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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13부] 울릉도 주민들도 잘 모르는 <태하령 둘레길>!
9  김작가 2012.05.15 23:33:09
조회 2,791 댓글 1 신고
여행지 울릉도
경북 울릉군 울릉읍 도동리 128 전화 054-790-6454
 

로드페로몬...

길이 뿜어내는 향기다.

 

일상에서 걷는 것이 길인데,

제주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

그렇게 길 위에서 또다른 길을 찾는 것은

분명 로드페로몬 때문일 것이다.

 

울릉도...

그곳에도 페로몬을 풍기는 로드가 있었다.

 

울릉둘레길!

 

울릉도 주민의 99%가 가본적이 없으며

울릉도를 찾는 대부분의 관광객이 모르고 돌아오는 길!

 

그런 길이 나의 레이더에 딱 걸렸으니,

이름하여 <태하령 둘레길>이다.

 

울릉도 여행 닷새째!

울릉도의 속살을 확인하기 위해 그 둘레길을 찾았다.

 

 

남양리에서 태하리로 이어진다는 둘레길!

지도를 보면 남양리에서 올라가는 길, 태하리로 내려가는 길은 있는데,

그 사이엔 길이 뚝 끊어져 있다.

과연 어떤 길일까....그래서 더 궁금했다.

 

 

도동에서 남양리까지 택시를 타고 갔다.

울릉도를 훤히 꿰뚫고 있어야 할 택시기사조차,

이 둘레길을 잘 모르는 것 같다.

 

 


나 또한 미리 정보를 알고 간게 아니라,

차를 타고 오가며 이 "이정표"를 봤던게 전부다.

무엇보다 2.6 km 라는 거리가 마음에 들었다.

아주 가뿐하게 걸을 수 있는, 그리 길지 않은 길이다.

 

남양리 입구에서 출발~!!

울릉도 둘레길 대장정이 시작되었다.

 

길옆으로는 시원한 계곡이 흐르는데,

맑고 시원한 물을 보면 "발"을 담그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런 나그네의 마음을 미리 꿰뚫기라도 한듯,

출입을 막아놓은 가드레일이 견고하다.

그리고 적혀 있는 안내문!

"이 물은 울릉도 주민들의 식수원으로 보호하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생멷수가 될 물에 "발"을 담그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

순간 머쓱해진다.

 

 

뜬금없이 나타난 "건강걷기 코스?"

성인봉에 갈때, 나리분지에서 신령수까지의 평지구간에서 봤던 표지판과 닮았다.

둘레길이면 둘레길이지 굳이 건강걷기코스라고 따로 이름 붙일 필요가...?

 

조금 더 올라가니 둘레길 표지판이 나온다.

전체 2.6km 구간 중 1.9km를 왔나보다....라고 생각하는데~

순간 어떤 불안함 같은 것이 엄습해왔다.

 

혹시................

설마................

 

갑자기 둘레길은 아직 시작도 안 했으며,

그 시작점까지 0.7km 남았다는 뉘앙스로 들렸다.

 

느긋하게 오르던 발걸음이 갑자기 빨라졌다.

 

아니나다를까...

그렇게 전체 2,6km를 걸어 올라간 지점에 안내판이 하나 서 있다.

조심스레 다가가 불안한 눈길로 바라봤는데...

 

 

 

 

헉! 우려가 현실로...

2.6km는 정말 둘레길 "입구" 까지 가는 길이었다.

남아있는 거리가 6.4km??

걸어야 하는 총거리가 9km 였다.

어쩐지...

2.6km면 둘레길이라고 하기엔 많이 짧다 싶긴 했는데...

하지만 마음 먹었던 것과 달리 갑자기 확 늘어난 거리에 다리가 풀린다.

 

 

 

 

 

울릉도 둘레길이 총연장길이가 72km나 된다고??

놀랍다.

그런데, 그 중 내가 걷고 있는 현포-남양구간이 72km 라고??

풋! 말도 안돼.

이 표지판을 만든 이가 소숫점을 빼먹었던지,

정신이 없어 위에 숫자와 똑같이 적었던지...

그랬을것이다.

관광객인 나도 그게 잘 못 표기되었다는 걸 알겠는데,

둘레길을 관리하는 곳에선 그것도 모르나...?

 

그런데 진짜 문제는 여기서부터 태하령을 넘어가는 산길에

방향안내나 이정표가 전~혀 없다는 사실이다.

 

둘레길을 첫 시작부터 혼란을 겪었으니,

무심코 길따라 한참을 올라갔다가, 인근주민에게 물어보고 다시 내려와야 했다.

알고보니, 전혀 길처럼 안 보이는 이 길을 통해 산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

어떻게 둘레길이라고 표방하면서 길을 안내하는 표시 하나 제대로 없는지...

처음에는 좀 화가 났다.

 

그런데...

산길로 들어서면서 그 마음이 싹~ 풀렸으니...

길이...

너무나 예뻤던 것이다.

 

 

 

 

 

 

 

 

길 안내 표시는 하나도 없는데,

간혹 크게 실용적이지 않은 안내판들만 하나둘 모습을 드러낸다.

 

가파른 산길을 갈땐 꼭 거기 뿐만 아니라 어디든 낭떠러지가 될 수 있고,

그런 위험한 곳은 가라고 해도 안가고,

산에선 언제나 낙석의 위험이 있다는 걸 알고 주의하는 마음을 갖고 있으니,

도대체 내가 어디로 가야하는지 그 방향이나 꼼꼼히 알려주오~!!!

 

그렇게 발끈했다가도 또 금세 마음이 수그러든 것은

이 길 위에서 온전히 주인공인...

그들 때문이었다.

 

 

수령을 감히 짐작하기 함들만큼 오래된 나무들.

 

 

쓰러진 고목마저도 포근히 감싸고 있는 푸르른 잎들.

 

 

이 세상 가장 싱그러운 모습으로 피어있는 꽃들.

 

천지를 뒤덮고 있는 나물들.

 

무엇보다 반가웠던 건 이 "명이나물!"

성인봉 가는 길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틈틈히 눈에 띈다.

 

성인봉 정상에서 먹었던 명이나물 쌈이 계속 생각나던 차였는데...

그래서 명이나물을 몇포기 캤다.

 

 

물론 그 길을 가는 내내 나와 마주친 이도,

나를 지나쳐 가는 이도,

아무도 없었다.

 

숲길이 끝나자 포장된 도로가 나온다.

이곳이 태하령 옛길이구나...

택시기사 아저씨가 이 길은 차를 타고 자주 넘어다녔다고 했다.

지금은 해안일주도로가 생겼지만,

예전이 그 길이 없을땐 이 길로 다녔다고...

경사가 너무 가파라서,

차의 브레이크 라이닝을 몇달에 한번씩 갈아야 했었다며...

한눈에 봐도 차가 다니기엔 꽤 심한 경사다.

 

그나저나 힘들게 산 하나를 넘어왔으니,

막걸리 한잔 하고 싶다고 여기는 찰나

한적한 곳에 놓여있는 벤치를 발견했다.

 

 

조촐한 간식 세팅!!

젓갈이 있는데, 젓가락이 없어서

젓가락은 근처에 있는 대나무를 깎아 즉석 조달! 

 

 

그리고 준비해간 막걸리 한잔!

 

 

무엇보다 오면서 뜯은 명이나물이 있어 든든하다.

무엇을 싸먹어도 환상적인 맛을 내는 명이나물 쌈!!

  

마늘향이 나는 명이나물 줄기 부분을 반으로 딱 꺾어 들고,

젓갈 한점 올리고.

울릉도산 구운 오징어를 쫙~ 찢어 얹고

고추장 살짝 묻힌 웨하스 한 조각을 더한다.

전혀 쌈과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재료들!

 

돌돌돌 말아 준비하고,

막걸리 한모금 마신후 입안에 쏙 넣으면...

유후~!

그것은 울릉도에서만 맛볼 수 있는

명실상부한 "울릉도의 맛"이다.

 

머리 위로는 초록의 잎들이 양산이 되어주고,

간간히 보이는 눈부신 햇살...

최고의 행복은 이런 것, 아닐까?

 

울릉도 여정의 하루를 이곳 둘레길을 위해 낸 것은 참 잘한 일이었다.
 

 

저 너머로 바다가 보인다.

위치상으로 보아, 한국의 10대 비경이 있던 태하마을 대풍감 쪽인 듯 하다. 

 

유유자적 천천히 내려온 하산길!!

차가다녔던 옛 태하령길이라 시멘트 바닥인 것이 옥의 티였지만,

그래도 좋았다.

 

 

 

 

 

 

 

 

 

 

 

 

 

 

그렇게 산 하나를 넘어 반대쪽까지 왔는데...
 


반대쪽에도 여지없이 서 있는 표지판!

이 표지판을 보고, 울릉도 둘레길이 2.1km 인지 알고 올라갔다가,

그곳에서부터 시작이라는 걸 알고 황당해하는 이가 나 말고 또 있을까?

 

그나저나 도동으로 돌아가는게 문제다.

택시를 쉽게 잡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도로엔 다니는 차조차 없다.

버스가 지나가면 세울 요량으로 무작정 길가에 서 있었는데,

30분이 지나도 버스는 안 온다.

 

어떡하나....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데,

지나가던 차 한대가 선다.

인상 좋은 아저씨가 어딜 가냐고 물어보시는데,

도동에 간다고 했더니, 자신은 저동에 간다고, 가는 길에 내려주겠다 하신다.

 

울릉도에 대해 궁금한 것들을 이것저것 물어봤더니,

울릉도에 온지 1년도 안되어 울릉도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른다며 멋적어 하시는데,

알고보니 목사님이시다.

 

왜 거기 서있었냐 하시기에, 둘레길을 걸었다고 했더니,

역시나 태하령 쪽에 있는 둘레길은 들어본 적이 없다고 하신다.

 

내리면서 차비를 좀 드리려고 했더니 극구 사양하신다.

남은 여정도 즐겁길 바란다고, 울릉도에 대해 좋은 느낌만 담아가길 바란다고

그렇게 따뜻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가셨다.

 

울릉도에서 히치 하이킹도 해보고...

이번 여행은 참 다채롭다.

 

많이 걷기도 했지만,

명이나물이 남아있는 탓에,

저녁식사로는 고기가 먹고 싶어졌다.

 

그래서 저녁메뉴는 약소고기로 당첨!

 

불판 위에서 지글지글 익길 기다렸다가,

 

상추와 명이나물을 함께 쌈채소로 깔고,

 

살짝 익은 약소고기 한점, 고추, 마늘에 부지깽이나물 까지 살짝 얹어 먹으니...

천하의 진미가 따로 없다.

역시 명이나물은 웨하스를 싸먹는 것보다는

고기를 싸먹을때 그 진가를 발휘하는 것 같다.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걷고...

무작정 히치 하이킹도 해보고...

고기집에 가도 절대 안 나오는 귀한 명이나물을 직접 캐어 고기에 싸먹기도 하고...

(명이나물을 함부로 채취하는 것은 단속대상이지만, 단속원이 몇개 뜯어서 맛보는 정도야 괜찮다고 했었기에...)

  

울릉도 여행 5일차!

나는 울릉도에서 제대로 즐기는 법을 개척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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