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배우'는 '뮤지컬 무대 위에서 공연하는 배우'지요. 그러면 규현과 요섭은 뮤지컬 배우입니다. 그런데도 저는 이들에게 (무대에서도) '아이돌'이란 수식어가 붙는 것이 좀 불만이에요." (뮤지컬 '로빈훗' 왕용범 연출)

지난 23일 개막한 뮤지컬 '로빈훗'을 이끌어가는 두 주인공은 '로빈훗'과 '필립 왕세자'다.

이 중 '필립 왕세자' 역은 뮤지컬 배우 박성환과 함께 그룹 '슈퍼주니어'의 규현과 '비스트'의 양요섭이 맡는다.

규현과 양요섭은 이미 여러 편의 뮤지컬에 출연했고, 이번 작품에서도 호연하고 있지만 무대에 섰을 때도 이들에게는 여전히 '아이돌'이라는 수식어가 어김없이 따라온다.

뮤지컬 '삼총사', '잭더리퍼', 창작뮤지컬 '프랑켄슈타인' 등에 이어 이번에 '로빈훗'을 맡은 왕용범 연출은 30일 서울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은 세간의 시각에 대한 '불만'을 털어놨다.

'아이돌 배우 조련사'로 불리는 비결에 대한 질문을 받고 난 후였다.

"규현하고는 일한 지 한 5년 됐고, 요섭군과는 두 번째 작품입니다. 두 사람이 극장 밖으로 나가면 또 다른 업으로 아이돌 가수를 하지만 여기서만큼은 뮤지컬 배우라고 생각해요. 연습하면서도 한 번도 두 사람을 아이돌이라고 생각하고 만난 적이 없어요. '필립'이라는 인물을 생각했을 때 규현과 요섭만큼 잘할 수 있는 배우가 누가 있을까 생각합니다."

그는 "흥행을 위해 아이돌을 캐스팅한다고 비칠 수도 있겠지만 작품을 직접 보고 판단했으면 한다"며 "규현, 요섭이 똑같은 뮤지컬 배우로서 공연에 이바지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돌'이라고 통칭하기보다는 뮤지컬에 소질이 있는 가수들이 있어요. 그 중 한 명이 시아준수, 옥주현이었고요. 이들은 이제 '아이돌'이라고 평가받지 않고 뮤지컬 배우로 충분히 인정받고 있죠. 규현, 요섭이 더 열심히 해서 뮤지컬 배우로서 인정을 받으면 좋겠습니다."

뮤지컬 '로빈훗'은 2005년 초연한 독일 뮤지컬의 라이선스 공연이지만, 왕 연출과 이성준 음악감독이 이끄는 국내 제작진의 손을 거쳐 대사와 음악 등 상당 부분이 '재창작'됐다.

셔우드 숲을 근거지로 도적들을 모아 세력을 키운 로빈훗이 왕위 찬탈을 시도하는 존 왕자와 노팅엄 영주 길버트 일당에 맞서 왕실의 '적통' 필립 왕세자를 돕는다는 영웅담이 이야기의 초점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탐욕스러운 권력의 과도한 세금 징수와 수탈에 못 이겨 '도적'이 된 백성의 고통과 저항도 그려지는데, 최근의 '연말정산 세금폭탄' 논란 등 지금 한국의 이슈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도 있다.

왕 연출은 "이번 작품은 1천 년 전의 이야기인데 지금과 너무 닮아있다는 것에 깜짝 놀랐다"며 "우리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시대적인 것들이 반영되고 있지 않은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을 통해 누구를 비판하거나 현시대 상황에 목소리를 내보자는 의도는 아니지만, 분명한 것은 연습할 때도 대사, 가사 한마디에 갑자기 울컥할 때가 있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예술가와 배우는 관객과 나라를 대변하는 하나의 화자입니다. 그래서 국민의 마음이 (작품에) 좀 담기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분명한 것은 어떤 정치적 성향을 가졌다기보다는 이번 작품이 '민심 뮤지컬'이라고 할까요? 관객들의 마음을 갖고 같이 가는 것 같습니다."출처 케비에스 흠 ..생각이 매력 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