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자전거

                             온정/온용배

그 자전거 힘이 굉장히 세었다

말술로 항아리 통째로 비운 아버지

나대신 업고도 끄떡하지 않았다

눈비 맞으며 아버지 곁에

꼭 붙어있는 그는,

술 많이 마신다고 타박하거나

임종 때 곁을 지키지 못한 나보다

훨씬 나았다

고개언덕 오를 때면 아버지는

자전거가 너무 고생한다며

내려서 수레처럼 끌어주었고

쉬는 날이면

깨끗하게 목욕도 시켜 주었다

참으로 옹 질기게

끼니를 거르지 않고 함께 살아왔다

세상살이란 어차피

홀로 서야한다는 것,

그가 나에게 가르쳐 주던

다친 상처로 밤새 끙끙 앓던 날

그도 상처가 깊었겠지만

삶이란 그런 거라며 내색하지 않는

아버지와 꼭 빼닮았다

손발이 피가 터져도 자기 몸은

아프지 않다는,

너희만 오뚝하게 바로 선다면

씻은 듯이 낫는다는

담벼락에 홀로 꼬리 내린 그가

아버지의 일그러진 바지처럼 헐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