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내용은 지난 2008년 12월 작성된 여행기입니다.

전날 터진 뭄바이 폭탄테러로 인해 뒤숭숭한 정국에 휩싸였던 11월28일. 그렇지 않아도 테러의 위협으로 정부의 여행자제 당부가 있었던 발리이기에 떠나는 발걸음은 무겁기만 했다.
 

6시간 45분. 짧지 않은 비행시간 내내 그렇게 우리는 걱정과 설렘을 안고 발리에 다가갔다. 발리는 인도네시아 섬으로 자바섬 동쪽에 위치한 관광지. 우리나라로 치면 제주도와 같은 휴양섬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발리와 인도네시아는 언어부터 종교, 정치적인 성향까지 거의 비슷한 점을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이슬람교가 많은 인도네시아의 다른 지역과는 달리 발리 섬 사람의 92%는 지역화 된 힌두교인 발리 힌두교를 믿는다. 그래서 여전히 발리에는 카스트제도가 존재하고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은 최근 서구화된 식성으로 인해 소고기를 먹지 않던 힌두교 인들도 아무고기나 다 잘 먹게 됐다고 한다. 종교보다 더 무서운 미국의 패스트푸드 문화, 이것은 한 나라의 문화와 역사까지 바꿀 수 있는 엄청난 힘이라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그러하듯 발리의 사람들 역시 착하고 순수하다. 까무잡잡한 피부 사이로 하얗게 반짝이는 눈동자에서 맑은 그들의 영혼을 느낄 수 있었다.

가루다인도네시아의 자회사인 GOH코리아에서 준비한 미디어 팸 투어. 가루다 오리엔트 홀리데이(GOH)는 오는 16일 한국에서의 론칭을 계획하고 있는 에어텔 상품으로 이미 호주나 일본에서는 오랜 인기를 자랑하는 여행 프로그램.

GOH의 장점이자 특징이라면 우선 여행사들에게 전체 판매금액의 10%를 커미션으로 제시한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이로 인해 세일러들이 능력에 따라 다양한 금액으로 조정해서 판매가 가능하다. 또한 한국인들이 쉽게 할 수 없는 다양한 옵션들을 체험할 수 있으며 한국인들이 자주 가는 식당이나 호텔을 피해 더욱 이국적인 느낌으로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이번 팸 투어의 3박5일 일정은 누사두아비치호텔에서 시작됐다. 누사두아 지역 내에는 누사두아비치를 포함, 5성급 호텔이 총 12개 운집해 있다. 지난 2002년 나이트클럽 폭탄테러 이후 이곳은 삼엄한 경비를 자랑하게 됐다고 한다. 그래서 호텔 입구에는 경비원들이 관광객들의 안전을 위해 수색과 검색을 철저히 하고 있다. 또한 관광객과 투숙객을 제외하고는 호텔밀집 지역으로의 접근이 어려워 테러의 피해에 대한 원천봉쇄를 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여자 혼자 밤늦도록 해변을 거닐어도 불안하거나 위험을 느낄 소지가 없어 오히려 안전한 여행을 할 수 있었다. 발리는 허니문 시즌인 3월부터 5월과 10월부터 12월 까지가 성수기라 한다. 그만큼 한국 허니문에 의존율이 높은 지역이다. 발리의 관광객중 대다수를 차지하는 나라가 호주다. 호주인들은 위치적으로 발리와 가까워 제2의 집이라고 부를 만큼 발리를 사랑한다. 또한 일본인과 한국 허니무너들 그리고 중국인들이 관광객의 주를 이루고 있다.

우리가 묵은 누사두아비치 호텔은 발리 전통의 느낌을 잘 살리고 있는 곳이었다. 들어서는 외관부터 마치 인도네시아의 성에 들어온 듯 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형태를 갖추고 있었다. 또한 내부에도 발리스럽다고 표현할 법한 갖가지 장식물들이 객실과 복도 곳곳에 스며있어 ‘내가 지금 발리에 있구나’를 실감할 수 있었다.

특히 누사두아에서는 아침에 일출을 볼 수 있는데 수평선 넘어 밝게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다가올 미래를 다짐해보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시원한 바닷바람과 밤이면 총총히 빛나는 별. 모든 낭만적인 요소들이 아름답게 어우러진 곳. 로맨틱함이 묻어 있는 발리는 평온하고 고요한 휴양지 본연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발리에서 일정을 보내는 동안 우리는 한국에서 걱정하며 웅크렸던 몸과 마음을 활짝 열며 테러의 위협은 까맣게 잊은 채 평화로운 기운만을 마음껏 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