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마지막 간이역 화랑대 폐역

뫼비우스의 띠 같은 하루하루는 더디게 가는 듯 하지만 정신없이 지내다가

문득 정신을 차려보면 '벌써'이렇게 됐어? 라며 벌써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2015년의 절반이 지났다. 그간 있었던 소소한 추억들은 현실에 치여

일상에 밀려 가슴 한구석에 묻어졌지만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된다.

잊혀졌지만 잊혀지지 않은 것들, 추억이란 단어는 오늘도 아련하게 내 주위를 맴돈다.

글/사진 에스제이진

서울 지하철 6호선의 끝자락에는 화랑대라는 역이 있다.

화랑대역 4번출구로 나가 시선을 왼쪽으로 돌려보자. 춘천까지 이어지던 옛 철길이

걷기 좋은 공원처럼 조성되어 있다. 이 길을 따라 쭉 직진을 하면

서울의 마지막 간이역인 화랑대 폐역이 나온다.

기찻길에서나 볼 수 있는 멈춤사인.

현재는 사인 대신 신호등이 반짝인다. 멈춤이라 써져 있는 꿀벌을 닮은 바도 내려오지 않고

차들도 멈추지 않고 쌩쌩 달린다. 멈출 줄 모르고 쌩쌩 달리는 우리의 시간들.

아파트 숲을 약 10분정도 걷다보면 진짜 우거진 숲 속의 철길이 눈 앞에 나타난다.

서울에 이런 곳이 있었던가 하면서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화랑대 폐역 철길의 양 옆으로는 지난 봄 파종했던 코스모스들이 푸르게 자라는 중이다.

더이상 오지 않는 다음열차가 애석하다. 녹이 슬어버린 철로 사이사이로 자라난 들꽃들과 풀들이

이 곳의 시간도 여전히 흐르고 있다고 말해주고 있다.

화랑대 폐역은 사람들에게는 잊혀졌지만 자연에게는 잊혀지지 않았나 보다.

이름 모를 넝쿨식물이 깨어진 신호등을 휘감고 있다.

마치 더이상 제 역할을 할 수 없음을 알고 슬퍼하는 신호등을 위로하듯.

카메라를 들고 여기저기를 찍고 있으니 관리인 아저씨가 말을 걸었다.

사람이 거의 찾지 않는 이 곳에 누군가가 왔다는 것이 반가우신 모양이다.

"가을에 또 와, 그 때 되면 날씨도 시원하고 코스모스도 많이 필테고

이 역 안에 박물관도 만들거야."

라며 자랑하듯 웃음지으며 말하는 아저씨가 너무나 보기 좋았다.

그에게 화랑대 폐역은 서울의 마지막 간이역이라는 타이틀을 넘어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는 자신 인생의 마지막 간이역이 아닐까.

 화랑대 폐역 (구)화랑대역

주소 서울 노원구 공릉2동 29

전화번호 1544-7788

글/사진 에스제이진 (http://www.sjzin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