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립이나 도장, 용접 등 단순 반복작업이나 위험한 산업현장에 주로 쓰이던 로봇이 가정으로 몰려오고 있다.
특히 과거처럼 외국 제품의 수입판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내 기업들이 직접 개발해 상품화하고 있는 데다, 그 유형도 가사와 방범, 오락, 교육용 등 일종의 ‘가족 도우미’ 형태로 다양화하고 있어 향후 몇년 안에 로봇이 가정 필수품으로 자리잡을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가정용 로봇의 선두주자는 로봇 전문 벤처기업인 유진로보틱스이다. 이 회사는 실생활용 홈로봇 ‘아이로비’를 4월부터 대당 437만5천원에 판매할 예정이다. 이 제품은 방문자 확인 외에 일정관리, 동화구연이나 영어학습 기능 등을 수행할 수 있다. 유진로보틱스는 또 보행 로봇에서 자동차로 변신할 수 있는 50만원대의 오락용 변신 로봇 ‘트랜스봇’을 5월부터 50만원대에 내놓을 예정이다.

벤처기업인 우리기술은 2001년 방범과 청소, 오락기능을 한꺼번에 갖춘 홈로봇 ‘아이작’을 개발해 상품화를 앞두고 있다. 이 회사는 ‘아이작’의 가격이 비싼 점에 착안해 우선 청소기능만 따로 떼어낸 로봇 청소기를 다음달 중 시판할 계획이다. 이 제품은 방전시 로봇이 알아서 충전대로 가서 재충전하는 기능을 갖고 있는데, 가격은 이미 나와 있는 청소용 로봇의 4분의 1~7분의 1인 60만원대인 것이 강점이다. 우리기술은 또 유리창닦이 로봇을 비롯한 2~3종의 오락·가정용 로봇을 개발중이며, 전시장이나 박물관 등의 안내 기능을 하는 ‘안내 로봇’을 개발해 판매중이다.

삼성전자는 청소년들의 과학교육과 오락용으로 개발한 인간형 로봇 ‘앤토’와 홈로봇 ‘아이꼬마’의 상품화를 추진중이다. 앤토는 무게가 2kg에 불과해 휴대가 가능하고, 전후진, 좌우회전, 머리 회전, 다양한 팔동작 뿐만 아니라 댄스, 태권도 등 다양한 동작이 가능해 로봇 태권경기에도 이용된다. 아이꼬마는 사람의 음성 명령에 응답하고 무선으로 인터넷 상의 다양한 정보와 가족 간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으며 외부 침입자를 감시 및 원격지에서 인터넷을 통해 접속하면 집안의 상황을 보고 들을 수 있는 방범기능도 있다.

한빛소프트는 실제 강아지를 본떠 만든 로봇 강아지 인형 ‘드림퍼피’를 일본 세가토이스에서 수입해 판매중이다. 이 제품은 센서를 통해 사람과의 거리를 판단하고 소리와 촉각으로 주인의 행동을 감지, 짖거나 꼬리치고 혓바닥을 내미는 등 다양한 반응을 보인다. 가격은 7만원대이다.

이밖에 컴퓨터 업체인 지이티와 프랑스 로봇 업체인 와니로보틱스가 공동으로 50만~60만원대 한국형 청소 로봇을 개발중이며, 한울로보틱스도 2대의 카메라와 30개의 센서가 달려 있는 청소용 로봇을 개발했다. 앞서 일렉트로룩스코리아(트롤로바이트)와 엘지전자(로보킹), 삼성전자(쿠르보) 등도 200만~300만원대의 청소용 로봇을 각각 출시한 바 있다.

김덕우 우리기술 사장은 “2020년에는 로봇산업이 자동차 시장을 능가할 정도로 성장할 것”이라며 “대기업이 주도해왔던 가전시장과 달리 ‘로봇가전시장’은 로봇 원천기술을 보유한 전문기업이 두각을 나타낼 것”이라고 말했다.

박효상 기자 hspar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