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경리 바닷가에서   솔새김남식

무너지는 모래성 일지라도

혹여 아픔이 될지라도

사랑한다는 그 약속을 지키고 싶다

파도가 철썩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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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어서 파도가 일렁이는지

파도 때문에 바람이 이는지

바다가 뒤 틀린다.

바위섬에도 방파제에도

제 몸 부서지는 줄 모르고

밤새 투덜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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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낮부터 먹은 술이 지독하다.

속이 그냥 쓰리니

냉수로 내 장을 씻어본다.

화장실에 가려고

새벽에 일어나

내가 바라 본 지경리 바닷가는

붉은 노을로 새 아침을 맞고

만선의 배들이 분주하게 드나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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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꼽을 떼고

내연산 온천수에 샤워를 하고

내가 돌아 왔을 때는

밤새 요동치던 파도가

언제 그랬냐는 듯

잔잔한 물결로 너울거린다.

.

가슴속 숨겨진 그리움은

수평선 끝머리에서 한꺼번에 밀려 와

남김없이 지울 수 없음에

무너지는 모래성이 될지라도

혹여 물거품이 되어도

이제 다한 우리의 인연 이라면

더 욕심내지 않으리다

.

하지만 약속은 지키고 싶다

나 혼자라도

그대를 좋아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