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前주공 사장 뇌물 등 적발…불법투기 여부 수사 확대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18일 출장비 명목으로 뇌물을 받고 신도시 개발 도면을 유출한 혐의(뇌물수수 및 부패방지법 위반)로 김진(56) 전 대한주택공사 사장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전 사장은 2004년 1월과 3월 지인 한모(47ㆍ구속)씨로부터 각각 2천달러(200만원)와 50만엔(500만원)을 출장비 명목으로 받았고 같은 해 5월 주공 사장실에서 한씨를 만나 택지개발예정지 도면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유출된 도면에는 주공이 대외비로 분류한 광명 배후신도시 및 파주운정 제3지구 신도시 개발 도면과 양주마전지구 등 8개 그린벨트 지역의 항공촬영사진 도면 및 위치도가 포함돼 있었다.

김 전 사장은 1998년 모 명문대 언론홍보대학원 최고위과정에서 `한국신문방송클럽'이란 단체 사무총장인 한씨를 만난 뒤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사장은 "한씨에게 건넨 도면은 각 지방자치단체에 공개되는 것이었기 때문에 `대외비' 수준은 아니었고 `준 대외비' 수준이었다"라고 주장하고 "돈을 받은 것도 평소 친분 관계 때문이었지 대가성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한씨는 2003년 10월부터 2004년 9월까지 김 전 사장 등 당시 주공 간부들에 대한 로비자금 명목으로 철거업자 이모(37ㆍ불구속입건)씨로부터 23차례에 걸쳐 2억7천881만원을 받은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지난 10일 구속됐다.

조사결과 한씨는 "김 사장과는 도면을 건네받을 정도로 절친한 사이"라며 친분을 과시하면서 철거공사 청탁 대가로 돈을 받았으나 받은 돈의 대부분은 자신이 가로채 써 버린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한씨와 이씨가 개발예정지역 부동산업자들로부터 매매정보 등을 수집한 점으로 미뤄 이들이 미공개 도면을 이용해 부동산 투기를 시도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수사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지금까지 파악한 바로는 한씨와 이씨 이외의 사람에게 도면이 유출되거나 실제 부동산 투기가 실행된 적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 전 사장은 광고업체와 협력업체 등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돼 항소심에서 징역 1년6월과 추징금 1억8천600만원을 선고받아 복역하다가 형기를 5개월 남긴 작년 8월 가석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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