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vs 노무현 ‘돌아올 수 없는 강’ 건너나
이미지 2004.02.13 16:42:53
민주당에 전운(戰雲)이 짙다. 지난 대선에서 노무현(盧武鉉) 후보를 탄생시킨 정당이 노무현 정권과의 사생결단식 싸움을 선언하고 나섰다. ‘노무현 정권이 망하느냐, 민주당이 망하느냐’는 비장함이 민주당 주변에 감돌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과의 진검승부를 위한 칼을 빼어든 것이다.
이번 민주당의 싸움은 한화갑(韓和甲) 전 대표의 경선자금에 대한 수사가 빌미가 됐지만 민주당으로서는 자구책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 민주당이 한화갑 의원에 대한 검찰 수사를 ‘민주당 죽이기’라고 규정한 데서 알 수 있듯이 민주당은 그동안 열린우리당의 공세 앞에서 적지 않은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다. 민주당은 호남에서 줄곧 열린우리당에 비해 2~3배의 지지율 격차를 벌여왔지만,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광주에서 열린우리당(24.6%)이 민주당(21%)을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순형(趙舜衡) 대표 출범으로 반짝 인기를 누린 당 지지율이 ‘정동영 효과’ 앞에서 여지없이 무너지는 상황이었다.
더욱이 민주당은 한나라당과의 양강(兩强)구도 형성을 위한 열린우리당의 노골적인 와해 공세에 직면해 있었다. 민주당 의원 빼내기를 통한 ‘기호 2번’ 전략은 호남권 지자체장들에 대한 탈당 압박과 함께 상당한 위협이었다. 최근 열린우리당의 정동영(鄭東泳) 의장은 민주당 의원들에게 ‘탈당해서 오라’는 손짓을 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이번 한 의원에 대한 검찰 수사도 열린우리당의 입당 회유를 한 의원이 거부하자 보복성 응징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의원은 이번 사태 와중에 그간 진행된 열린우리당측의 입당 회유를 언급했고, 검찰 수사의 칼날이 자신을 겨눈다는 사실을 몇 개월 전부터 듣고 있었다는 얘기를 했다. 또 한 의원의 혐의를 3개월 전에 확인한 검찰이 이제서야 수사의 칼을 빼어든 것도 표적 수사의 의혹을 짙게 한다는 것이 민주당측의 주장이다.
이런 민주당 와해 공세의 최정점에 있는 것이 노무현 대통령이라는 게 민주당 내부의 분위기였고, 민주당에 대한 압력이 거세질수록 노 대통령에 대한 민주당의 반발은 더 심해질 수밖에 없었다. 예컨대 민주당은 지난 1월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노 대통령이 민주당을 ‘반(反) 개혁세력’으로 몰아가자 극렬하게 반발했다. 민주당은 청와대 앞 시위도 마다하지 않았고 조순형 대표는 “더러운 입으로 개혁을 말하지 말라”며 위험 수위에 가까운 발언을 했다.
당시 김영환(金榮煥) 대변인은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 노 대통령을 당선시킨 정당이라는 원죄(原罪) 의식에서 온정적인 태도를 취해왔지만 이제 노 대통령의 민주당 죽이기가 본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노 대통령에 대한 기대와 연민을 접고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열린우리당의 실질적 리더인 노 대통령을 타격하는 데 전력을 집중해야 민주당이 살 수 있다는 인식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열린우리당과의 ‘총선 공조’나 ‘총선 후 합당’ 같은 안일한 낙관론에 기댈 수 없다는 점이 점차 명확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 한화갑 의원에 대한 검찰 수사는 이런 위기 의식을 결정적으로 증폭시킨 계기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민주당의 지지기반인 호남을 대표하는 한 의원이 구속될 경우 민주당의 총선 전열은 와해될 수밖에 없고, 총선을 치르기도 어려운 지경에 빠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피부로 느낀 것이다. 결국 민주당은 ‘호남 지역당’으로 돌아가더라도 ‘생존’을 위해 노무현 정권과의 사생결단식 싸움을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민주당의 사생결단식 싸움은 ‘한화갑 지키기’를 넘어 총선을 겨냥한 대대적인 공세로 커가고 있다. 당초 한 의원은 검찰 조사를 받고 귀가한 다음날 구속을 각오하고 검찰에 출두할 방침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당직자는 “한 전 대표가 ‘나는 들어가 좀 쉬겠다’며 검찰 출두를 시사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경선자금 수사의 편파성을 오히려 여권에 대한 공격 호재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수세에서 공세로 자세를 전환했다. 한 당직자는 “여권이 경선자금 문제를 건드린 것이 얼마나 큰 실수였는지 알게 될 것”이라며 “우리는 승산있는 싸움을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지층 이탈 방지, 결집 효과 노려”
실제 이번 싸움 이후 민주당 지도부에는 “여론이 좋아지고 있다”는 보고가 올라오고 있다고 한다. 민주당 지도부는 DJ의 장남인 김홍일(金弘一) 의원이 복당한 것도 ‘김심(金心)’에 대한 관심을 다시 불러일으키며 지지층 결집에는 긍정적인 효과를 낳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가 이번 싸움을 시작하면서 과거 평민당 시절에 둘렀던 노란 목도리를 다시 꺼내들고 열린우리당과 ‘노란색 원조 논쟁’을 벌이는 것도 전통적 지지층을 겨냥한 것이다.
앞으로 민주당은 이번 싸움의 전선을 장내ㆍ외로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당장 민주당은 2월 3일 광주 구동체육관에서 정권 규탄대회를 갖고, 6대 도시에서 연속 집회를 갖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 당직자는 “한 전 대표가 집회에 나서서 ‘노무현 정권에 이렇게 당했다’는 고백을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총선을 불과 70여일 앞두고 정권 규탄 대회가 본격화될 경우 이는 곧 사활을 건 총선 싸움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장외 투쟁과 함께 국회에서의 무차별적인 폭로전도 준비 중이다. 민주당 지도부에서는 “실탄은 충분하다”며 노 대통령과 측근 비리에 대한 강도 높은 폭로전을 예고하고 있다. 민주당 주변에는 구체적인 의원들의 이름과 함께 민주당이 20여건의 ‘폭로 리스트’를 준비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민주당은 김경재(金景梓) 의원이 터뜨린 ‘동원 50억원’ 건도 신빙성이 높다는 자체 판단 아래 추가 폭로전을 예고하고 있다. 한 당직자는 “청와대가 ‘동원 건’에 대해서 긴장하고 있다는 것이 우리의 내부 정보”라고 말하기도 했다. “나와 대통령과 둘만 아는 얘기가 있다”고 말한 바 있는 김경재 의원은 지난 2월 2일 ‘동원 50억원’ 건과 관련된 성명서를 발표, “불법대선자금은 동원 최고 의사결정권자들의 업무상 배임 행위로 이뤄졌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민주당 장전형 수석 부대변인은 최근 노무현 정권의 아킬레스건으로 급부상한 ‘민경찬 펀드’와 관련해 “현 정부 차관급 인사가 개입됐다”는 주목할 만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부산서 믿을 만한 증언 수집”
민주당측은 정권 투쟁이 본격화되면서 관련 제보가 급증하고 있다는 주장도 편다. 이와 관련, 민주당 모 중진의원은 최근 부산으로 보좌진을 급파해 정권 비리에 대한 ‘믿을 만한 증언’을 수집했고 이를 지난 1월 31일 농성 중이던 한화갑 의원에게 극비리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지난 2월 2일 한나라당과 공조해 법사위를 통과시킨 대선자금 청문회도 주요 전장(戰場)으로 삼는다는 방침이다. 생방송으로 중계되는 청문회를 활용해 노무현 정권과 열린우리당에 대해 최대한 흠집을 내겠다는 전략이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이번 청문회에 안희정ㆍ이광재씨 등 노 대통령의 측근을 비롯, 노무현 정권의 ‘백화점식 비리’와 관련해 총 80여명의 증인과 참고인을 채택하기로 잠정 결정했다.
민주당의 이런 사활을 건 투쟁에 대해 여권에서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공을 들여온 호남 민심이 다시 흔들릴 가능성을 겨냥해 열린우리당 내부에서는 “검찰이 일을 망가뜨렸다”며 경선 자금을 건드린 검찰을 향해 원망어린 목소리도 나온다. 열린우리당으로서는 정치개혁의 정당성을 제공해온 검찰 수사가 결정적인 ‘편파성 시비’에 휘말린 것 자체가 총선 전략상 중대한 차질을 빚었다는 분위기이다. 여권 주변에서는 경선자금 수사가 대검이 아닌 서울지검에서 담당했다는 점을 들어 검찰 조직 내부의 ‘충성 경쟁’이 자충수를 범한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또 한화갑 의원이 2월 2일 농성을 풀면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검찰이 자신의 경선자금 수사 문제에 대해 청와대와 사전 조율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어 청와대가 검찰의 경선자금 수사 문제에 대해 어디까지 알고 있었느냐는 것도 관심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특히 청와대는 노 대통령의 측근인 안희정씨가 2002년 3월 5000만원의 불법경선자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자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편파 수사’를 둘러싼 민주당의 목소리를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노 대통령과 정동영 의장의 경선자금 문제를 수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사태가 치달은 것이 부담스러운 듯하다. 경선자금 수사가 본격화될 경우 대선자금 수사로 드러난 야당의 부패상이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열린우리당 “정 의장 부산 출마” 요청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린우리당에서는 “민주당의 투쟁이 기본적으로 지역감정에 기대는 낡은 정치 행태에 의존하고 있고, 앞으로 국회에서 ‘아니면 그만’이라는 식의 무차별적인 폭로전을 벌일 경우, 오히려 민심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며 “시간은 우리 편”이라는 낙관적인 전망도 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한 관계자는 “유권자들의 의식이 과거와 달라졌다는 것은 지난 대선에서 결정적으로 확인됐고 이러한 흐름은 이번 총선에서도 이어질 것”이라며 “낡은 행태로는 민심을 잡을 수 없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내부에서는 지역감정에 기대는 민주당의 전략을 원천봉쇄하기 위해 정동영 의장의 부산 출마 선언 등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장열 주간조선 기자(jrch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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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민주당의 싸움은 한화갑(韓和甲) 전 대표의 경선자금에 대한 수사가 빌미가 됐지만 민주당으로서는 자구책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 민주당이 한화갑 의원에 대한 검찰 수사를 ‘민주당 죽이기’라고 규정한 데서 알 수 있듯이 민주당은 그동안 열린우리당의 공세 앞에서 적지 않은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다. 민주당은 호남에서 줄곧 열린우리당에 비해 2~3배의 지지율 격차를 벌여왔지만,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광주에서 열린우리당(24.6%)이 민주당(21%)을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순형(趙舜衡) 대표 출범으로 반짝 인기를 누린 당 지지율이 ‘정동영 효과’ 앞에서 여지없이 무너지는 상황이었다.
더욱이 민주당은 한나라당과의 양강(兩强)구도 형성을 위한 열린우리당의 노골적인 와해 공세에 직면해 있었다. 민주당 의원 빼내기를 통한 ‘기호 2번’ 전략은 호남권 지자체장들에 대한 탈당 압박과 함께 상당한 위협이었다. 최근 열린우리당의 정동영(鄭東泳) 의장은 민주당 의원들에게 ‘탈당해서 오라’는 손짓을 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이번 한 의원에 대한 검찰 수사도 열린우리당의 입당 회유를 한 의원이 거부하자 보복성 응징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의원은 이번 사태 와중에 그간 진행된 열린우리당측의 입당 회유를 언급했고, 검찰 수사의 칼날이 자신을 겨눈다는 사실을 몇 개월 전부터 듣고 있었다는 얘기를 했다. 또 한 의원의 혐의를 3개월 전에 확인한 검찰이 이제서야 수사의 칼을 빼어든 것도 표적 수사의 의혹을 짙게 한다는 것이 민주당측의 주장이다.
이런 민주당 와해 공세의 최정점에 있는 것이 노무현 대통령이라는 게 민주당 내부의 분위기였고, 민주당에 대한 압력이 거세질수록 노 대통령에 대한 민주당의 반발은 더 심해질 수밖에 없었다. 예컨대 민주당은 지난 1월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노 대통령이 민주당을 ‘반(反) 개혁세력’으로 몰아가자 극렬하게 반발했다. 민주당은 청와대 앞 시위도 마다하지 않았고 조순형 대표는 “더러운 입으로 개혁을 말하지 말라”며 위험 수위에 가까운 발언을 했다.
당시 김영환(金榮煥) 대변인은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 노 대통령을 당선시킨 정당이라는 원죄(原罪) 의식에서 온정적인 태도를 취해왔지만 이제 노 대통령의 민주당 죽이기가 본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노 대통령에 대한 기대와 연민을 접고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열린우리당의 실질적 리더인 노 대통령을 타격하는 데 전력을 집중해야 민주당이 살 수 있다는 인식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열린우리당과의 ‘총선 공조’나 ‘총선 후 합당’ 같은 안일한 낙관론에 기댈 수 없다는 점이 점차 명확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 한화갑 의원에 대한 검찰 수사는 이런 위기 의식을 결정적으로 증폭시킨 계기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민주당의 지지기반인 호남을 대표하는 한 의원이 구속될 경우 민주당의 총선 전열은 와해될 수밖에 없고, 총선을 치르기도 어려운 지경에 빠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피부로 느낀 것이다. 결국 민주당은 ‘호남 지역당’으로 돌아가더라도 ‘생존’을 위해 노무현 정권과의 사생결단식 싸움을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민주당의 사생결단식 싸움은 ‘한화갑 지키기’를 넘어 총선을 겨냥한 대대적인 공세로 커가고 있다. 당초 한 의원은 검찰 조사를 받고 귀가한 다음날 구속을 각오하고 검찰에 출두할 방침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당직자는 “한 전 대표가 ‘나는 들어가 좀 쉬겠다’며 검찰 출두를 시사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경선자금 수사의 편파성을 오히려 여권에 대한 공격 호재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수세에서 공세로 자세를 전환했다. 한 당직자는 “여권이 경선자금 문제를 건드린 것이 얼마나 큰 실수였는지 알게 될 것”이라며 “우리는 승산있는 싸움을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지층 이탈 방지, 결집 효과 노려”
실제 이번 싸움 이후 민주당 지도부에는 “여론이 좋아지고 있다”는 보고가 올라오고 있다고 한다. 민주당 지도부는 DJ의 장남인 김홍일(金弘一) 의원이 복당한 것도 ‘김심(金心)’에 대한 관심을 다시 불러일으키며 지지층 결집에는 긍정적인 효과를 낳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가 이번 싸움을 시작하면서 과거 평민당 시절에 둘렀던 노란 목도리를 다시 꺼내들고 열린우리당과 ‘노란색 원조 논쟁’을 벌이는 것도 전통적 지지층을 겨냥한 것이다.
앞으로 민주당은 이번 싸움의 전선을 장내ㆍ외로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당장 민주당은 2월 3일 광주 구동체육관에서 정권 규탄대회를 갖고, 6대 도시에서 연속 집회를 갖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 당직자는 “한 전 대표가 집회에 나서서 ‘노무현 정권에 이렇게 당했다’는 고백을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총선을 불과 70여일 앞두고 정권 규탄 대회가 본격화될 경우 이는 곧 사활을 건 총선 싸움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장외 투쟁과 함께 국회에서의 무차별적인 폭로전도 준비 중이다. 민주당 지도부에서는 “실탄은 충분하다”며 노 대통령과 측근 비리에 대한 강도 높은 폭로전을 예고하고 있다. 민주당 주변에는 구체적인 의원들의 이름과 함께 민주당이 20여건의 ‘폭로 리스트’를 준비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민주당은 김경재(金景梓) 의원이 터뜨린 ‘동원 50억원’ 건도 신빙성이 높다는 자체 판단 아래 추가 폭로전을 예고하고 있다. 한 당직자는 “청와대가 ‘동원 건’에 대해서 긴장하고 있다는 것이 우리의 내부 정보”라고 말하기도 했다. “나와 대통령과 둘만 아는 얘기가 있다”고 말한 바 있는 김경재 의원은 지난 2월 2일 ‘동원 50억원’ 건과 관련된 성명서를 발표, “불법대선자금은 동원 최고 의사결정권자들의 업무상 배임 행위로 이뤄졌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민주당 장전형 수석 부대변인은 최근 노무현 정권의 아킬레스건으로 급부상한 ‘민경찬 펀드’와 관련해 “현 정부 차관급 인사가 개입됐다”는 주목할 만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부산서 믿을 만한 증언 수집”
민주당측은 정권 투쟁이 본격화되면서 관련 제보가 급증하고 있다는 주장도 편다. 이와 관련, 민주당 모 중진의원은 최근 부산으로 보좌진을 급파해 정권 비리에 대한 ‘믿을 만한 증언’을 수집했고 이를 지난 1월 31일 농성 중이던 한화갑 의원에게 극비리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지난 2월 2일 한나라당과 공조해 법사위를 통과시킨 대선자금 청문회도 주요 전장(戰場)으로 삼는다는 방침이다. 생방송으로 중계되는 청문회를 활용해 노무현 정권과 열린우리당에 대해 최대한 흠집을 내겠다는 전략이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이번 청문회에 안희정ㆍ이광재씨 등 노 대통령의 측근을 비롯, 노무현 정권의 ‘백화점식 비리’와 관련해 총 80여명의 증인과 참고인을 채택하기로 잠정 결정했다.
민주당의 이런 사활을 건 투쟁에 대해 여권에서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공을 들여온 호남 민심이 다시 흔들릴 가능성을 겨냥해 열린우리당 내부에서는 “검찰이 일을 망가뜨렸다”며 경선 자금을 건드린 검찰을 향해 원망어린 목소리도 나온다. 열린우리당으로서는 정치개혁의 정당성을 제공해온 검찰 수사가 결정적인 ‘편파성 시비’에 휘말린 것 자체가 총선 전략상 중대한 차질을 빚었다는 분위기이다. 여권 주변에서는 경선자금 수사가 대검이 아닌 서울지검에서 담당했다는 점을 들어 검찰 조직 내부의 ‘충성 경쟁’이 자충수를 범한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또 한화갑 의원이 2월 2일 농성을 풀면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검찰이 자신의 경선자금 수사 문제에 대해 청와대와 사전 조율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어 청와대가 검찰의 경선자금 수사 문제에 대해 어디까지 알고 있었느냐는 것도 관심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특히 청와대는 노 대통령의 측근인 안희정씨가 2002년 3월 5000만원의 불법경선자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자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편파 수사’를 둘러싼 민주당의 목소리를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노 대통령과 정동영 의장의 경선자금 문제를 수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사태가 치달은 것이 부담스러운 듯하다. 경선자금 수사가 본격화될 경우 대선자금 수사로 드러난 야당의 부패상이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열린우리당 “정 의장 부산 출마” 요청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린우리당에서는 “민주당의 투쟁이 기본적으로 지역감정에 기대는 낡은 정치 행태에 의존하고 있고, 앞으로 국회에서 ‘아니면 그만’이라는 식의 무차별적인 폭로전을 벌일 경우, 오히려 민심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며 “시간은 우리 편”이라는 낙관적인 전망도 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한 관계자는 “유권자들의 의식이 과거와 달라졌다는 것은 지난 대선에서 결정적으로 확인됐고 이러한 흐름은 이번 총선에서도 이어질 것”이라며 “낡은 행태로는 민심을 잡을 수 없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내부에서는 지역감정에 기대는 민주당의 전략을 원천봉쇄하기 위해 정동영 의장의 부산 출마 선언 등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장열 주간조선 기자(jrch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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