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옥상에 올라가니 여전히 강 저편 떠오르는 햇살과 함께 알록달록 기구들이 둥실 떠있다.

 

기구에 떠서 아침을 맞으면 얼마나 환상적일까. 하지만 가격이 장난이 아니다.

 

이번엔 그저 멀리서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다음에 터키 카파도키아를 가게 되면 꼭 타리라 다짐한다.

 

 

여행지에서만 드러나는 특유의 부지런함으로 이제 막 따뜻해지기 시작한 공기를 가르며 길을 나섰다.

 

노새가 끄는 마차와 트랙터가 나란히 달리며 대화를 주고 받는 모습이 생경하다.

 

좁은 골목길 사이로 검은 차도르를 두른 여인이 아침 장을 보고 들어간다.

 

나일 강변에 나오니 파란 제복의 선원들이 수다를 떨고 있다. 크루즈 선원들인가 보다.

 

불어오는 강바람에 아침 수다에 젖은 그들을 보고 있자니 지중해 바닷가에 온 기분이다.

 

 

 

 

 

 

나일을 따라 한 없이 걸었다. 금방 나타날 것 같던 카르낙 신전은 표지판만 보일 뿐 담벼락 하나 보이지 않는다.

 

다행스러운 건 외국인이 그 길을 걷는 이유는 단 하나 뿐인지라, 이집션들이 말하지 않아도 다가가는 척만해도 알려준다는 것이다.

 

길을 잘못들었나 싶을 정도로 걷다보니 바리케이트가 쳐진 문이 보인다. 맞게 오긴 왔나보다.

 

 

바리게이트를 지나가니 주차장이 먼저 나를 반긴다. 매표소로 보이는 건물로 가니 표 파는 구멍이 보이지 않는다.

 

두리번 거리며 미니어쳐를 지나 나가니 왠 커다란 광장이 나를 반긴다.

 

광장은 굉장히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나온 문 옆으로 일본인 관광객 무리가 스쳐지나간다. 매표소는 그곳에 있었다.

 

매표소는 보통 건물 입구에 정면으로 있기 마련인데 건물 출구에 그것도 출구와 같은 편으로 붙어 있다니.

 

하마터면 표도 안 끊고 입구까지 갈 뻔 했다.

 

얼른 표를 사서 일본인 관광객들이 발을 옮기는 쪽으로 앞서 뛰어 갔다. 

 

여행지에 가서 단체 관광객 무리에 치이는 것 만큼 괴로운 것도 없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 무리는 더하다.

 

사진을 찍고 싶어도 여기저기 머리를 들이 밀기 일 수고, 셔터를 누르는 순간 슥 하고 지나가 유령사진 만들기가 일 수다.

 

게다가 가이드의 설명을 듣기위해 중요 포인트에 옹기종기 모여서 떨어질 줄 모르니. 최대한 피하고 싶다.    

 

입구에 다다르니 입구 옆으로 아직도 발굴 중인 작업장이 눈에 들어온다.

 

이 신전이 발굴된게 100년이 더 없이 넘어가는데 아직도 발굴 중이라니. 이 거대한 문명은 도대체 우리에게 얼마나 더 많은 걸 숨기고

 

잠들어 있는 것일까?

 

 

입구를 통과하니 드디어 스핑크스 열주와 함께 그 뒤로 거대한 성벽 사이로 나 있는 도로가 눈에 들어온다.

 

숫양의 머리를 한 스핑크스는 아마 '아문 라'를 의미하는 것일 것이다.

 

과거 테베였던 룩소르는 화려한 신전들로 인해 그리스 인들고 부터 '100개의 문을 가진 도시'라는 별칭을 얻었다.

 

그 중 가장 유명했던 것이 이 카르낙 신전으로 4000년 이집트의 역사에서 가장 거대한 신전이다.

 

메디나트 하부의 몇배나 되는 남아 있는 제 1탑문은 과거 이곳이 얼마나 거대 했는지 알려준다.

 

 

 

 

제 1 탑문을 지나가니 열린 공간이 나온다. 그 옆으로는 작은 기도실과 또다른 스핑크스 열주가 보인다.

 

그리고 제 2 탑문 앞으로 아직도 복원공사에 힘쓰는 이집션이 보인다.

 

곡괭이나 막대기 같은 것으로 흙 퍼나르 듯 유적을 파내는 것을 보니 대단하다라는 생각도 들고 한편으로는 저러다 중요한 조각이

 

사라지면 어쩌나 하는 쓸데 없는 걱정도 든다.

 

 

 

 

 

제 2 탑문을 들어가니 그 뒤로 거대한 기둥의 숲이 양옆으로 펼쳐져 있었다.

 

어림 잡아도 어른 대여섯은 붙어야 둘러 쌀 만한 기둥이 한없이 늘어선 이곳은 카르낙 신전의 백미 대열주실이다.

 

대열주실. 이름 그대로 기둥이 줄지어 서 있는 거대한 공간. 들어서자 거대한 기둥의 위압에 눌려버렸다.

 

지금처럼 기계가 없던 시절 어떻게 인마의 힘으로 이렇게 거대한 기둥을 쌓아 올릴 수 있었을까?

 

현대 학자들이 아무리 이러면 간단하게 세울수 있습니다라고 가정을 내 보인다 하더라도 현대인들은 엄두도 내지 못할 방법이다.

 

신에 대한 경이 때문일까. 왕의 권력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까. 아니면 죽지 못해 일했던 것일까.

 

자세히 보니 기둥이나 벽면도 민무늬가 아니다. 수많은 히에로클리프들이 세겨져 있다.

 

이 광대한 공간을 이야기로 다 채운 그 자는 아마 그 당시 최고의 작가가 아니었을까?

 

게다가 히에로클리프는 그림 문자니 그가 지금 세상에 살아간다면 최고의 만화가가 되지 않았을까?

 

 

 

 

      

 

열주실을 지나 들어가니 이번엔 하늘을 찢어버릴 듯 한 기세로 서 있는 오벨리스크가 있다.

 

뾰족한 첨탐을 타고 내려오는 햇볕이 신의 위엄이란 무엇이다 라고 말하는 것 같다.  

 

 

 

 

 

 

거대하고 웅대했던 앞과 달리 카르낙 신전의 뒷면은 의외로 초라하다.

 

거의 무너진 벽의 흔적만이 과거 이곳의 구조가 어떠했었는 지만 대강 설명해 줄 뿐이다.

 

 

 

 

 

신전을 둘러보다 보니 사람들이 바글 거리는 곳까지 와버렸다. 가까이 가서 보니 무언가를 가운데 두고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사람들 사이로 비집고 보니 거대한 쇠똥구리 상이다. 태양의 사신으로 불리는 쇠똥구리.

 

아마 고대 이집트인들은 뒷발로 지 몸보다 거대한 쇠똥을 굴리는 벌레를 보며 태양의 움직임을 보았는가 보다.

 

태양을 움직이는 거대한 쇠똥구리. 누가 또 낭설을 퍼냈는지 모르지만 저마다 소원을 빌며 쇠똥구리 상을 돌고 또 돌고 있었다.

 

 

 

카르낙 신전을 돌고 돈지 어언 3시간. 배가 꼬르륵 대기 시작한다. 점심 시간인가 보다.

 

신전을 나와 올 때와 반대로 강둑을 내려서서 걸어갔다. 크루즈들이 준비로 정신이 없다.

 

우리나라와 다르게 엉성하게 엮인 나무 바구니를 이고 나르는 그들의 모습이 마치 영국이 지지 않는 태양의 나라를 자처하던 시대를

 

배경으로 한 시대극을 보는 것 같다.

 

 

 

룩소르의 수크는 아스완보다 좁을 뿐더러 관광객을 끌기 위해 서로 정신이 없다. 마치 휴가철 동해의 어시장에 온 느낌이다.

 

시장 중앙 광장 2층에 위치한 레스토랑에 앉아 아래를 내려다 본다. 천태만상의 시장 사람들.

 

문뜩 시선이 건너편 테라스로 옮겨진다. 그곳엔 빨래를 널고 있는 허리가 굽을 대로 굽은 노파가 있었다.

 

그녀는 달팽이보다 느린 걸음으로 빨래를 하나씩 집안에서 들고나와 나름 야무진 손으로 집게를 집어 가며 널고 있었다.

 

번개 처럼 지나다니는 시장 사람들 위에 나무 늘보처럼 움직이는 노파. 이 무슨 아이러니란 말인가.

 

한참을 느린 노파의 동작이 거는 최면에 빠져 몸과 마음이 노곤해질 때 쯤 나의 본능을 깨우는 시시캐밥이 나왔다.

 

뭉근한 타젠이 질려있던 터라 바싹 구어 나온 양고기는 나의 오감을 만족시켜주었다.

 

 

 

 

숙소에서 짐을 찾아 다합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버스 사무실로 가니 문이 닫혀 있다.

 

버스 운행이 없는 낮엔 사무실들이 잠시 문을 닫는 다더니 그런가 보다.

 

그냥 바닥에 앉아 기다리려고 하니 건너편 가게 아저씨가 와서 앉으라며 의자를 내 주신다.

 

마치 개구장이 데니얼에 나오는 심술궂지만 정다운 옆집 아저씨처럼 생긴 가게 아저씨는 고집스런 표정과 달리 상당히 친절하셨다.

 

 

 

버스 시간이 다 되자 사무실 사람이 와서 문을 열어준다.

 

차를 마시겠냐는 그들의 말에 좋다고 했더니, 어디서 나타났는지 잠시 후에 꼬마가 찻잔에 차를 가져와 휘휘 젓더니, 세심하게도

 

위에 뜬 거품을 진지한 표정으로 샥샥 걷어내고는 컵 윗부분을 살짝 잡고 건내준다.

 

내가 마치 소크라테스나 아리스토텔레스, 가니메데스를 납치한 제우스가 된 듯한 느낌이다 .

 

나름 진지한 표정으로 프로페셔널한 손짓으로 거품을 걷는 모습이 얼마나 귀엽던지.

 

이윽고 우릴 다합으로 데려다 줄 버스가 도착했다. 이제 스무 시간 후에 다시 만나자. 다합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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