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엔가는
그대의 모습을 잊어버리는 날이 오겠죠.
가슴속에 자리잡은 느낌만으로도 행복했던
그 모습들조차 잃어버리는 날이 오겠죠.

한 때 행복했었다고,
그저 즐거운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고
아련함으로 그렇게 기억에 남게 되겠죠.

삶이란게 이런 것일까요.
잃어버림과 함께,
내 기억의 나날들도 함께 사라져버리는
공허하게 일부분들이 떨어져나가는 이러한 것일까요?

잊지 않으려합니다.
두 가지의 양분된 모습속에서 언제라도 기억할 수 있기를,
뇌리가 깊이 각인된 그 모습이 사라지지 않기를
삶에 검게 구멍이 난 볼품없는 모습이 되지 않기를..

어느 날엔가는
그대를 잊게 되겠죠.
아마 어떤 느낌이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
부분적인 기억상실증에 시달리겠죠.

하나씩 하나씩 소중한 기억들이 사라져가는
불안한 기억력을 소유하게 될테죠.

태초의 삶이 모든 것인냥
처음의 모습이 모든 것인냥
존재를 잃어가는 불투명한 순수로 변모하겠죠.

이미 눈 앞은 검은 안경이 씌여져 있는지 모릅니다.
닦고 또 닦아도 점점 어두워져만 가는 불투명한 검은 안경을 오늘도 매만집니다.
그대가 이 검은 안경을 벗겨주기를..
그대의 손길이 나의 기억상실증을 멈추어 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