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안지는 햇수로 4년째, 사귄지는 1년 좀 안된 한살 어린 남자친구가 있습니다.

처음 알았을 때는 유부남 동생이었고,

서로에게 문제가 있어 2년 전에 별거에 들어갔었고,

이혼 도장 그로 부터 1년 뒤 쯤 저 만나고 있는 도중에 찍었습니다.(이유에 대해서는 디테일한 가정사)

 

바로 직전에 서로 만났던 사람들과 어떻게 맞지 않았고 힘들었는지를 서로 잘 알고 있고,

힘든 부분에 대해서도 대화를 참 많이 했던 사이였습니다.

 

물론 사람이 부족한 부분, 단점들도 있지만

이 친구와 제가 참 많은 부분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직업이 변변치 않아 미래를 생각했을 때 좀더 나은 삶이 되기 위해

이직을 권유하고 다독이고 격려해 지금은 새로운 직종으로 시작했습니다.

몇 달 동안은 수습으로 월 100만원 조금 넘는 월급을 받고, 시간이 지날 수록 괜찮아 질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전 결혼생활 했던 아파트 명의는 남자친구지만 실제 소유는 아버지시기 때문에 반전세로

아버지가 관리하고 계십니다.

 

제가 답답하고 고민하고 있는 부분은 지금부터 입니다.

 

저는 36, 남자친구는 35살입니다.

마냥 좋다고 연애만 하고 있을 나이도 아니고, 첨에 시작할 때부터 어느정도 미래를 같이 그려나가고자

시작했고,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이 사랑하고 있습니다.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성격이나 마음가짐 등 흔히 말하는 코드가 잘 맞고,

대화와 이해심이 보통 남자보다 조금은 더 높다고 느낍니다.

저를 많이 사랑하는 건 저도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그런데 뭔가 진취적이고 주체적으로 계획하고 실천하는 능력이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제가 지난해 말부터 우리 결혼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하는거 아니냐는 식의 얘기를 몇번 했었습니다.

표현은 평생 행복하자면서 구체적인 결혼 계획이 없으니 점점 답답해졌습니다.

 

그러다 설명절 전에 서로 집에 편하게 왔다갔다 하자는 의미로

남자친구 부모님하고 식사 한번 했고, 저희 집하고도 남자친구가 식사 한번 했습니다.

양가 똑같이 말씀하시는 건 나이가 있으니 그냥 만나는건 아니지 않겠냐고 더욱 신중하게 만나보고

결정하라고 하셨습니다.

저희 어머니께는 아직 이혼 사실을 말씀 안드린 상태였고, 남친 어머니는

한번 큰 상처를 받으셨는지, 당신 아들이 두번의 상처는 안받았으면 하신다면서

가볍게 만날거면 연애만 하라고 하셨었습니다. 그러다 지금은 왜 진척이 없냐는 눈치십니다.

 

뭔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자 하자는 얘기를 하지 않으니 정말 답답합니다.

제가 4월 말에도 한번 술 한잔 하면서 얘기했습니다.

이런 마음으로 말했더니

5월되면 아버지께 말씀드려서 집 문제 얘기하겠다고 하더라구요.

현재 월세 받으시고 계약기간이 있으니 아버지와 상의를 해야했겠죠.

그리고 5월부터 새로운 일을 배우면서 하는데 월급이 120밖에 안되니 결혼해서 생활을 어떻게 하냐고

걱정을 하더라구요.

그래서 지금은 적게 벌지만, 나중에 많이 벌거 아니냐고. 그 동안은 내가 좀더 버니까 합쳐서 생활하면

아무 문제 없는거라고 했어요. 그래도 남자가 그게 아니라면서 걱정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내가 계속 일을 할 것도 아니니, 당분간 남친 자리 잡을 때까지는 일을 할거라고 했죠.

저도 돈을 많이 버는게 아니지만요.

 

제가 뭔가 결혼 재촉을 하는 모냥새가 정말 너무 싫은데,

이렇게 흘러가버리는 시간이 너무 아까워서 문득문득 너무 답답해 집니다.

 

5월에 말씀드리겠다고 말한지 벌써 한달이 지나가려고 합니다.

그동안 저 그거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고, 즐겁게 놀고 사랑하면서 지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이렇게 흘렀는데, 가타부타 말이 없습니다.

 

어제는 흘러가는 시간이 너무 아까워서 퇴근길에 기분이 훅 다운 되더라구요.

맨날 먹고 마시고 노느라고만 돈을 썼지, 옷사고 치장하는데는 쓸 돈도 없어서

입을 옷도 없는 제가 한심했어요.

 

맨날 츄리닝 바람으로 쌩얼로 동네 돌아다니고 아니면 같은 취미가 있어서 그것만 하러 다니니

화장하고 구두신고 할 일이 거의 없더라구요. 그것도 우울에 한몫 했어요.

 

그러다가 밤에 남친집에 갔는데, 조금 있다가 아버지가 들어오셨어요.

개인택시 하시는데, 퇴근이 매일 랜덤이죠.

 

남친이 잠깐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아버지가 제게 넌지시 물어보시더라구요.

 

"너넨 뭔 얘기 안해? 너네 어머님이 뭐... 뭐 결혼 얘기 안하셔? 하라고 안해? 나이도 있는데

할거면 빨리 하는게 낫지.. 셋이 한번 얘기 좀 해봐.."

하는데 남자친구가 나왔어요.

 

사실 우리 어머니도 다 큰 딸이 남자친구 있고, 맨날 놀고 다니는데 결혼 얘긴 없으니

지난번에는 너무 답답하셨는지,

걔 한번 데려오라고. 내가 말 좀 해야겠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러고 나서 집에 데려다 준다고 걸어오는 길에 아버지가 무슨 얘기 하신거냐해서

말해줬죠.

자기가 5월에 아버지랑 얘기해본다고 한거 자기가 안하지 않았냐고. 아버지가 결혼 얘기 하신거라고.

그냥 그러고 말았어요.

 

뭐, 헤어질 때는 좋게 헤어졌는데.

집에와서 잘 때까지, 그리고 오늘 지금까지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아요.

 

남자가 좀 구체적으로 계획을 하고 이끌어가는 게 있어야 하는데,

사소한 거 하나하나 먼저 저를 이끌어가는게 없어요.

 

새로운 일을 하는데 꼭 알아야 하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제가 그걸 좀 해서

몇번 가르쳐 줬어요. 그럼 배우려는 당사자가 더 적극적이어야 하는데

매번 제가 궁디 토닥토닥 하면서 굴려서 뭔가를 해야해요.

본인 스스로가 뭔가를 찾아서 적극적으로 성취하는게 없는 것 같아요.

 

다른 건 제가 좀더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이끌어가더라도

결혼만큼은 남자가 이끌었으면 하는데, 이것도 밍기적거리는 건지 나름 혼자 생각이 있는건지

아님 결혼이 하고 싶지 않은건지 모르겠어요.

이런 얘기를 또 제가 먼저 꺼낸다는게 자존심이 너무 상해요.

남녀 사이에 자존심은 없다고 하지만,

남친은 아닌데 저는 결혼이 하고 싶어 안달난 사람으로 비춰지고 싶지 않은 마음이 너무 커요.

 

설령 제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한다고 쳐도,

앞으로 살날 무수한 일들이 많을텐데 그때마다 답답하게 이끌지 못할 걸 생각하니

너무 답답해요.

 

이게 제 욕심인건지,

남친이 부족한 건지, 그걸 모르겠어요.

생각하고 생각하고 생각해봐도 점점 미궁속에 빠져요.

 

남친은 저보고 오늘 왜케 차갑냐고 하길래, 제가 서로에 대해 생각이 많아진다고 하니까

생각하는 건 좋은거고, 생각많이 하고 긍정적인 결론을 내리래요.

무슨 얘기 하는지도 모르면서.

 

사람이 100프로 완벽한 사람은 없지만,

이런 사람과 결혼을 하게 되면 나중에 어떤 일이 있을 때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거 아니에요.

혼자 뭘 계획해서 한 적도 없고. 어딜 가자, 뭘 먹자, 이렇게 하자, 저렇게 하자.

자기가 먼저! 먼저 그렇게 나서서 하지 못하는 사람 같아요.

 

나름 열심히 한다고 하겠죠.

나름 열심히 하면 뭐하죠? 무엇이든 과정과 결과가 있는거지 과정만 있는 건 없잖아요.

 

저도 결혼 신경 안쓰고 그냥 연애만 하면 전혀 문제없을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 이러고 있는게 너무 답답하니까, 어디다 말할대도 없고.

 

제 정신머리가 나쁜건지, 현실을 직시하고 떠나야 하는건지.

객관적으로 말 좀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