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6일 문화재청이 덕수궁미술관에서 긴급히 마련한 제주도 구석기시대 사람 발자국 화석에 관한 기자회견에서 이인규 문화재위원회 천연기념물분과 위원장은 "이것은 세계적 발견"이라고 의미를 평가했다.

이날 회견에는 화석류 발견자인 김정률 한국교원대 교수와 문화재청의 이동식 문화유산국장과 임덕수(林德洙) 천연기념물과장, 학계에서는 이 위원장 외에 천연기념물분과위원으로 고생물학 전공인 양승영 경북대 교수가 참석했다.

문화재청이 이 위원장과 양 교수를 동석하게 한 것은 이번 발표가 갖는 중요성을 충분히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제주도 화석 유적이 사람 흔적으로 밝혀진다면 이 위원장 말대로 '세계적' 사건이 될 수도 있겠으나 판단에 결정적인 오류가 있을 경우 그것은 국가 및 한국학계의 위신 추락까지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이날 기자회견에서 문화재청과 이 위원장 및 양 교수는 어느 유적보다 이번 제주도 화석 유적, 특히 그 중에서도 사람 발자국 화석에 대해 거듭된 토의와 철저한 현지조사를 거쳤음을 여러 번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문제의 발자국 화석이 사람이 남긴 것임을 확인하기 위해 이날 기자회견을 진행한 임 천연기념물과장을 '실험'에 이용하기도 했다고 실토했다.

문화재청 주최 현지 조사가 실시된 것은 지난달 26일. 여기에는 이 위원장을 비롯한 천연기념물분과 위원들과 임 과장이 있었다.

현장에는 사람의 족적으로 판단되는 이들 화석이 이리 저리 열을 지어 응회암에 박혀 있었다. 사람이라면 아마도 세 사람 정도가 방향을 달리 하며 걸어가며 남긴 흔적 같았다. 하지만 이것이 사람의 족적인지는 철저한 검증이 있어야 했다.

사람 족적은 유인원이나 곰의 그것과 구별이 쉽지 않다. 하지만 방법은 있다. 원숭이나 오랑우탄 같은 유인원과 곰은 평발이다.

물론 사람에게도 드물게 평발이 있으나 대체로 발뒤꿈치와 앞꿈치 중간 발바닥은 무지개 모양으로 들어간 아크(arch)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니 이들 족적이 사람 것이라면 바닥 한가운데 부분이 아크로 인해 볼록하게 솟아있을 것이며, 유인원이나 곰이 남긴 흔적이라면 편평할 것이다.

그러나 육안으로는 그것을 판단하기는 힘들었다.

그래서 이 위원장은 발 크기가 족적과 가장 비슷할 것으로 생각되는 임 과장에게 양말을 벗고 들어가 족적 화석을 따라 그대로 걸어봐 달라고 부탁했다.

족적에 맨발을 딛는 순간, 임 과장은 비록 발은 시렸으나 평소 싣던 구두만큼이나 딱 들어맞는 것 같다는 느낌이 왔다. 특히 사람이 걸을 때 아크로 인해 생긴 듯한 볼록한 부분이 족적 바닥에서 뚜렷이 느껴졌다.

족적을 따라 다 걷고 난 임 과장을 기다리던 이 위원장은 즉시 임 과장의 다리 한쪽을 붙들어 올리고서는 발바닥을 검사했다. 앞꿈치와 뒤꿈치는 말할 것도 없고 임 과장 발바닥은 아크까지 족적 화석과 딱 들어맞은 흔적이 뚜렷했다.

이들 족적 화석류가 사람의 흔적임은 이렇게 해서 확인됐다.

이 위원장은 사람 족적을 비롯한 이들 화석류가 5만년 전 중기 구석기시대에 속한다는 근거에 대해서는 "이번 암석층과 같은 한반도내 다른 지역 지층에 대한 자연과학적인 연대측정 결과 5만년 전이라는 수치가 나온 점을 근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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