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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엄마) 시모음-호미숙 자작시(빨래판, 샘물, 여름, 찻잔, 청국장, 아침)
13  호미숙 2019.11.14 08:29:21
조회 79 댓글 0 신고
여행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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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엄마) 시모음 호미숙 자작시(빨래판, 샘물, 여름, 찻잔, 청국장, 아침)

안녕하세요. 호미숙 여행작가입니다. 오늘은 지난 시간에 썼던 글 중에

어머니에 대한 시를 모음으로 소개합니다.

현재 소개하는 글보다 더 많은 시가 있는데요.

우선 몇 편 수정 없이 그대로 올립니다.

10년 전부터 써왔던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어머니의 삶을 표현한 시들입니다.

그동안 여행기에만 치중하다 보니 시작품을 제대로 쓰지 못했는데요.

호미의 제2의 꿈은 책을 내는 것이고 그에 따라 삶에 대한 강의를 하고 싶은 것이 꿈이에요.

그래서 책을 내기 위한 준비로 그동안 써놨던 글들부터 정리하는 것이 중요해서

잘 썼던 못 썼던 글들부터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주로 사진을 찍으면서 그대로 느낀 자작 시이고

그동안 제 삶을 통한 다양한 경험과 감성으로 시를 썼습니다.

현재 96세이신 어머니는 치매로 7년째 고생하고 계시고

요양원에 머물고 계십니다.

막내딸 미숙이 이름도 기억도 못 하고 말도 전혀 못하십니다.

눈만 껌뻑이며 초점 잃은 듯한 어머니..

어머니와 빨래판/호미숙

이른 새벽 마른 기침으로 시작하는 어머니

라면 발 얹힌 굽어 푸석한 손으로

앉은뱅이 빨래판에 쭈그려 앉아

비눗물에 불린 세월을

비벼 빠신다

빨래판 파인 골 따라

찌든 세월 때 국물 흘러내리고

시커먼 거품이 부풀어 올랐다 터진다

빨고 헹구어 짜내고 말리기를 80년

모두 놓아버리고 싶은 마음에

마지막 빨래이길 바라며

가녀린 손 떨림 끝으로 응고된

시간이 뚝뚝 떨어진다

희미해진 주름으로 빨래판으로서의

가치를 잃은 지 오래다

성능 좋은 세탁기 마다하고

닳아빠진 나무 빨래판만 고집하는 어머니

나이 든 빨래판의 밋밋함과

어머니의 주름 깊이가 맞닿을수록

휘어진 등으로 식은땀만 배어들고

꺼져가는 생명이 잘려나가고 있다


어머니의 사진/호미숙

여든이 넘으신 어머니

라면 볶아 까망머리 얹어 회춘하셨습니다

젊은 시절 긴 머리 쪽을 졌던 곱디고운 모습 간데없고

저토록 촌스럽고 싼 티 나는 머리를 하셨을까

흰머리 한 올마다 가격 매겨 검은 머리까지 솎아 내며

눈속임을 했던 막내딸이 머리를 빗겨드리지만

꼬불꼬불 머리 흐른 세월만큼 한 움큼씩 뽑힙니다

희뿌연 안개가 서린 맑았던 눈망울

코끼리 눈으로 쳐져 내려앉은 눈두덩

갸름한 계란형은 양 볼이 늘어져 턱도 둘이 되고

까망문신이 희끗 희끗 바래진 눈썹자리

기억력도 가물가물 희어져갑니다

어머니 손등 정맥류 가지엔

흰 눈 내리듯 핏기 없이 표백되고

검버섯으로 검은 발자국을 새겼습니다

어머니 사진 바라보다

아줌마도 아닌 할머니도 아닌

주름 가득한 낯선 초상화에 눈물을 떨구고 맙니다


어머니의 아침/호미숙

어머니의 풀 빗질이 도배지를 쓸어

꽃무늬 줄 맞춤을 넋 잃고 바라보다가

매직아이처럼 현기증에 취해버리고

강 비늘처럼 반짝이는 칠 남매 낳은 뱃살 트임이

쭈글거리며 초점을 흩트립니다

어머니가 고무신 찢기고 기우뚱이며 밟은 자리

수십 년이 흘러 고스란히 다지는 세월

두꺼워져 내려앉는 세월의 천정이

거리를 좁혀 올 때,

젖 비린 내음마저 바래진

누런 시간의 배냇저고리를 꺼내놓고

소리 없는 울음을 참아냅니다

풀무질로 밥 짓고 구들장 데울 때

아랫목의 게으름은 이불 섶을 물고 늘어지다가

엉거주춤 아침 햇살이 툇마루 끝을 넘보면

기지개를 켜는 하루를 맞이합니다

어머니의 몸뻬 바지 종종걸음이 마당을 닦고

부지깽이로 두들기는 부엌문의 둔탁한 소리가

알람 소리처럼 귀를 후빕니다

지금,

아침마다,

아이를 깨우고

세월을 갈아 마시며

어머니의 낡은 녹음기를 돌리고 있습니다


한 겨울 울 어머니/호미숙

한 겨울 울 어머니 빨래터 향하는데

찢어진 고무신에 하얀 눈 쌓이누나

방망이 힘껏 두들기며 시린 삶을 헹구네


어머니의 청국장 /호미숙

천호동 시장 골목

즐비한 삶의 행렬 좌판

겹겹이 두꺼운 옷 할머니 미소

발길 머물러 청국장 거리 담아

붉은 고추, 썰은 파 예쁘게 단장한 청국장 한 덩어리

네모 반듯한 사각의 두부 한 모

갈갈이 찢겨진 느타리버섯 한 줌

험상궂게 쭈글쭈글 커다란 멸치 몇 마리

냄새난다고 구시렁대는 아이들의 성화 못 이겨

뒤 베란다 내몰려 창문 엽니다

게르마늄 냄비 보글보글 끓는 청국장

집안 가득히 넘치는 고향의 내음입니다

푹 삶은 흰콩 양은 밥통 담아

군불 지핀 아랫목 이불 덮어

하얀 실이 늘어질 때까지 삭히고

참나무 숯불 얹은 시커먼 뚝배기

끓어넘치는 어머니의 사랑입니다

어머니가 그립습니다

고향이 그립습니다


어머니의 여름/호미숙

꽁보리밥 찬물에 말아 드시고

다 지워진 꽃무늬 몸빼바지에

고무줄도 늘어져 끈으로 허리 질끈 묶어

종종 걸음마다 늘어진 젖무덤을 출렁대며

호미 들고 밭으로 나가시는 어머니

작열하는 태양 아래 길고 긴 콩밭 고랑

깊이 팬 세월 주름 골에 엄니의 한숨이 배어들고

빨간 고추 익을 무렵 매미의 소리는 대지를 달궈

굽힌 허리는 호미처럼 굽어 피지도 못하고

등에 소금을 뿌려놓고 짠물을 훑어내던 어머니

해 질 녘 서산 해를 등지고 집으로 돌아와

실이 줄줄 늘어난 시렁의 삶은 보리

솥 바닥 깔아놓고 한줌 쌀 얹어

불 지피며 매캐한 연기에 울고

밥솥 눈물을 훔치며 울던 어머니

보릿고개는 높고도 높아

해는 길고 끼니는 다가오고

앉은뱅이 의자에 걸터앉아

부지깽이 타들어 가는 줄도 모르고

아궁이 마주하고 졸고 계시던 어머니


샘물이신 어머니/호미숙

조왕문 들어서 나무청 옆,

언제나 마르지 않는 우물엔

넘칠 듯 찰랑찰랑 거린다

깊지도 크지도 않아도

밥 짓고 숭늉 끓여 내고

부뚜막 정안수 받치고

목마름을 달래주던 성수 같은 생명수

퍼내고 퍼내도 아침마다 가득 찬다

바지런한 물지게꾼이

종종거릴 때마다

한 두레박씩 물이 솟아

우물단지를 채웠음을

알았을 때

텅 빈 단지를 채워주던

샘물이시던 어머니는 없었다

깊은 우물단지에 얼굴 들이밀어

어머니를 찾는다

시간의 거미줄에 빠져나온

눅눅한 공기만 훅 끼친다

떨어진 눈물에 울리는 공명


어머니의 찻잔/호미숙

금색 띠 허옇게 벗겨지고

꽃무늬마저 떨어지고 긁힌

삶고 삶아 고무줄 늘어진 어머니 속 것처럼

너덜거리는 찻잔, 이빨까지 듬성듬성 빠졌다

막내딸이 사다 드린 고급 찻잔도 마다하고

구질구질한 찻잔 속으로 녹아드는 어머니

맑은 물에 띄운 마른 국화꽃

깊은 향내로 어머니를 우린다

국화차를 마실 때마다

뜨거움에 꽃잎을 부풀리며

새색시처럼

어머니는 화사하게 다시 피어난다

건조대에 널려진 어머니 낡은 속옷에서

향기 없는 꽃물을 떨군다

-어머니, 제발 저런 것들 좀 버려요-

-homihomi 호미숙의 시집 속의 향기-

어머니(엄마) 시모음 호미숙 자작시(빨래판, 샘물, 여름, 찻잔, 청국장,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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