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가장스트레스 받을 때는?
직장인 2003.09.25 08:27:32
부하 “합리적 대안 제시해도 상사가 외면할 때” 27%
상사 “할 일 다른 사람에 떠넘기는 부하를 볼 때” 25%
동료 “상사에게 지나치게 아부하는 동료를 볼 때” 30%
직장인에게 동료들은 가족을 제외하고 가장 오랜 시간 얼굴을 맞대는 사람들이다. 어쩌면 직장동료와 지내는 시간이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보다 더 많을 수도 있다. 얼굴을 마주하는 시간에 비례해 업무적으로 혹은 비업무적으로 서로 인간적 감정이 부딪치는 시간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부하직원은 상사로부터 언제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을까. 반대로 가장 고무되는 때는 언제일까. 상사에게는 부하가 언제 가장 밉고 가장 예쁠까. 또 동료들간의 감정은 언제 변할까. 두산그룹 계열사 직원 168명(중간관리자 68명, 일반 직원 100명)에게 설문을 돌려 직장인들의 속내를 들여다보았다.
■ 상사에 대한 부하의 감정
부하는 업무적으로 언제 스트레스를 받을까
“업무 지시사항 자주 바꾸면 어떡해” 22%
직장인들은 마음속으로나마 사표를 품고 다닌다고 한다. 실적에 대한 스트레스뿐 아니라 상사, 부하, 동료들과 인간관계를 제대로 유지하지 못할 경우 직장생활을 계속하기가 힘들다. 부하들에게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주는 사람은 아무래도 직속상관이다. 업무와 관련해 상사로부터 언제 스트레스를 받을까.
부하들은 ‘상사의 불합리한 지시에 대해 합리적 대안을 내세워도 수용하지 않을 때’(27%) 스트레스를 느끼는 경우가 가장 많다. 부하 처지에서는 감히 상사가 틀렸다고 말하기는 무척 힘들다. 그런 심적 부담을 이겨내고 나름대로 합리적 대안을 제시했는데도 ‘무엄하게도…’라며 묵살할 때 다 때려치우고 싶은 심정이다.
업무 지시사항이 자주 바뀔 때(22%)도 참기 힘들다. 아침 지시 다르고 저녁 지시 다르면 일에 대한 의욕이 생겨날 리 없다. 업무 성과에 대해 칭찬이나 포상을 받지 못하는 등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할 때(13%)도 짜증나기는 마찬가지다. ‘신상(信賞)은 없고 필벌(必罰)만 있다’는 직장 내 우스개에는 칭찬에 인색한 상사에 대한 감정이 담겨 있다.
지시사항을 무조건 달성하라고 할 때(11%), 지시 업무가 지나치게 과중할 때(9%), 사소한 업무상 실수를 지나치게 혼낼 때(8%), 업무 성과에 대해 동료들과 자주 비교할 때(4%), 업무지시 때 성차별을 느낄 때(3%)도 스트레스 지수는 높아진다.
비업무상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언제일까
“술 마시라고 자꾸 강요하면 짜증” 25%
술에 약한 부하직원이 애주가 상사를 만나면 회사 생활이 고역이다. 신세대 직원이 늘어난 요즘은 직장 상사가 무조건 ‘나를 따르라’고 외치기 힘들지만 여전히 ‘전통’을 고수하는 상사도 있다. 이처럼 부하들은 비업무적으로는 상사가 음주 등 자신의 취향을 자주 요구할 때(25%) 스트레스 받는다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상사가 사적인 일을 자주 부탁할 때(15%)도 혈압이 올라간다. 연애편지 써달라는 상사는 없겠지만 상사로부터 개인적 일을 부탁받은 부하들 입장에선 ‘공과 사’를 엄격히 구분해 달라고 요구하기 힘들다.
지나치게 엄격한 군대식 상하관계를 요구할 때(14%)도 심적 고통이 크다. 한국 남성은 대개 군대 경험이 있어 기업 조직이 군대식 상하관계로 형성되기 쉽다. ‘명령에 살고 명령에 죽는’ 군대식 문화는 직장생활을 숨막히게 한다.
상사가 자신의 ‘영원한 부하’가 되라고 줄서기를 강요할 때(9%)도 괴롭다. 보스 기질이 강한 상사는 ‘너의 미래를 내가 보장해 줄 테니 나를 따르라’고 요구한다. 상사가 다른 상사와 부딪쳤을 때 한편에 서야만 하는 부하들은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이다.
상사가 부하 자신의 사적(私的) 비밀을 회식 자리 등에서 공개할 때(8%)도 황당함을 느낀다. 여러 사람 앞에서 느닷없이 가슴 속에 꼭꼭 숨겨둔 비밀이 폭로된다면? 끔찍한 상황이다. 특정 부원을 사적 연줄로 편애할 때(6%)도 입이 삐죽 나온다. 학연·지연도 모자라 군대연·취미연 등 온갖 연줄을 동원해 예쁜 놈과 미운 놈을 구별하는 상사는 ‘지구를 떠나라’형이다. 부원간의 경쟁을 지나치게 부추길 때(6%)도 마찬가지다.
상사와 관계에서 가장 흐뭇할 때는
“분위기 밝게 하는 상사가 멋지다” 25%
반면 부하직원들은 상사가 조직 분위기를 항상 밝게 유지하려고 노력할 때(25%) 자신도 모르게 신바람이 난다. 아침에 가벼운 인사말이라도 던지고 업무에 지쳐있을 때 유머 한마디를 하는 상사에게는 절로 존경심을 갖는다. 상사들은 유머집이라도 열심히 외워 가끔 써먹어야 한다.
일하는 스타일이 맞을 때(23%) 부하들은 확실히 즐겁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코드가 맞아야 한다. 업무 스타일이 다르면 그것만큼 짜증나는 일이 없다. 하지만 침대에 맞게 긴 다리를 잘라야 하는 것은 상사가 아니라 부하다. 인사철엔 코드가 맞는 상사가 오기를 기도하는 것이 부하들이다.
자신의 잘못에 대해 대신 책임져 줄 때(14%) 상사의 용기와 도량에 감동한다. 시퍼런 구조조정 칼날이 수시로 직장인들의 목을 겨누고 있는 요즘 내 잘못을 안아주는 상사를 만난다면 감동 그 자체다.
회식 등 비업무 자리에서 부하의 취향을 존중해줄 때(14%)도 상사의 인기는 올라간다. 폭탄주가 싫다고 하면 위스키가 담긴 뇌관을 제거해 주고 영화를 좋아한다면 가끔 영화관람을 시켜주는 상사는 부하들 사이에서 평판이 좋을 수밖에 없다.
부원 인사관리가 공평무사할 때(14%)도 부하들의 머리는 맑아진다. 또 잘한 일은 크게 칭찬하고 못한 일은 작게 꾸짖을 때(8%) 부하들은 ‘이 상사에게는 충성해야 한다’고 다짐해 본다.
■ 상사가 부하를 보는 눈
업무적으로 부하가 언제 스트레스를 주나
“일처리 제대로 못하는 부하는 밉다” 22%
부장, 과장 등 회사의 중간관리자들은 업무와 관련해 부하들이 어떤 행동을 할 때 가장 스트레스를 받을까. 우선 ‘지시업무의 중요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안일하게 처리할 때’(22%)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관리자 본인은 중요한 업무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업무의 진척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데 정작 실무를 맡은 부하는 엉뚱하게 가볍게 처리하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면 결재판을 얼굴에 던지고 싶은 심정일 게다.
업무지시를 차일피일 미루는 경우(21%)도 부하의 머리에 꿀밤을 먹여주고 싶다. 이른바 ‘뺀질이’형을 싫어하는 셈이다. 상사의 업무지시가 불가능하다면서 정면에서 다른 소리를 할 때(18%) 역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자신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과제를 상사나 동료에게 미룰 때(13%), 업무 지시를 잘못 이해하고 엉뚱한 일을 했을 때(9%), 지시한 업무의 성과가 형편없을 때(7%), 업무지시를 받고는 뒤에서 궁시렁거릴 때(6%)도 부하들은 미운 오리 새끼로 변한다.
비업무적으로 부하가 미울 때는
“지각·결근 자주하면 스트레스” 20%
비업무적으로 부하가 미울 때도 있다. 무엇보다 ‘얌체’형을 못참는다. 회사 생활을 하다보면 꼭 업무가 아니더라도 귀찮고 어려운 일이 생기게 마련이다. 누군가는 해야하는 일을 대개 아랫사람이나 동료들에게 떠넘길 때(25%) 상사는 그 부하를 낮게 평가하게 된다. 이런 일을 자주 목격하면 ‘연말 인사고과에서 힘을 행사할 것’이라고 ‘보복’을 노린다.
부하직원이 지각, 결근 등 근태가 불량할 때(20%)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밤을 낮 삼아 노는지 도통 아침 출근 시간을 지키지 않는 부하에겐 정이 덜 간다. 결근은 더더욱 금기사항이다. 회식자리를 빠지는 등 개인적 행동을 자주 할 때(18%) 역시 짜증이 난다. 모처럼 회식자리를 만들어 상사와 부하가 단합된 모습을 보이려고 하는데 찬물을 끼얹는 개인주의형 부하는 정말 싫다!
상사도 인간이다. 자신에 대한 부하의 험담을 다른 경로를 통해 들었을 때(16%)는 얼굴이 후끈 달아오를 수밖에 없다. ‘아니 면전에선 덕담을 늘어놓더니 다른 곳에선 나를 비방해.’ 배신감에 부르르 떨게 된다.
인사문제를 다른 경로를 통해 해결하려고 할 때(9%), 인사·봉급 문제에 대해 자주 불평할 때(4%), 동료들에게 과도한 음주, 유흥을 자주 권유할 때(2%)도 부하에 대한 감정이 곱지 않게 변한다.
부하가 사랑스러워 보일 때는
“업무 실적 좋으면 기분 최고” 28%
부하 직원 때문에 상사의 기분이 날아갈 때도 있다. 부하직원과 관계에서 어떤 때가 가장 흐뭇할까.
회사 일은 실적이 말해준다. 아무래도 업무 실적이 좋을 때(28%) 상사는 그 부하를 꼭 안아주고 싶어진다. 부서의 실적은 본인뿐 아니라 상사의 평가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기 때문인 것은 불문가지.
부원들간의 갈등해소 등 조직의 분위기를 좋게 유지하려고 항상 노력할 때(22%) 그 부하를 보는 눈은 부드러워진다. 실적에 못지 않게 항상 부서의 분위기를 고려하는 인간관계 중시형을 상사는 높이 평가하는 것이다.
업무든 비업무든 부서의 어려운 일을 동료에게 떠넘기기보다는 자신이 맡아서 할 때(16%) 상사는 감동한다. ‘아니 이 친구, 이런 구석이 있었구나.’ 또 부하가 상사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늘 보좌하려는 노력을 보일 때(15%)도 상사는 눈물을 왈칵 쏟는다.
■ 동료간의 관계
업무적으로 동료로부터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
“아쉬울 때 모른 척 하는 동료는 밥맛” 27%
회사 동료는 동반자이면서 동시에 경쟁자이기도 하다. 학창시절처럼 공부를 잘하건 못하건 함께 진학하는 것이 아니다. 오늘의 동료가 내일의 상사가 될 수 있다. 경쟁이 심하면 인간관계도 메마르게 된다.
동료와 관계에서는 ‘업무상 도움은 자주 청하면서도, 정작 남의 도움은 갖은 핑계로 외면할 때’(27%)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속으로 ‘정말 치사한 X’라는 욕이 튀어나온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자주 떠넘길 때(24%)도 한마디 해주고 싶어진다. ‘자기는 손이 없나, 발이 없나.’ 애주가라면 이날은 소주 한잔 해야 스트레스가 풀린다.
업무상 노하우를 공유하기보다는 독차지하려고 할 때(20%)도 짜증난다. 학창시절 삶은 달걀을 꼭 도시락 밥 밑에 꼭꼭 숨겨서 오는 동창생을 떠올리게 하는 동료들은 직장에서도 발견된다. 함께 한 일을 자신의 공으로 주장할 때(16%) 직장인들은 황당하다. ‘아니 어떻게 저렇게 뻔뻔할 수가!’ 함께 노력해 이룬 성과를 마치 자신의 아이디어와 추진력으로 된 것처럼 동네방네 떠들 수 있을까. ‘연구대상’이라고 치부해야 그나마 스트레스가 날아간다.
비업무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연줄 만들고 왕따 시키면 못참아” 17%
비업무상으로도 함께 하는 시간이 많은 것이 바로 직장 동료다. 직속 상관과 함께 하기 어려운 유흥도 같이 할 수 있는 직장 동료는 어쩌면 학교 동창생들보다 더 가까운 사이다. 하지만 친하면서도 경쟁을 해야 하는 이상한 관계다.
이런 관계 때문인지 동료가 ‘상사에게 지나치게 아부할 때’(30%)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직장인들이 가장 많다. ‘혼자 점수 따겠다는 거지.’ 속이 느글거린다. 또 조직 내에서 연줄을 동원해 파벌을 만들거나 특정인을 ‘왕따’ 시킬 때(17%) 화를 참기 힘들다.
나에 대한 험담을 주위사람들에게 할 때(13%)도 자리에 가만히 앉아있을 수가 없다. ‘그래, 술자리에서 가끔 실수도 하지. 아니 그렇다고 내 흉을 떠들고 다녀. 아무리 술자리 안주가 남에 대한 험담이라지만 정도껏 해야 하는 것 아니야. 나 좀 제발 놔 둬.’
부원들간에 지나친 경쟁의식을 부추길 때(8%)도 동료 얼굴을 보고 싶지 않다. ‘어차피 회사와 상사가 업무실적 높이라고 닥달하지 않나. 브루투스여, 너마저 그럴 필요가 있냐.’
사적인 부탁을 많이 할 때(6%), 돈을 꾸는 등 금전 관계상 어려움을 줄 때(3%) 동료는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 된다.
동료가 나를 흐뭇하게 할 때는
“분위기 생각하며 일하면 흐뭇” 36%
조직생활에선 그래도 동료애라는 것이 있다. 나를 가장 흐뭇하게 하는 동료는 누구일까. 조직의 분위기를 항상 생각하는 업무 스타일을 보일 때(36%) 그 동료에겐 정말 진한 감동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런 동료들만 있다면 직장생활도 천국이 될지 모른다.
동료가 업무상의 도움을 흔쾌히 수용할 때(28%)도 하루의 스트레스가 말끔히 사라진다. ‘자기 업무에도 시간이 모자랄 텐데, 당신한텐 정말 배울 것이 많아.’ 속으로 가만히 외쳐본다.
업무를 떠나 취미 등 개인적 취향이 맞는 동료(17%)는 아예 친구가 된다. 또 함께 한 일을 자신만의 공으로 내세우지 않을 때(10%)도 진한 동료애를 맛보게 된다.
상사 앞에서 나에 대한 칭찬을 해 줄 때(5%)는 ‘어디서 이런 천사가 날아왔지’라고 묻지 않을 수 없다. 금전 관계 등 사적인 어려움을 전혀 주지 않을 때(1%) 그 동료는 대환영이다.
== 이거산 주간조선 차장대우 bigmt@chosun.com
상사 “할 일 다른 사람에 떠넘기는 부하를 볼 때” 25%
동료 “상사에게 지나치게 아부하는 동료를 볼 때” 30%
직장인에게 동료들은 가족을 제외하고 가장 오랜 시간 얼굴을 맞대는 사람들이다. 어쩌면 직장동료와 지내는 시간이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보다 더 많을 수도 있다. 얼굴을 마주하는 시간에 비례해 업무적으로 혹은 비업무적으로 서로 인간적 감정이 부딪치는 시간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부하직원은 상사로부터 언제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을까. 반대로 가장 고무되는 때는 언제일까. 상사에게는 부하가 언제 가장 밉고 가장 예쁠까. 또 동료들간의 감정은 언제 변할까. 두산그룹 계열사 직원 168명(중간관리자 68명, 일반 직원 100명)에게 설문을 돌려 직장인들의 속내를 들여다보았다.
■ 상사에 대한 부하의 감정
부하는 업무적으로 언제 스트레스를 받을까
“업무 지시사항 자주 바꾸면 어떡해” 22%
직장인들은 마음속으로나마 사표를 품고 다닌다고 한다. 실적에 대한 스트레스뿐 아니라 상사, 부하, 동료들과 인간관계를 제대로 유지하지 못할 경우 직장생활을 계속하기가 힘들다. 부하들에게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주는 사람은 아무래도 직속상관이다. 업무와 관련해 상사로부터 언제 스트레스를 받을까.
부하들은 ‘상사의 불합리한 지시에 대해 합리적 대안을 내세워도 수용하지 않을 때’(27%) 스트레스를 느끼는 경우가 가장 많다. 부하 처지에서는 감히 상사가 틀렸다고 말하기는 무척 힘들다. 그런 심적 부담을 이겨내고 나름대로 합리적 대안을 제시했는데도 ‘무엄하게도…’라며 묵살할 때 다 때려치우고 싶은 심정이다.
업무 지시사항이 자주 바뀔 때(22%)도 참기 힘들다. 아침 지시 다르고 저녁 지시 다르면 일에 대한 의욕이 생겨날 리 없다. 업무 성과에 대해 칭찬이나 포상을 받지 못하는 등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할 때(13%)도 짜증나기는 마찬가지다. ‘신상(信賞)은 없고 필벌(必罰)만 있다’는 직장 내 우스개에는 칭찬에 인색한 상사에 대한 감정이 담겨 있다.
지시사항을 무조건 달성하라고 할 때(11%), 지시 업무가 지나치게 과중할 때(9%), 사소한 업무상 실수를 지나치게 혼낼 때(8%), 업무 성과에 대해 동료들과 자주 비교할 때(4%), 업무지시 때 성차별을 느낄 때(3%)도 스트레스 지수는 높아진다.
비업무상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언제일까
“술 마시라고 자꾸 강요하면 짜증” 25%
술에 약한 부하직원이 애주가 상사를 만나면 회사 생활이 고역이다. 신세대 직원이 늘어난 요즘은 직장 상사가 무조건 ‘나를 따르라’고 외치기 힘들지만 여전히 ‘전통’을 고수하는 상사도 있다. 이처럼 부하들은 비업무적으로는 상사가 음주 등 자신의 취향을 자주 요구할 때(25%) 스트레스 받는다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상사가 사적인 일을 자주 부탁할 때(15%)도 혈압이 올라간다. 연애편지 써달라는 상사는 없겠지만 상사로부터 개인적 일을 부탁받은 부하들 입장에선 ‘공과 사’를 엄격히 구분해 달라고 요구하기 힘들다.
지나치게 엄격한 군대식 상하관계를 요구할 때(14%)도 심적 고통이 크다. 한국 남성은 대개 군대 경험이 있어 기업 조직이 군대식 상하관계로 형성되기 쉽다. ‘명령에 살고 명령에 죽는’ 군대식 문화는 직장생활을 숨막히게 한다.
상사가 자신의 ‘영원한 부하’가 되라고 줄서기를 강요할 때(9%)도 괴롭다. 보스 기질이 강한 상사는 ‘너의 미래를 내가 보장해 줄 테니 나를 따르라’고 요구한다. 상사가 다른 상사와 부딪쳤을 때 한편에 서야만 하는 부하들은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이다.
상사가 부하 자신의 사적(私的) 비밀을 회식 자리 등에서 공개할 때(8%)도 황당함을 느낀다. 여러 사람 앞에서 느닷없이 가슴 속에 꼭꼭 숨겨둔 비밀이 폭로된다면? 끔찍한 상황이다. 특정 부원을 사적 연줄로 편애할 때(6%)도 입이 삐죽 나온다. 학연·지연도 모자라 군대연·취미연 등 온갖 연줄을 동원해 예쁜 놈과 미운 놈을 구별하는 상사는 ‘지구를 떠나라’형이다. 부원간의 경쟁을 지나치게 부추길 때(6%)도 마찬가지다.
상사와 관계에서 가장 흐뭇할 때는
“분위기 밝게 하는 상사가 멋지다” 25%
반면 부하직원들은 상사가 조직 분위기를 항상 밝게 유지하려고 노력할 때(25%) 자신도 모르게 신바람이 난다. 아침에 가벼운 인사말이라도 던지고 업무에 지쳐있을 때 유머 한마디를 하는 상사에게는 절로 존경심을 갖는다. 상사들은 유머집이라도 열심히 외워 가끔 써먹어야 한다.
일하는 스타일이 맞을 때(23%) 부하들은 확실히 즐겁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코드가 맞아야 한다. 업무 스타일이 다르면 그것만큼 짜증나는 일이 없다. 하지만 침대에 맞게 긴 다리를 잘라야 하는 것은 상사가 아니라 부하다. 인사철엔 코드가 맞는 상사가 오기를 기도하는 것이 부하들이다.
자신의 잘못에 대해 대신 책임져 줄 때(14%) 상사의 용기와 도량에 감동한다. 시퍼런 구조조정 칼날이 수시로 직장인들의 목을 겨누고 있는 요즘 내 잘못을 안아주는 상사를 만난다면 감동 그 자체다.
회식 등 비업무 자리에서 부하의 취향을 존중해줄 때(14%)도 상사의 인기는 올라간다. 폭탄주가 싫다고 하면 위스키가 담긴 뇌관을 제거해 주고 영화를 좋아한다면 가끔 영화관람을 시켜주는 상사는 부하들 사이에서 평판이 좋을 수밖에 없다.
부원 인사관리가 공평무사할 때(14%)도 부하들의 머리는 맑아진다. 또 잘한 일은 크게 칭찬하고 못한 일은 작게 꾸짖을 때(8%) 부하들은 ‘이 상사에게는 충성해야 한다’고 다짐해 본다.
■ 상사가 부하를 보는 눈
업무적으로 부하가 언제 스트레스를 주나
“일처리 제대로 못하는 부하는 밉다” 22%
부장, 과장 등 회사의 중간관리자들은 업무와 관련해 부하들이 어떤 행동을 할 때 가장 스트레스를 받을까. 우선 ‘지시업무의 중요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안일하게 처리할 때’(22%)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관리자 본인은 중요한 업무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업무의 진척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데 정작 실무를 맡은 부하는 엉뚱하게 가볍게 처리하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면 결재판을 얼굴에 던지고 싶은 심정일 게다.
업무지시를 차일피일 미루는 경우(21%)도 부하의 머리에 꿀밤을 먹여주고 싶다. 이른바 ‘뺀질이’형을 싫어하는 셈이다. 상사의 업무지시가 불가능하다면서 정면에서 다른 소리를 할 때(18%) 역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자신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과제를 상사나 동료에게 미룰 때(13%), 업무 지시를 잘못 이해하고 엉뚱한 일을 했을 때(9%), 지시한 업무의 성과가 형편없을 때(7%), 업무지시를 받고는 뒤에서 궁시렁거릴 때(6%)도 부하들은 미운 오리 새끼로 변한다.
비업무적으로 부하가 미울 때는
“지각·결근 자주하면 스트레스” 20%
비업무적으로 부하가 미울 때도 있다. 무엇보다 ‘얌체’형을 못참는다. 회사 생활을 하다보면 꼭 업무가 아니더라도 귀찮고 어려운 일이 생기게 마련이다. 누군가는 해야하는 일을 대개 아랫사람이나 동료들에게 떠넘길 때(25%) 상사는 그 부하를 낮게 평가하게 된다. 이런 일을 자주 목격하면 ‘연말 인사고과에서 힘을 행사할 것’이라고 ‘보복’을 노린다.
부하직원이 지각, 결근 등 근태가 불량할 때(20%)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밤을 낮 삼아 노는지 도통 아침 출근 시간을 지키지 않는 부하에겐 정이 덜 간다. 결근은 더더욱 금기사항이다. 회식자리를 빠지는 등 개인적 행동을 자주 할 때(18%) 역시 짜증이 난다. 모처럼 회식자리를 만들어 상사와 부하가 단합된 모습을 보이려고 하는데 찬물을 끼얹는 개인주의형 부하는 정말 싫다!
상사도 인간이다. 자신에 대한 부하의 험담을 다른 경로를 통해 들었을 때(16%)는 얼굴이 후끈 달아오를 수밖에 없다. ‘아니 면전에선 덕담을 늘어놓더니 다른 곳에선 나를 비방해.’ 배신감에 부르르 떨게 된다.
인사문제를 다른 경로를 통해 해결하려고 할 때(9%), 인사·봉급 문제에 대해 자주 불평할 때(4%), 동료들에게 과도한 음주, 유흥을 자주 권유할 때(2%)도 부하에 대한 감정이 곱지 않게 변한다.
부하가 사랑스러워 보일 때는
“업무 실적 좋으면 기분 최고” 28%
부하 직원 때문에 상사의 기분이 날아갈 때도 있다. 부하직원과 관계에서 어떤 때가 가장 흐뭇할까.
회사 일은 실적이 말해준다. 아무래도 업무 실적이 좋을 때(28%) 상사는 그 부하를 꼭 안아주고 싶어진다. 부서의 실적은 본인뿐 아니라 상사의 평가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기 때문인 것은 불문가지.
부원들간의 갈등해소 등 조직의 분위기를 좋게 유지하려고 항상 노력할 때(22%) 그 부하를 보는 눈은 부드러워진다. 실적에 못지 않게 항상 부서의 분위기를 고려하는 인간관계 중시형을 상사는 높이 평가하는 것이다.
업무든 비업무든 부서의 어려운 일을 동료에게 떠넘기기보다는 자신이 맡아서 할 때(16%) 상사는 감동한다. ‘아니 이 친구, 이런 구석이 있었구나.’ 또 부하가 상사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늘 보좌하려는 노력을 보일 때(15%)도 상사는 눈물을 왈칵 쏟는다.
■ 동료간의 관계
업무적으로 동료로부터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
“아쉬울 때 모른 척 하는 동료는 밥맛” 27%
회사 동료는 동반자이면서 동시에 경쟁자이기도 하다. 학창시절처럼 공부를 잘하건 못하건 함께 진학하는 것이 아니다. 오늘의 동료가 내일의 상사가 될 수 있다. 경쟁이 심하면 인간관계도 메마르게 된다.
동료와 관계에서는 ‘업무상 도움은 자주 청하면서도, 정작 남의 도움은 갖은 핑계로 외면할 때’(27%)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속으로 ‘정말 치사한 X’라는 욕이 튀어나온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자주 떠넘길 때(24%)도 한마디 해주고 싶어진다. ‘자기는 손이 없나, 발이 없나.’ 애주가라면 이날은 소주 한잔 해야 스트레스가 풀린다.
업무상 노하우를 공유하기보다는 독차지하려고 할 때(20%)도 짜증난다. 학창시절 삶은 달걀을 꼭 도시락 밥 밑에 꼭꼭 숨겨서 오는 동창생을 떠올리게 하는 동료들은 직장에서도 발견된다. 함께 한 일을 자신의 공으로 주장할 때(16%) 직장인들은 황당하다. ‘아니 어떻게 저렇게 뻔뻔할 수가!’ 함께 노력해 이룬 성과를 마치 자신의 아이디어와 추진력으로 된 것처럼 동네방네 떠들 수 있을까. ‘연구대상’이라고 치부해야 그나마 스트레스가 날아간다.
비업무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연줄 만들고 왕따 시키면 못참아” 17%
비업무상으로도 함께 하는 시간이 많은 것이 바로 직장 동료다. 직속 상관과 함께 하기 어려운 유흥도 같이 할 수 있는 직장 동료는 어쩌면 학교 동창생들보다 더 가까운 사이다. 하지만 친하면서도 경쟁을 해야 하는 이상한 관계다.
이런 관계 때문인지 동료가 ‘상사에게 지나치게 아부할 때’(30%)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직장인들이 가장 많다. ‘혼자 점수 따겠다는 거지.’ 속이 느글거린다. 또 조직 내에서 연줄을 동원해 파벌을 만들거나 특정인을 ‘왕따’ 시킬 때(17%) 화를 참기 힘들다.
나에 대한 험담을 주위사람들에게 할 때(13%)도 자리에 가만히 앉아있을 수가 없다. ‘그래, 술자리에서 가끔 실수도 하지. 아니 그렇다고 내 흉을 떠들고 다녀. 아무리 술자리 안주가 남에 대한 험담이라지만 정도껏 해야 하는 것 아니야. 나 좀 제발 놔 둬.’
부원들간에 지나친 경쟁의식을 부추길 때(8%)도 동료 얼굴을 보고 싶지 않다. ‘어차피 회사와 상사가 업무실적 높이라고 닥달하지 않나. 브루투스여, 너마저 그럴 필요가 있냐.’
사적인 부탁을 많이 할 때(6%), 돈을 꾸는 등 금전 관계상 어려움을 줄 때(3%) 동료는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 된다.
동료가 나를 흐뭇하게 할 때는
“분위기 생각하며 일하면 흐뭇” 36%
조직생활에선 그래도 동료애라는 것이 있다. 나를 가장 흐뭇하게 하는 동료는 누구일까. 조직의 분위기를 항상 생각하는 업무 스타일을 보일 때(36%) 그 동료에겐 정말 진한 감동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런 동료들만 있다면 직장생활도 천국이 될지 모른다.
동료가 업무상의 도움을 흔쾌히 수용할 때(28%)도 하루의 스트레스가 말끔히 사라진다. ‘자기 업무에도 시간이 모자랄 텐데, 당신한텐 정말 배울 것이 많아.’ 속으로 가만히 외쳐본다.
업무를 떠나 취미 등 개인적 취향이 맞는 동료(17%)는 아예 친구가 된다. 또 함께 한 일을 자신만의 공으로 내세우지 않을 때(10%)도 진한 동료애를 맛보게 된다.
상사 앞에서 나에 대한 칭찬을 해 줄 때(5%)는 ‘어디서 이런 천사가 날아왔지’라고 묻지 않을 수 없다. 금전 관계 등 사적인 어려움을 전혀 주지 않을 때(1%) 그 동료는 대환영이다.
== 이거산 주간조선 차장대우 bigmt@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