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어깨너머 짊어지고 오던 세발자전거에
심장이 멎을듯 기쁠 때가 있었습니다.

이성이 뭔지 모를 다섯살 꼬마가 집앞 공사장 모래터에서 소꼽놀이하며
처음으로 여자를 두고 남자끼리 다툴 때가 있었습니다.

흰고무신을 반으로 접어 손으로 붕붕 밀면 근사한 저만의 자동차가 되었습니다.

흰고무신을 물위에 띄우면 어느덧 전 선장이 되어 있었습니다.

마을성당 파란눈의 신부님을 보면
너무 무서워 정신없이 줄행랑을 치곤 했었습니다.

수북히 집에 쌓인 종이딱지와 구슬이 너무 큰 재산일 때가 있었습니다.

연탄불위 국자에 설탕과 소다를 넣어 먹는 노란색의 사탕에...
어린아이는 그곳으로 출퇴근을 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흑백사진에 찍힌 피부색이 진짜 살색깔인줄 믿던 때가 있었습니다.

등교첫날 새 짝꿍과 만나서 하는 첫인사는 책상 가운데 금긋기이던 때가 있었습니다.

회충검사 변봉투가 지겨워 울집 강아지 복실이의 똥을 담아 오던 때가 있었습니다.

엄마따라 여탕에 가서 등짝 얻어맞으며 피부가 벌겋도록 빡빡 밀리던 그게 싫어서
엄마 이태리타올 챙기면 도망다니던 때가 있었습니다.

컬러TV 갖고 있던 집에 놀러가 오색색깔 화면에 넋을 잃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때가 있었습니다.


그립다는게 무언지 알아갈 때 시간은 쉼없는 재촉을 합니다.
그립다는게 무언지 알아갈 때 돌아갈 수 없는 다리를 건너왔습니다.


그래서 가슴에 사무치는게 그리움인가 봅니다.


벽에 걸려있는 시계 초침소리의 압박에 어린시절의 회상은 빛바랜 수채화로 퇴색되어 갑니다.



******월요일의 해오름에 밝은 미소보단 긴 한숨소리가
언제부터인가 너무 익숙해져 있습니다.
과거를 지향하는 자는 발전이, 미래가 없다라는 명제보다
"나 다시 돌아갈래" 하며 절규하는 남자배우의 영화속 한장면이
더욱 더 각인되어 오는건
현실에 묻혀가는 고독하고 소외되어버린
우리의 자화상을 볼수 있기 때문은 아닐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