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유난히 매미 소리가 시끄러웠습니다. 이제 잦아들기는 했지만요

매미가 탈피를 하기 위해서는 수분이 필요한데 올해는 여름 초기에 마른 장마로 인해 매미가 제대로 탈피를 못하다가 늦은 비로 동시에 탈피가 되면서 한꺼번에 울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매미 소리가 신경에 거슬린다고 싫어 합니다. 물론 조금 예민한 사람들은 낮잠이라도자려고 하는데 매미 소리로 잠을 못자게 되면 그럴 수도 있을 법합니다. 하지만 제 경우에는 참 듣기 좋은 소리 중 하나입니다.

인간들이 내는 차소리나 공장 기계음 또 자신의 이익을 위해 목청을 높혀 내는 소리들과 비교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제겐 매미 소리가 들리는 여름이 되면 몇 해 전부터 한 가지 고민이 있었습니다.

그건 매미 소리를 글로 어떻게 표현하느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무슨 작가도 아니고, 소리학자도 아닌데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아마 뭔가 생각하며 산다는 티를 주변 사람들에게 보이고 싶어 그랬던 것 같습니다. "난 뻔소장이고 뭔가 특이한 뇌구조를 가졌다",,,,뭐 이런 또라이 같은 우월감을 보여주기 위해서 말입니다. ㅎㅎㅎ

이유야 어쨌건 여름이 되면 고민을 했고 만나는 사람들에게도 묻곤 했었습니다. 물론 정답은 찾지 못했고 주변 사람들도 속으로는 "별 미친 놈 다 있네"라고 말했겠지만 겉으로는 그거 쉽지 않네 하는 동의로 고개만 갸우뚱 했었죠.

매미 소리를 자세히 들어보면 때에 따라 장소에 따라 다 틀립니다.

보통 "맴맴맴"이렇게 운다고 배웠고 또 적곤하지만 정작 글로 쓰려면 거의 불가능합니다.

비슷하게 "촤르르,, 찌르르르, 떼떼떼떼....." 등으로 적어 봐도 비슷하기 하지만 정확하게 들어 맞는 건 없었습니다.

그런데 올해, 여름이 막 시작되었을 때 쯤이었습니다.

여의도 숲길을 걷다가 반가운 매미 소리를 들었는데  동시에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나는 왜 매미 소리를 그렇게 힘들게 표현하려고 애를 쓰나?

모든 사람들, 아주 어린 유치원생들도 그냥 "맴맴맴" 하고 적으면 "아! 그거 매미소리다"라고 바로 알아듣고 우리 모두 매미 소리는 맴맴맴으로 통하는데

제가 아무리 매미소리를 원음에 가깝게 표현한다고 해서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는 생각이 언뜻 들었던 거죠.

마치 고승이 10년 동안 동굴에서 묵언수행과 면벽수행을 통해 큰 깨달음을 얻은 것처럼 나도 그 순간만큼은 마치 어마어마한 진리를 깨달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물론 자뻑이지만요.ㅋㅋㅋ

우린 때로 난 왜 살고 있고, 무엇 때문에 살고,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를 고민합니다.

이런 질문에 대해 물론 철학자, 과학자, 종교인들의 다양한 해석과 답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냥 태어났으니까 사는 거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물론 이것도 그런 답 중 하나입니다. 전 뻔뻔하지만 남이 한 말을 마치 내가 한 말처럼 주장하고 싶지는 않습니다.ㅎㅎㅎ)라고 단순하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런 고민할 시간에 더 행복하게, 더 의미있는 생, 더 만족하는 삶이 되도록 노력하는 게 낮지 않을까요!

매미 우는 소리는 그냥 "맴맴맴"이고 우리도 그냥 사는 겁니다.  

지금도 매미가 신나고 울고 있는 소리가 멀리서 들립니다.

며칠 동안 계속 흐리고 비가 오지만 매일 매일 즐겁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