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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 빗소리 ASMR-천호공원(호미숙 포토에세이)
14  호미숙 2020.05.20 00: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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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 1
전화
별점

비오는 날, 빗소리-천호공원(호미숙 포토에세이)

촬영 날짜 2020년 5월 18일

안녕하세요. 호미숙 여행작가입니다. 하루 전 일요일에 대전으로 자전거 타고 대청댐을 다녀와 무리했는지 거기다 비까지 오다 보니 몸도 무겁기만 하다. 평소 같으면 월요일에도 상관없이 빗소리만 들리면 뛰쳐나갔을 텐데, 하루 종일 내린다는 소식에 내심 게으름을 피우다가 여행 기사만 몇 편 쓰고 다 늦은 저녁에 엷은 빗소리에 이끌려 천호공원으로 향했다.

https://tv.naver.com/v/13860020

집에서 천호공원까지는 직선거리로 30미터 거의 앞마당 수준이고 텃밭보다 가까울 정도에 아기자기하고 오밀조밀한 천호공원이 있다. 4월까지만 해도 철쭉꽃이 만개해서 꽃길을 선사했는데, 5월이 들어서자 푸르름의 신록이 짙기만 하다. 혹시 비가 많이 내릴 것을 대비해서 가방에 수건 챙기고 스마트폰과 dlsr 소니 알파 9을 챙겨 공원으로 향한다.

단골 편의점 간판이 주차해놓은 차 유리창에 비치고 차창에 맺힌 빗방울을 담아본다. 내가 비를 탐닉하기 시작한 것은 어릴 적 유년시절부터다. 충남 세종시 깡촌에서 살 때부터 자연에 보이는 모든 것을 탐구하는 버릇 호기심이 많았다.

대청마루에 앉아 처마 밑에 떨어지는 빗줄기와 빗소리를 들으면 하염없이 시간 가는 줄 몰랐던 그때. 소나기가 퍼붓던 날 미꾸라지가 하늘로 치솟는 것도 보았다. 돼지우리 지붕은 양철 지붕이었는데 그 소리는 마치 콩 볶는 소리를 듣는 것과 같았다.

공원에 도착하니 밤 10시를 넘겼다. 평소에 밤새 거닐며 산책하던 사람들과 운동기구에서 운동하던 사람들의 그림자도 볼 수 없을 정도다. 아무도 없는 텅 빈 공원, 가끔씩 귀가를 서두르는지 공원을 가로지르는 사람 몇 분만 보인다. 나무 하 그루 아래에는 오소소 빗방울 떨어지듯이 꽃들이 널브러져 있다.

비바람에 부러진 나뭇가지 벤치 위에 놓였는데 어두운 밤에 거무튀튀한 탁자와 초록의 대비가 선명하다. 밤이 내린 비가 채도를 높였다. 가을 낙엽 같으면 더욱 선명한 칼라를 보였을 것이다.

젖어있는 밤 풍경에 빗물에 반사되는 벤치, 멀리 운동기구에도 인적 하나 없이 간간이 떨어지는 보슬비를 품고 있다. 바람이 보통 많이 부는 게 아니다. 일정하게 들려야 할 빗소리가 이리저리 왔다 갔다 중간에 끊긴다.

하루 종일 내리던 비가 밤늦게서야 잦아들다 가끔씩 흩뿌리며 가로등 아래 빗줄기 사선을 긋고 있다. 후두두 바람만 없다며 빗소리가 정겹게 리듬을 탈 텐데 우산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는 경쾌함보다는 투박한 리듬이다.

추적이는 빗길을 거닐다 보니 어느새 슬리퍼 아래로 스미는 빗물을 느낄 수 있다. 그사이 빗소리는 소나기라도 퍼붓는 듯 갑자기 눈앞을 가로막는다. 가로등 불빛 사이에 빗금이 어지럽게 그린다.

젊은이들이 뛰며 즐기던 농구장도 텅 비어 빗물이 고여있을 뿐. 철망 사이로 빗방울은 맺혔다가 지워지고 또다시 빗물을 맺는다. 아무도 없는 공원을 카메라 사냥은 마냥 즐겁다.

하얀 꽃잎을 펼친 산딸나무 꽃이 밤하늘 향해 활짝 펴서 빗물을 고스란히 들이키고 있다. 빗물 샤워를 들이킨 후 산딸 꽃은 지고 열매를 맺을 것이다. 5월의 한 가운데에서 후반을 향하고 있다. 이맘때마다 푸른 청춘을 보여주는 신록들 우리가 세월 흐름을 느끼지 못할 즘에 벌써 가을을 맞으리라.

진보라색 꽃을 피웠던 박태기나무도 커다란 하트 이파리를 펼쳐 비를 맞이하고 있다. 꽃이 진자리 아카시아 씨앗처럼 콩코뚜리처럼 씨앗을 품을 것이다. 박태기나무는 유년시절 내 고향에서는 보지 못했던 나무였다. 천호공원을 찾으며 제대로 알게 된 나무다.

천호공원을 천천히 야간 산책으로 한 바퀴 돌아보는 동안 도로 위를 미끄러지는 자동차 소리와 비바람에 규칙적이지 않은 소리만 들릴 뿐이다. 헬스를 하는 공간에도 아무도 없다.

5월부터 가을까지 분수쇼를 펼치는 연못에서 귀에 익숙한 소리가 들린다. 개구리들을 풀어놓았는지 크지 않은 연못 이곳저곳 어둠 속에서 개구리 소리가 요란하다. 인기척을 느끼자 갑자기 뚝, 조용해진다. ASMR 개구리 소리라도 녹음하고 싶었건만 아무리 기다려도 시끄럽던 연못을 침묵한다.

관리소 기둥 따라 타고 오른 담쟁이, 지붕이라도 덮을 듯이 초록을 펼치고 있다. 밤비 소리와 담쟁이를 때리는 빗소리가 정겹다. 사실 이 비의 풍경을 담으며 개구리 소리를 녹화하고 싶었는데 아쉽다.

밤 열한시를 향하는 시간 밤하늘엔 먹구름이 걷힐 줄 모르고 여전히 낮게 내려앉았다. 구름을 후 불어서 거두고 싶을 만큼 손에 잡히는 거리다.

얼마나 걸었을까 한 바퀴 돌아 나와 20년 동안 누군가 이용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는 공중전화박스 옆을 지난다. 내 손안에 전화기 한대씩을 들고 다니니 공중전화를 사용할 일이 없을 정도다. 문득 오래전 남편과 데이트 약속했던 기억이 난다. 인천의 모 역전 전 앞 공중전화 부스에서 만나기로 했던 날 역 앞뒤로 공중전화 부스가 위치해있었던 것을 모른 채 서로 다른 곳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다가 눈물 흘리며 되돌아왔던 그날이 생각이 난다. 그날도 비가 오던 날이었다.

낮에 쇼핑하는 것도 좋지만 가끔 이렇게 야간 산책 후 쇼핑하는 즐거움이 있다. 모처럼 생활필수품을 사러 평상시 단골로 다니던 마트에 가는 길. 비에 젖어 더욱 선명한 신호등에도 나 혼자 기다리고 있다.

정부 재난 지원금을 이용할 수 있다고 큰 현수막으로 안내되어 있다. 24시간 영업을 하다 보니 그 시간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었다. 이번 코로나19로 힘든 서민들과 영세사업자들에게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된다. 골목상권도 살아나고 전통시장 사람들의 함박웃음이 살아나길 바라본다.

마트에서 시장 보고 오는 길, 사월 초파일이 지났음에도 가로등 대신 어둠을 밝히는 연등이 지금의 어려운 현실을 이겨내고자 하는 희망의 등불 같다.

비오는 날, 빗소리-천호공원(호미숙 포토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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