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고민이 너무 많았는데

부모님한테 이야기하기도 친구에게 이야기하기도 입이 떨어지지 않아서

이렇게 글이라도 써보면 생각이 정리되려나?하는 생각에 써봐요..

#1. 

저는 애플리케이션 개발자입니다.

졸업하고 바로 창업을 했는데 운이 너무나도 좋아서 돈도 꾀 모았고 일도 재밌게 잘 하고 있고요..

아는 오빠도 창업한 디자인회사에 들어가게 됐는데,

같이 일하면 서로 도움될 일이 너무 많아서 같이 일하게 됐습니다.

아직 그 회사는 시작한지 얼마안되서 하루하루 라면으로 생활하고 있었고,

제가 금전적으로나 일적으로나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었습니다.

그 디자인회사는 총 3명의 멤버가 있었고 사무실에서 함께 먹고,자고,일하고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그 틈에 저도 합류하게 됐습니다.

작년 9월부터 함께 일하면서 정도 많이 들었고,

그쪽 회사 대표와 제가 사귀게 되었습니다.

#2.

올 초에 사귀기 시작했는데, 사귄지 한 달만에 임신을 하고 말았습니다.

오빠가 안정적이지는 않았지만 제가 그나마 금전적으로 안정적이었고,

모아둔 돈도 적지는 않아고 생각했기에 "운명이구나" 생각하고 

초스피드로 결혼을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양가 부모님 모두 별 탈없이 축하해주셨고요..

#3.

제가 "나는 31살에 결혼할거야"라고 노래를 불러와서

집에서는 결혼이 아직 먼나라 이야기(5년도 더 남았기 때문에..)인줄 알고 준비를 하지 못했습니다,

오빠 역시 사업도 하고 있고,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한지 10년이 훌쩍 넘어서

부모님께 손벌리기가 쉽지 않았고요..

그래서 제가 모아둔 돈으로만 결혼을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예물, 예단, 혼수 다 포기하고 지금 있는 것만 가지고 시작해보기로 했고요,

이 부분에서 할머니께서 많이 속상해하셨어요,

할머니는 예물, 예단, 혼수 심지어 약혼식까지 뭐 하나 빠뜨리지 않고 하고 싶어하신 눈치였는데,

우리끼리 최대한 절약해서 부모님 손 안벌리고 해보겠다며 시작했습니다.

#4.

올 12월에 아기가 태어날 예정이라 우선 집을 구하는 게 급선무였습니다.

제가 모아둔 돈은 1억 조금 넘었는데,

아파트에서만 살아온 오빠는 대출을 받더라도 아파트에서 시작하길 원했고,

저도 시댁과 가까운 곳에 집을 마련하는게 좋을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집에서 일하긴 하지만 육아에만 몰두할 수 없었고, 어머니가 아기를 봐주신다고 하셔서...)

하지만 서울에 1억짜리 아파트가 있을리가요..

대출을 받아야겠다고 친정에 말했더니 드디어 할머니가 폭발하셨습니다 ㅜㅜ

예물도 네 돈으로 했고, 집도 네 돈으로 하는데 대출까지 받아야 하겠냐며..

네가 결혼을 못해서 안달난 사람도 아니고 왜 이렇게까지 해서 결혼을 해야 하냐고..

틀린 소린 아니지만 남자친구는 개인회생중이라 빚도 있고 해서 

대출이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할머니가 탐탁잖게 생각해서 대출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더니,

자존심 싸움하자는 것도 아니고 대출 조금 받는다고 이자가 많이 나가는 것도 아닌데 왜 그러냐는 말에

울컥해서 울고 말았네요..ㅠ

나름 다 양보하고 양보했다고 생각했는데..

#5.

집 문제야 해결해 나갈 수 있을거라고 봅니다,

돈 문제로 싸우고 싶지도 않고요,

하지만 매일매일 속끓이고 있는 부분이 너무 많아요..

남자친구가 버는 돈이 정말 제로입니다. 사업 시작한지 2년도 채 되지 않았는데

직원은 잔뜩 있어서 생활비로 줄 돈이 제로입니다.

그쪽 회사는 월세고 전기세고 3개월 이상 밀리는게 다반사라 따로 제가 바라는 바도 없고요..

제가 정규직+프리랜서 더블로 일하면서 생활비 마련하고 있는데,

저 혼자 쓸때에 비해 나갈 돈이 너무나도 많아졌습니다...

두 명치 생활비 + 남자친구 빚(월 20) + 자동차 유지비...

자동차 유지비가 생각보다 많이 나가는데 남자친구 수입이 제로라 제가 부담하고 있고,

월 20만원 가량하는 빚도 당연히 제가 해줄거라고 생각을 하고 있는듯 합니다.

그래. 이제 내 남편이니까 그정도야 해결해줄 수 있지 싶다가도

나는 여태껏 일만하면서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모으기만 했는데,

남자친구는 쓸 것 다 쓰면서 만들어논 빚을 내가 왜 갚아야하나?라는 생각도 들고요..

하루에도 생각이 수십번씩 왔다갔다 하네요..

사실 뭐라고 말을 꺼내야 할지 모르겠어요,

남자친구가 말을 너무 잘해서 매번 제가 설득당해요....

#6.

돈 문제보다 더 고민에 빠뜨리는 건 퇴근시간이요..

저는 원래 집에서 일했기때문에 집에서 빨래+청소해가면서 일하고 있고요,

남자친구는 10시쯤 일어나서 출근하고 퇴근은.....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동아리 모임이 있어서 3~5시쯤 퇴근해요.. 새벽이요..

지난 주에는 2시에 들어와서 왜이리 늦게 왔냐고 하니

이정도면 엄청 일찍 들어온거라며 오히려 썽을 냈어요,

보통은 다른 업체랑 미팅이 8시쯤에 잡혀서 매일 11시 넘어서 퇴근하고요,

오늘은 학교 선배 만나서 저녁먹고 들어온다고 하고...

일찍일찍 들어왔으면 좋겠는데,

일하는 날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왜 다 내가 이해해야만 하는지 너무 서럽네요..

일도 제가 훨씬 많이하고,

집안 일도 제가 훨씬 많이하고,

돈도 저 혼자 벌고,

남자친구는 하고 싶은 일 하면서, 하고 싶은거 다 하는데,

저는 임신하면서 제약사항도 많고, 친구도 만나고 싶지도 않고, 

당장 돈은 점점 부족하니 집에서 일만 해야하는데,

남자친구는 매주 동아리 모임 꼬박꼬박 나가고, 친구도 다 만나고,

그러니.. 괜히 심술이나요 ㅜㅜ

어떻게 하면 넓은 마음으로 이 모든걸 이해할 수 있을까요,

남자친구한테라도 이야기해보는게 좋을까요 ㅜㅜ?

이야기 해보고 싶다가도..

그렇잖아도 회사 운영이 쉽지 않아 스트레스 받을 것 같은데

돈 안벌어온다고 구박하고 싶지 않기도 하고,

매일매일 새벽까지 술마시던 사람이 

그래도 지금은 제 정신으로 집에 들어오긴 하니깐 이해해줘야 하는게 아닌가 싶고..

아기가 태어나면 조금은 달라질까요?

매일매일 혼자 고민하다 우울증에도 빠졌다가 기분도 오락가락하고 어렵네요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