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 사시는 지인과 우연히 연락이 닿았습니다.

"연락도 없이 어쩐일이세요?"

"올레길 걸으러 왔어요."

"지금 청보리 축제해요. 내일 가시지요."

이렇게 예정에도 없던 가파도 청보리 축제 구경 겸 올레 10-1코스 트레킹이 시작되었습니다.

 

올레 10-1코스는 모슬포항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합니다.

그런데 가는날이 장날이라고 풍랑주의보가 발효되었네요.ㅜㅜ

그래도 배는 운항한다 하여 일단은 들어가보기로 합니다.

 

배가 다니기 불편한 날씨라 배편이 수월치가 않습니다.

그래서 대기 시간이 조금 있었네요.

 

가파도와 마라도를 운항하는 정기 여객선 시간표입니다.

수요가 많을 때는 증편 운항을 합니다.

 

< 출처 : (주) 삼영해운 홈페이지 http://www.wonderfulis.co.kr/ >

 

위의 시간표가 정기 시간표입니다.

 

여객선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승선신고서를 사전에 작성해서 제출해야 합니다.

 

표를 구입하고 모슬포항으로 나와서 배가 도착하기를 기다립니다.

 

증편 운항을 하는데도 청보리 축제 때문인지 대기하는 사람들이 상당하군요.

 

가파도로 향하는 21삼영호가 도착했습니다.

이모텝은 배멀미가 심한편이라 배타고 들어가는 곳은 왠만하면 가지 않습니다만 올레를 위해 이 한 몸 희생하기로 했답니다.ㅋㅋ

가는 시간은 15분 정도이지만 멀미를 할까봐 자리에 꼼짝하지 않고 있었네요.

참고로 파도가 심할 때 바다의 파도를 보면 멀미가 심해집니다.ㅠㅠ

모슬포항에서 가파도까지는 약5.4Km이고 가파도에서 마라도까지는 약5Km이니 가파도는 모슬포와 마라도 중간 지점이라 할 수 있겠네요.

 

다행히 멀미 없이 가파도에 무사히 도착을 했습니다.

15분이었지만 태어나서 이렇게 높은 파도는 처음 겪어 봅니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었네요.

 

가파도에 대해서 잠깐 알아보겠습니다.

가파도는 1842년 처음으로 경작이 허가되어 당시 농민들이 농번기에만 왕래하다 1865년부터 본격적으로 이주해 살았다고 전해집니다.

조선 성종 때 임금이 타는 어승마의 산출지로 사용된 국유 목장으로 조선말까지도 목장관리인만 거주했었다 하네요.

가파도에는 선사시대 유적인 '선돌'이 원형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가파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고도가 낮은 섬이라 주변 해안에 암초가 많고 이에 각종 어류와 해산물이 풍부한 황금어장입니다.

때문에 구한말에는 일본 나카사키 등의 잠수기업자들이 노략질 많이 했다고 하네요.

유명한 하멜 표류기에도 가파도에 대한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가파도항에 있는 가파도 안내도를 한 번 봐주고 가야겠죠?

가파도는 우리나라 유인도 중에서 가장 낮은 섬이라고 합니다.

제주에 우리나라에서(남한에서) 가장 높은곳인 한라산과 가장 낮은곳인 가파도가 있다는 것이 상당히 의미있네요.

 

10-1코스 시작점입니다.

출발 스탬프부터 얼른 찍어주고 한 컷!

 

<출처 : 제주 올레 홈페이지 http://www.jejuolle.org/ >

 

10-1코스 가파도 올레 안내도입니다.

총거리 5Km에 난이도 '하'이고 소요시간은 3시간인데 1시간 30분 정도면 돌아볼 수 있습니다.

오르막이 없기 때문에 전구간 휠체어 이용 가능합니다.

 

처음 만난 곳은 상동 할망당입니다.

이곳은 해녀의 안전과 풍어를 기원하는 곳으로 상동에 위치한 할망당은 '매부리당'으로도 불린다는군요.

제주 민간 신앙에서 '제단'이라는 이름이 붙은 곳에서는 남자들이 중심이 되어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한답니다.

하지만 '당'이 붙은 곳은 여자들이 주도한다는 점이 다르다고 하네요.

 

이개덕을 지납니다.

이개덕은 과거 이(李)씨 소유의 바다였다는 의미라고 하네요.

 

아버지는 딸을 위해 손을 잡아주고 딸은 아버지를 의지해 바다를 즐깁니다.

 

평풍덕 주변입니다.

 

큰왕돌이라 불리는 바람 바위입니다.

가로 3m에 세로 4m 정도 되는 바위로 큰 바람을 일으키는 영험함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함부로 만지거나 올라가면 큰 재난이 닥친다하여 마을 사람들이 신성시 한다고 하네요.

 

바다 저 멀리 있는 것은 등대인가요?

암초의 위치를 표시해주는 것도 같은데 풍랑이 부는 바다에 홀로 서 있는 모습이 왠지 쓸쓸합니다.

 

장택코 정자입니다.

이곳에서 여섯 개의 산을 볼 수 있다고 하는데 해운 때문에 희미하게만 보이는군요.

장택코라는 이름은 파도 소리가 코를 푸는 듯 들린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랍니다.

들어봤는데 믿거나 말거나~ㅋㅋ

처음에는 장택코지인줄 알았는데 장택코이더군요.

 

사진 밑쪽의 바위는 장택코 정자 근처의 해룡바위입니다.

옆에서 보니 용처럼 생기기는 했더라구요.

 

제주는 담장을 부르는 말이 참 다양한데요.

이렇게 밭의 경계에 쌓는 담을 잣담이라고 한다는군요.

기본적으로 밭을 고를 때 나오는 돌을 이용한 것이라는데 규모가 큰 경우 잣담 위를 길로 이용하기도 하고 잣길이라고 부른답니다.

 

작은아끈여를 지나 큰아끈여로 향합니다.

'여'는 암초라는 뜻으로 작은 암초가 있는 곳, 큰 암초가 있는 곳이라는 뜻입니다.

청보리 축제가 한창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많군요.

 

멀리 다시 북쪽으로 올라오는 반환점인 냇골챙이 정자가 보입니다.

풍경이 아주 예술이군요.

(제가 사진을 잘 찍은 건가요?ㅋㅋㅋ)

냇골챙이에는 고냉이돌이라는 고양이 닮은 바위도 있는데 사진이 없어져 버렸습니다.ㅠㅠ

 

잠시 올레길을 벗어나 청보리를 즐겨보기로 합니다.

저는 왜 자꾸 맥주가 생각날까요?ㅠㅠ

 

풍력 발전기와 청보리~

하늘만 파랗게 물들었다면 정말 예술이었을텐데 말이죠.

 

여기 저기서 청보리를 배경으로 추억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농작물이니 밭에 함부로 들어가시는 것은 지양해야 할 듯 합니다.

 

이런 멋진 풍경과 함께 걷는 기분은 참 좋네요.

 

요즘 도시에서는 녹색을 보기 어려운데 오랜만에 푸른 물결을 눈에 담습니다.

 

파란 하늘이 아쉬워지는 사진입니다.

 

이 집은 올레꾼들을 위해 폐품으로 작은 공원을 만들어 놓으셨다고 하네요.

올레 소개 동영상에도 나왔던 집이랍니다.^^

 

멀리 왼쪽부터 산방산, 앞쪽의 송악산, 뒤로는 한라산이 보입니다.

안개만 끼지 않았더라면 더욱 멋진 풍경이었을 것 같습니다.

 

해운사라는 절도 지나고 예쁜 유채꽃도 구경하면서 다시 상동마을로 향합니다.

 

다시 가파항을 지나 동쪽길로 들어섭니다.

개엄주리코지 근처에서 개구쟁이 아이들은 무엇이 그리 신나는지 연신 꺄르르 웃음꽃을 터트리네요.

 

망중한을 즐기는 새 한마리~

 

황금어장인 가파도에는 강태공들에게는 천국이나 진배 없습니다.

특히 개엄주리코지는 낚시 포인트중 하나라고 하네요.

 

옹짓물 정자 근처로 왔습니다.

옹짓물은 먹을 수 있는 물이 난다는 뜻이라고 하네요.

 

 

가다보면 이런 간세를 볼 수 있습니다.

제주에는 7개의 산이 있는데 영주산을 제외한 한라산, 산방산, 송악산, 군산, 고근산, 단산을 볼 수 있는 포인트입니다.

위에서도 말씀드렸다시피 시계가 좋지 않아서 보이지를 않았습니다.ㅜㅜ

 

아주머니 두 분이 열심히 무언가 뜯고 계십니다.

저는 아무이 지나쳐도 뭐가 뭔지 모르는데 대단하다는 생각뿐입니다.

옹짓물 정자 지역을 뒤시여라고 부르는데 이곳은 듬북이라는 거름용 바다풀을 채취하고 보관했던 곳이라네요.

듬북은 제주말로 몸 혹은 몰망이라고 하는데 제주 특산 음식인 몸국의 재료입니다.

몸국 드셔보셨나요?

아~ 그 맛을 전해드려야 하는데... 침넘어 가네요.

 

멀리 암초 위의 간이 등대를 담아봅니다.

 

어느새 헬기장이 있는 곳까지 왔습니다.

앞에 도착점이 보이는군요.

 

이 커플은 이모텝 앞에서 왜 이러는걸까요?

샘나서 한 컷 몰래 담아봅니다.

 

온길을 돌아보며 말잡은물쪽을 바라봅니다.

어디를 보아도 절경입니다.

 

하동포구가 가까이 들어옵니다.

 

10-1코스는 전코스를 휠체어로 돌아볼 수 있습니다.

 

하동포구 입구에는 불턱을 볼 수 있습니다.

불턱은 해녀들의 탈의실이자 겨울철 바람을 피하고 불을 피워 몸을 녹이는 공간입니다.

 

하동포구에 들어섰습니다.

 

드디어 종점에 도착~

 

어김없이 스탬프, 간세, 리본을 함께 담아봅니다.

그리고 천천히 상동포구로 돌아갑니다.

 

돌아가는 길 추억의 물건이 눈에 들어오네요.

추를 달아 무게를 측정하는 저울인데 쌀집에서 많이 보던 것이군요.

오랜만에 보니 참 반갑고 정겹습니다.

 

같이 가셨던 부장님이 휴대폰을 보고 있는 장면인데 마치 하염없는 바다 바라기 컨셉으로 사진이 찍혀버렸군요.

 

돌아가는 길 예쁜 꽃밭에서 어김없는 염장질 커플을 담아봅니다.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문제는 아까 그 커플이에요.ㅠ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소화전입니다.

제주는 그만큼 특별하고 매력적인 공간이에요.

 

올렛담 사이로 한적한 시골 마을이 펼쳐지구요.

 

 

강아지 한 마리가 심심했던지 멍멍 격한 인사도 나누어 줍니다.

 

어느 덧 아까 지나쳤던 가파초등학교에 다달았습니다.

가파초등학교는 1922년에 항일운동가 故 김성숙 선생이 세운 교육기관인 '신유의숙(辛酉義塾)'에서 시작된 곳입니다.

김성숙 선생은 후에 일본에 건너가 와세다대학을 졸업하고 나중에 한국사회당의 지도자로 활약한 분입니다.

 

초등학교 안에서는 여행온 분들이 옹기종기 모여 담소를 나누며 도시락도 먹는 소풍의 장소였습니다.

학교가 참 아담하고 예쁩니다.

 

이렇게 상동포구로 돌아와 배를 기다리며 노래자랑도 구경하고 군것질도 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그리고는 돌아가는 배에 몸을 싣고 또 다른 여행을 하러 갑니다.

올해로 5회를 맞이하는 가파도 청보리 축제는 매년 4월에 열립니다.

청보리밭 걷기, 마라톤 대회, 커플 자전거 대회, 해조류보리비빔밥 만들기 등 다양한 행사를 하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