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빠듯한 여행을 계속 해오다, 그리스에서는 여유로운 시간이 계속 이어진다. 오늘은 하루종일 바닷가에서 노는 것으로 일정을 짰다. 좀 쉬고 싶다 하면서도, 한 곳에 진득하니 못 있는 스캉이라, 사실 바닷가에 누워서 일광욕이나 즐기고 있는 걸 그리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오늘은 꽤 재미있는 날이었다. 여행은 어디를 가느냐도 중요하지만, 누구랑 가느냐도 많이 중요하다. 나 혼자 갔다면 보지 못했을, 느끼지 못했을 것 들을 같이간 친구들 덕에 보고, 느끼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오늘은 친구 덕에 지금껏 몰랐던 파라다이스 해변의 또 다른 멋을 볼 수 있었다.

 

책에 나오기로는 파라다이스 비치는 유명한 누드 해변이라고 한다. 흔히들 누드비치에 가면 벗고 놀아야 하는 거라 생각하는데, 사진에 보듯 입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물론, 이 사진을 찍었던 2006년에는 6월달이라 아직 날이 쌀쌀해서 벗고 놀기에는 적합한 날이 아니었다. 그래서, 해가 없으면, 옷을 입었다가, 해가 뜨면 벗고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아무튼, 파라다이스 해변에는 약 1/3 정도는 제대로 갖춰 입고 놀고 1/3 정도의 여성들은 윗옷은 벗고 놀고, 1/3 정도의 사람들은 홀라당 다 벗고 논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훌러덩 다 벗고 노는 사람들은 대부분 나이가 좀 있는 아저씨, 아줌마 들이고, 젊은 사람들은 가슴만 내 놓는 정도다. 아무튼 한국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풍경이 펼쳐지는 곳이 파라다이스 해변이다.

 

그렇다 보니 아무래도 사진 찍기가 조심스러워진다. 2005년에는 아예 부피가 큰 1Ds (DSLR) 은 들고 가지도 않았다. 그냥 똑딱이만 들고 가서 사진을 찍었는데, 의외로 사람들이 벗고 있음에도 사진을 찍고 그런거에는 관심이 없어 보였다. 그래서, 2006년에는 1Ds 를 들고 갔는데, 날씨가 좋지 않아서 좋은 풍경을 담을 수 가 없었다. 올해는, 사진을 다 도둑 맞아서 뭐, 이래저래 파라다이스 해변 사진은 그리 많지 않다.






파라다이스 해변은 아름답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 해변은 아니다. 그냥 해수욕하기 좋은 바닷가 정도 였는데, 알고보니 바닷속은 정말 너무도 아름다운 해변이었다. 여행전에 방수카메라를 하나 장만할까 하다가 자금 여유가 없어서 그냥 왔는데, 정말 오늘은 방수카메라가 없는게 안타까운 날이었다. (물론, 찍었다 해도, 다 도둑 맞았겠지만,) 수영을 잘 못하는 스캉은, 바닷가에서 논다해도 말 그대로 가에서만 놀지 깊이는 들어가지 못하는데, A 는 여기저기 참 많이도 왔다갔다 하면서 수영을 즐긴다. 그러다 우연히 보게된 바닷속이 너무 아름답다며, 나보도 들어와서 보라고 하는데, 수영 못하는 사람들은 다 그렇겠지만, 스캉도 깊은 곳에 들어가는 건 정말 너무 무섭기에 안 가겠다고 해도 자꾸 오라고 해서 정말 용기를 내어 좀 깊은 곳으로 들어가 봤다.






그리곤, 수경을 쓰고, 바닷물에 머리를 담궜는데, 아!~ 정말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너무나도 아름다운 풍경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파라다이스 해변은 약 5미터 정도만 가면 작은 섬 같이 중간에 바닥이 올라와서 수심이 낮아졌다가, 그곳만 넘어가면 수심이 급격히 깊어지는데, 깊은 바닷속의 색은 정말 말로 표현 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빛을 발하고 있었다. 한두장만 찍고 고장나도 좋으니 좋은 카메라를 들고와서 사진을 찍고 싶을 정도로 너무나도 아름다운 풍경이었지만, 아찔하다. 무섭다. 그래서 서둘러 물에서 나와야 했다. 그러고 보니 스캉 참 못하는 것 도 많다. 운전도 못해, 수영도 못해....이 아름다운 바닷속 풍경은 수영을 못해서 제대로 못보는게 너무 아쉽다. 한국에 돌아가면, 꼭 수영을 배워야지 했지만, 글을 쓰는 지금까지 근 1년이 넘도록 그냥 생각만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