 같은 존재이다.

‘눈엣가시’는 ‘첩(妾)’이라는 특별한 의미로도 쓰인다. 성가시고 껄끄러운 ‘눈엣가시’들이 도처에 있지만, 남편 옆에 붙어 있는 ‘첩’보다 더 성가시고 미운 ‘눈엣가시’는 없다. ‘눈엣가시’에 ‘첩’이라는 의미가 생겨난 것은 이 때문이다. ‘첩’에 대한 미움과 시새움이 얼마나 컸으면 ‘눈엣가시’에 ‘첩’이라는 의미가 생겨났을까 흥미롭다.

‘눈엣가시’와 같은 의미로 ‘안중정(眼中釘)’이라는 단어와 ‘눈 위에 혹’이라는 관용 표현도 쓰인다. ‘안중정’은 중국에서 들어온 말이다. ‘눈에 박힌 못’이라는 뜻이니 상상을 초월한다. ‘눈엣가시’보다 훨씬 강렬한 느낌이다. 이러한 표현에서도 중국 사람들의 허세와 허풍을 감지할 수 있다.

반면 ‘눈 위에 혹’이라는 표현은 일본에서 들어온 말이다. ‘눈’은 대단히 중요한 신체 부위이고 ‘혹’은 아주 쓸데없는 것이니, 눈 위에 난 혹은 함부로 건드리기 어려운 성가신 존재가 된다. ‘눈 안의 혹’이라면 몰라도 ‘눈 위의 혹’은 그 표현의 강도가 그리 세지 못하다. ‘눈’을 이용해 같은 상황을 표현하는 데 중국이 가장 강렬하게, 일본이 가장 약하게 표현하고 있다. 한국은 그 중간이다. 표현 방식에서도 한국이 중국과 일본 사이에 끼어 있는 듯하여 씁쓸한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