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소리

                                               청암/진고개

가을이 커다란 공허함으로

거친 발 걸음을 했다

숨이 멎어 버릴만큼

차거운 빗물로

성큼 다가와 섰다

그리고

긴 여름을 한겹 한겹

벗겨 내린다

두근대는 가슴으로

여름은 나신이 되어가고

가를의 거친 숨소리에

아스라이 멀어져 가는

망각의 늪으로

한여름은 추억으로

퇴색 되어진다

가을의 정겨운 사랑은

잉태의 환희로 

영글어 갈 때

설레임으로 한들거리며

요란스러울 만치

한들거리던 코스모스도

가을 서방님 향기 짙은

사랑에 잉태로

만삭이 되어간다

황금 벌판의 벼 이삭은

고추 잠자리의 애무에

수줍게 고개를 떨구였고 

가을 낭군 학수하여

숨어 울던 홍시도

풍만한 가슴으로

얼굴 붉혀

자태를 드러내었다

가시로 촘촘히 기워 입고

폭풍우도 애써 흔들어

외면하고

기다림의 한숨으로

 숨어 우던 밤 아가씨가

갈색 미소로

활짝 웃으며

조용히 가슴을 열었다

가을은

그렇게 찾아와 잉태로

한호하는데

내 가슴은 터엉허니

비어만 가고 스산한 바람이

스쳐지나 

이유없는 외로움에

눈시울을 적신다

갈매기 구슬픈 울음 속에

수평선 끝자락으로

저녁 노을이

기웃 기웃대며

아쉬운 그림자만

길-게 드리운 채

어둠으로 묻혀 가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