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국무총리의 사퇴 여부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생각은 뭘까. '3ㆍ1절 골프' 파문에 휩싸인 이 총리가 사실상 사의를 표명했지만 노 대통령은 14일까지 아프리 카 순방길에 나섰다.
노 대통령의 결정 유보가 총리 사퇴를 전제로 부재중 원활한 국정 운영을 위한 것 이라는 해석이 우세했지만 한편으로는 여론 동향을 봐가며 유임을 저울질하고 있다 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번주 초까지만 해도 5월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이 총리의 사퇴는 당연한 수 순처럼 보였다.

하지만 청와대에서 나오는 발언은 사뭇 다른 분위기다.

이병완 비서실장은 이날 노 대통령이 이 총리 사퇴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마디로 대통령의 속뜻을 "난감하다"고 표현했다. 이 실장은 "대통령께서 는 사실관계를 중시한다"면서 "사실이 맞냐 틀리냐와 사실관계의 경중을 기준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또 "당에서는 선거를 고려할 수밖에 없겠지만 대통령께서는 국정 운영도 고려할 수 밖에 없다"고도 했다. 또 노 대통령과 이 총리가 손발을 잘 맞춰 국정을 운영해온 점을 강조했다.

이백만 청와대 홍보수석은 "신문, 언론에서 (이 총리가) 지금 물러나는 것을 전제 로 후임까지 논의되는데 후임을 논의한다는 것은 말이 안될 뿐만 아니라 거취 자체 가 논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홍보수석은 "골프 로비 미수라면 뭘 로비한다는 것인지, 미수라 하면 목적이 있 었을 것 아닌가"라고 반문하면서 "표현 자체가 굉장히 악의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

이 수석은 골프 파문과 관련해 격노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 면서 "대통령은 3ㆍ1절에, 더욱이 철도파업이 있는 날 골프 문제가 불거진 데 대해 아주 난감해 하는 표정이었다"고 전했다.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도 이 총리의 '3ㆍ1절 골프'를 '골프로비 미수사건'으로 규 정한 일부 언론 보도와 관련해 "그렇게 파악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당시 부산상공회의소 전임ㆍ차기 회장과 임원들이 참석했고 그들이 주류를 이뤘다"며 " 부산 상공인들이 지역 경제의 고충을 전하는 자리로 그 성격을 이해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청와대측의 잇단 해명이 노 대통령 의중을 옮긴 것은 아니겠지만 대통령 뜻이 반영 될 수밖에 없다.

이 총리는 지난 5일 대국민 사과에 이어 7일 국무회의에서 두 번째 사과했지만 공 식적으로 사의를 표명한 적은 아직 없다.

이 총리는 국무회의를 시작하면서 "3ㆍ1절에 사려깊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들에게 큰 걱정을 끼쳐드려 죄송하게 생각한다. 국무위원들에게도 미안하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6일 "외부에서 실시하는 여론조사 결과를 입수하거나 필요에 따라 자체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해 여론을 점검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대통령의 결정 유보를 단순히 순방기간에 '국정공백'을 염려한 조치라고 보기 어려운 대목이다.

더구나 노 대통령은 비위 사실이 밝혀지지 않는 한 여론에 밀려 공직을 사퇴시키지 않는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결국 총리 퇴진 여부는 노 대통령이 이 총리가 부적절 한 인물들과 골프 친 것을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달려 있다.

여권으로서는 이 총리가 사퇴할 경우 △분권형 국정운영 시스템 붕괴 △후임 총리 물색의 어려움 △저출산 고령화 대책 등 국정 현안 지연 등 현실적인 문제도 안고 있다.

[유봉석 기자 / 임성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