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련이 피는 그날까지 / 湖夜 이춘효 -
 
 
사방으로 흩어진 햇살에 
나무들이 몸을 비틀 때마다
데워진 공기마져 떠나지 못하고
한그루의 들숨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어느새 가려울 만큼 관심이 된
목련이 피는 그날까지
풀어내어야 할 엉킴들로
가지마다 오후가 바쁘기만 하다
 
 
당당히 하늘 한구석을 차지하고
일생을 고집하던 그리움의 빛깔로
나는 세상에서 제일 용기 있고
우아한 목련꽃이 되고 싶어요
 
 
구름도 하얗게 신이 난 어느 날
더 하얀 그리움의 옷들을 껴입고 
뒤뚱뒤뚱 걸어나오고 싶어요
 
 
외롭다 외롭다 되뇌이다가 
하얗게 새어버린 머릿발처럼
목련꽃에 감전되어 터지는 날
나에게로 되돌아오는 길을 
잃어버렸으면 좋겠다
 
2013. 2.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