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 때도 기분 안 좋아서 왔고 추석 땐 친정어머니께서 큰 수술을 앞두고 계셔서 남편한텐 쉬라고 했습니다. 새해에 남편은 쉰다고 해서 저와 아이만 친정에 갔는데, 어머니께서 명절에 남편 혼자 쉬면 뭐 하냐고, 설에 같이 오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6개월 만에 오랜만에 설에 모였습니다. 설날 점심 때까진 잘 보냈습니다. 설 전날엔 동생 식구도 와서 고기도 구워 먹고 회도 사러 가고, 화투도 하면서 즐겁게 보냈습니다. 다음날 드라이브도 가고(친정아버지가 늘 운전을 하시고 사위는 보조석에 앉아있죠) 절에 가서 기도도 하고 점심공양도 먹었죠. 카페에 가서 커피도 마시고 잘 지냈습니다. 그 다음에 마트에 가서 아이들 장난감을 사주기로 했어요. 저희 차가 먼저 도착해서 동생차를 기다리면서 마트 입구에 있었어요. 남편이 화장실에 가니, 저와 친정어머니도 화장실에 다녀오기로 했지요. 저희가 화장실에서 나오니, 동생네도 도착했는데 남편만 안 보이는 거에요. 어디 갔냐면서 잠시 서서 이야기를 했죠. 남편이 화장실에 가면 큰 걸 보는 경우가 많아서 조금 기다렸습니다. 아이가 화장실에 간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화장실에 아빠가 있는지 불러보고 오라고 했죠. 아이가 다녀와서 아빠가 없다고 해서 그때 전화를 했습니다. 퉁명스런 목소리로 1층에 올라갔다고 하더라고요. 나와 보니 아무도 없었다고요. 우린 아직 밑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고 했어요. 1층으로 올라가면서 남편을 찾았는데 보이지 않았어요. 다시 전화를 했더니, 햄버거매장에 앉아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만 나와서 남편을 찾고 같이 가는데, 자기만 버리고 왔다면서 모두한테 섭섭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우린 화장실 앞에서 기다렸다, 네가 먼저 올라간 것이고 남자화장실에 가서 찾아보기도 했다고 말했어요. 오해라고 섭섭해하지 마라고요. 어떻게 남편을 놔두고 먼저 올라갔겠냐고, 오히려 올라간 사람은 네가 아니냐고 달래며 이야기하는데 소리를 치더라고요. 자기가 화장실에서 나왔을 땐 아무도 없었다고, 그래서 자기가 올라간 것이라고요. 알겠다고 계속 말을 했습니다. 남편을 데리고 다른 식구들이 있는 곳으로 왔는데 갑자기 “에이 x발”하면서 저한테 화를 내는 거에요. 전 황당했고 어머니께서 왜 그러냐고 하셨죠. 그랬더니 제가 자기한테 화를 냈다고 하는 겁니다. 화를 낸 사람이 누군대, 전 섭섭해하지 마라고 상황을 설명한 것뿐인데요. 동생이 남편을 데리고 다른 곳으로 갔고 전 설날 식구와 다른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남편이 그런 말과 행동을 보인 것이 이해가 안 갔어요. 동생이 아이에게 조립제품을 3개 사주려고 했는데, 남편이 아이에게 화풀이를 합니다. 이 새끼가 미쳤냐면서 한 개만 안 고르냐면서요. 아이가 얼굴이 하얘져서 장난감을 모두 두었고 동생이 아이를 달래서 두 개를 골랐습니다. 아이가 자기 아빠가 무서우니까 한 개만 하겠다고 했고, 동생이 삼촌이 사줄 테니까 괜찮다면서 아이를 달래며 데리고 갔습니다.

집에 와서 분위기 파악도 못 하고 자긴 삼겹살을 먹을 거라고 하더군요. 제가 삼겹살을 구우려고 했고 아버지께서 아무리 못난 장인어른이라도 어른 앞에서 딸한테 큰 소리를 내냐면서 한 소리 하시고 밖으로 나가셨습니다. 남편은 그 말을 듣고 저한테 올라가자면서 말을 하더군요. 어머니께서 장인어른이 그렇게 얘기했다고 그냥 가면 어떡하냐고 얘기했습니다. 저희 남편 싫은 소리하면 가자고 했던 적이 참 많습니다. 제가 얘기 좀 하자고 방으로 갔죠. 아버지께서 왜 그런 말을 하셨는지 정말 모르냐고 물었습니다. 아버지 앞에서 자기 딸한테 욕하면서 화를 내는데, 어느 부모가 마음이 좋냐고 제가 말했습니다. 자기도 화를 내는 이유를 이해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더 이상 서로 기분 안 좋게 자기가 간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가면 남은 사람들 기분이 어떠냐고, 아버지께 큰 소리 내서 죄송하다고 자기가 오해를 했다면서 얘기하면 되지 않냐고 제가 이야기했습니다. 동생까지 들어와서 얘기를 하더군요. 화가 나서 말했다고 변명했고 동생이 화가 나면 어른 앞에서, 회사 윗사람한테 화를 내는 건 아니지 않냐고 말했죠. 남편이 저보고 얘기를 하라고 하더군요. 전 내가 죄송한 일을 했냐면서 네가 죄송하다고 얘기를 해야지 않냐고 했어요. 결국 나가서 아버지께 얘기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올케가 제 등을 두드리며 위로했고 그런 모습을 보인 게 속상했습니다. 분위기는 어색해졌고 어머니께선 저럴 때마다 네가 어떻게 사냐고 말하셨죠. 우지 마라면서 어머니가 너무 속상하다고 하셨어요. 암 수술한 어머니께 신경 쓰게 해서, 아버지께서 눈을 훔치시는 걸 보니 더 슬퍼졌습니다. 전 늘 자존심 강한 사람이었거든요. 그걸 잘 알고 계신 아버지께서 시집가서 딸이 그런 대우를 받는 걸 보고 얼마나 마음이 안 좋으셨을까요? 부모님께 유한 사위를 보여드리지 못해서 또 불효녀가 된 것 같습니다.

밤에 출발을 해서 어머니께서 짐을 바로바로 싸주셨습니다. 또 늦게 출발한다고 남편이 잔소리할까봐 그런 것 같습니다. 눈물이 날 것 같아서 아버지께 제대로 인사도 못하고 어머니와 동생내외한테 인사를 하는데 눈물 섞인 소리였죠.

친정에서 갈 때마다 편하게 간 적이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차에서 보니 아이도 갑작스럽게 출발하니 눈물을 닦더군요. 남편이 너무 원망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