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 폭풍후라 그런지 전화통화를해도 참
할말도 별로없고 어색하기만 하다..
딸에게는 '솔'톤의 다정하고 부드러운 목소리..
나에게는 '레'톤의 낮고 무거운 무미건조한 목소리..
에효..딸을 질투하긴 싫지만 왠지 조금은 부러워지는 이 기분..

결혼전 연애할땐 싸움후 먼저 풀어주려 그리 애쓰고 애교까정 부리더니..
결혼속 테두리안의 난 이제 애정표현마저도 딸들에게 밀려나있다..
결혼후 나는 며느리란 이름으로 엄마란 이름으로 현모양처란 이름으로
그 이름에 걸맞는 자리에서 의무와 책임을 수행하며 살아야만 했을뿐
'여자'라는 본연의 모습으로 살아 본적이 없는것 같다..

어릴때 나의 아버지는 가난한 집 장남의 이름으로 외국까지 가 일을하셔
유년시절의 아버지에 대한 애정의 기억이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
자식에 대한 사랑보다는 가난하기에 사는일이 먼저였기에 이해한다..
그래서인지 이성에 눈 뜬후 그 자리를 메우려는 보상심리에서인지
남자에게 의지하고 메달리고 떠날까봐 전전긍긍해 하면서 전부를 바쳤었다..
남편과 결혼후에는 더욱도 그랬기에 피곤하다.. 질린다..소리도 들었다..

남편도 가장이란 이름으로 회사일에 장남노릇에 아버지노릇에
신경쓰고 챙겨야기에 나만 바라봐주길 바라는건 욕심인건 나도 안다..
하지만 어떨땐 가족이라는 서열에서 밀려나는 내 존재가 참 슬프다..
마음속으로는 누구보다 날 사랑하고 있는거 알고 있지만 아주 가끔은
그 사랑을 나한테만 집중해 보여줬으면 하는 바램아닌 바램이 있다..

연애시절 나에게만 보냈던 그윽하고 따뜻한 눈빛을 받아본게 언제인지..
결혼생활 하면서 남편에게 많은걸 바라며 산적은 없었던거 같다..
그러기에 여유롭지 않아도 그 안에서 나름대로 행복함을 찾으려 애썼고
아주 가끔 찾아오는 선물같은 가족여행이 나에겐 힘이고 재산이고
그 추억의 힘으로 힘들때마다 끄집어내 위로하면서 이겨내고 있다..

나도 때로는 며느리의 이름.엄마의 이름.현모양처의 이름을 벗어던지고
남편과 '남자와 여자'의 본연의 이름으로 만나서 사랑을 하고싶다..
다른 여자들은 나이먹을수록 돈의 힘으로 산다지만 난 다르다..
남편을 너무나도 사랑하고 나의 마지막 사랑이기에 더욱 간절하다..
난 '사랑'이라는 끈의 힘으로 이겨내고 그 힘으로 살아가고 싶다..
"여보~~내가 당신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지?
딸들한테만 보내는 다정한 눈빛 나한테도 좀 나눠주면 안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