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런 베이에 오신 것을 환영해요~


친절한 아저씨의 초대로 캠핑비가 굳었다 ^^



친절한 아저씨와 함께~

“커피 한잔의 추억” -그

 

 

 

 

켈리의 집을 떠나 우리는 호주 동쪽 끝자락에 위치한 ‘바이런 베이’(Byron bay)를 향해 달려간다. 일단 고속도로에 올라서자마자 우리를 반겨준 것은 잘 닦여있는 자전거 도로였다. 제한속도 100km 옆에 자전거 도로 표시가 있는 것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지지만, 그래도 그 덕분에 안전하고 빠르게 바이런 베이를 향해간다. 그런데, 오늘따라 아내의 컨디션이 매우 좋지 않다. 장기간의 여행으로 체력이 고갈된 것인가? 오늘따라 유독 달리다가 멈추기를 여러번, 게다가 속도도 많이 떨어졌다. 급기야 바이런 베이에 도착하기 직전에 아내는 오늘의 라이딩은 여기까지라고 선언하기에 이른다. 무슨 병은 아닐까? 걱정은 되지만 특별히 아픈 것이 아니라 그저 힘이 없는 것이라고 하니 일단은 좀 지켜보기로 한다.

자리를 잡고 앉아 일단 뭐라도 먹으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하며 과일을 깎아 아내에게 건네준다. 힘겹게 과일을 먹는 아내를 보니 아픈 사람보다 아픈 사람을 지켜보는 사람이 더 힘들기에 나도 몸이 축 처지고 몸살이라도 난 기분이다. 그렇게 축 쳐져 있는 우리가 불쌍해 보였는지, 지나가던 차가 우리 앞에 멈춰선다.

 

“너희들 여기서 뭐해? 바이런 베이가 바로 코앞인데 말이야.”

“좀 쉬고 있어요, 너무 피곤해서요~”

“저런.. 우리 집이 바로 저기인데, 와서 좀 쉬고 가, 원한다면 마당에 텐트치고 며칠 묵어가도 괜찮아.”

“정말요?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그렇게 그를 따라 도착한 곳은 바로 커피 농장이었다. 그는 커피를 키우는 농부로 양질의 커피를 생산한다는 자부심이 아주 대단했다. 그러나 얼마 전 심한 우박이 내려 모든 커피를 망쳐놓았다고 한다. 그래서 올해는 커피를 전혀 수확할 수 없어 막대한 손해가 예상이 된다고 하는데, 그 와중에도 웃음과 여유를 잃지 않고 우리에게 이렇게 친절을 베푸는 그의 모습이 너무나도 멋지게 보였다.

그의 안내에 따라 마당에 텐트를 치고 아내의 동태를 살핀다. 여전히 썩 좋아보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잠자리가 해결되었다는 생각 때문인지 표정이 조금 밝아졌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한숨 자고나면 기운이 좀 더 회복 될 것이라는 생각에 낮잠을 청한다. 그런데, 아무리 누워서 잠을 청해도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다. 그 이유는 바로 찌는 듯한 더위 때문이다. 그렇다! 우리가 오늘 힘이 없는 이유가 바로 이 더위 때문이었던 것이다. 계절이 정반대인 호주와 우리나라이기에 12월인 지금이야 말로 엄청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시점인 것이다. 그 와중에 매일같이 장거리 라이딩을 하니 체력이 바닥난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너무 더워서 텐트에 있는 것이 더 힘들다고 생각되어 바람도 쐴겸 이곳의 최고 명물인 등대에 다녀오기로 한다. 호주 동쪽 끝에 위치한 호주에서 가장 크고 남반구에서 가장 밝은 빛을 낸다는 이 ‘바이런 곶 등대’(Cape Byron Lighthouse)는 그 특유의 비장한 느낌 때문에 세상 끝에 온 것과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고 하여 여행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꼭 둘러보아야할 코스로 인식되고 있다.

등대까지는 멀지 않은 거리이지만, 보통 등대는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언덕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니나 다를까 시내 중심가를 벗어나자마자 언덕이 시작된다. 경사가 급한 편은 아니었지만, 거리가 길고 꽤나 지친 상태여서 천천히 힘겹게 등대를 향해 올라갈 수 있었다. 아내는 몸도 완전히 낫지 않았는데 이런 언덕을 꼭 지금 올라가야 하냐며 울상이지만 그래도 다행히 잘 따라와준다. 그렇게 한참을 올라가니 드디어 바이런 곳 등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마치 세상의 끝이라는 표식인 양 우뚝 서있는 거대한 규모의 등대의 모습에 잠시 전율을 느끼고 카메라의 셔터를 누른다. 아마도 지구가 사각형으로 생겨서 바로 뒤에 낭떠러지가 있다면 그 모서리에는 바로 이 등대가 있으리라. 그렇게 비장하고 결연한 의지를 나는 이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앞으로의 여행을 즐겁고 안전하게 이끌 것이라는 각오와 함께 말이다.

등대에서 내려와 집에 도착하니 그의 아들인 라파엘이 우리를 반겨준다. 순수한 시골 청년인 그는 해군으로 10년을 복무하다가 얼마 전 제대하여 지금은 커피 농장에서 아버지의 사업을 번창시키는데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사진, 헬스 강사 등 다양한 취미가 많은 그였는데, 그중에서도 여행을 좋아하고 사람을 좋아한다는 점에서 우리와 통하는 점이 많아 금방 친구가 되었다.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그도 역시 커피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는데, 아마도 우리가 단 한번이라도 이 커피를 마셔보면 한국에서도 그 맛을 잊지 못해 주문 메일을 넣을 것이라고 했다. 우리가 믿지 못하는 눈치를 보이자 그는 여유있는 표정으로 직접 최상급의 커피를 만들어 줄테니 일단 맛을 보고 판단하라고 한다. 그렇게 몇 분간 기다리니 그가 커피 두 잔을 들고 나타난다. 사실 우리는 커피를 즐겨 마시는 편이 아니라 ‘에이 설마 커피가 거기서 거기겠지’ 라는 마음도 사실 있었지만, 그래도 그렇게 강력 추천하는 라파엘 때문인지 내심 기대가 된다. 드디어 시음 시간, 역시 직접 따서 직접 구워낸 커피의 맛이 다르긴 다른가보다. 원래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 나조차도 한 번에 다른 것을 느꼈으니 말이다. 우리의 표정이 밝아지자 라파엘이 보란 듯이 웃기 시작한다.

 

 

“하하하~ 거봐, 내가 뭐라고 했어.”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들의 커피 농장은 양질의 커피를 생산하는 것도 있지만, 그 커피를 로스팅 하는 과정의 기술이 매우 뛰어나다고 한다. 벌써 몇 해나 연속으로 호주에서 가장 뛰어난 커피로 상도 많이 받았다고 하니 이제야 그들의 자부심이 이해가 된다.

지친 체력을 달래기 위해 우리는 하룻밤을 그곳에서 더 머물며 그들의 일을 도와주며 하루를 보냈다. 그들이 농장 체험인 ‘우프’(WWOOF)를 제안하여 솔깃 했지만, 수확해야할 ‘메카데미아 넛’(Macadamia nut)마저도 우박에 의해 피해를 입어 수확할 작물이 없어 떠날 수 밖에 없었다. 짧은 시간동안 정이 많이 든 라파엘과 우리는 헤어짐을 아쉬워하며 마지막으로 함께 사진을 찍었다. 이제는 그가 남겨준 이 사진 한 장만이 그와 우리의 추억을 떠오르게 만들지만, 그와의 추억은 언제까지나 우리의 기억 속에 향긋한 커피향기와 함께 남아 있을 것이다.

 

 

 

 

바이런 베이 등대를 향해~



비장한 바이런 베이의 등대!



라파엘이 사진을 찍어주고 있다.



라파엘과 함께 단체 사진 ^^


소들~


자~ 다음 여행을 향해 또다시 출발해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