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남친 어머님께서는 제가 마음에 드신걸까요..???
통통이 2010.01.19 12:08:57
(글이 좀 길어요...)
교제한지 8개월째입니다.
저 26, 남친 28이구요.
저희 딴에는 진지하게 만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 양가에 인사를 드리지는 않았어요.
그건 좀 나중에 결혼 정말 하게 됐을적에 천천히 하자고 하고...
대신 부모님 집에 안 계실 적에 한두번씩 집에 놀러간 적은 있죠.
신기한게요, 남친 어머님이요.
절 한 번도 보신 적이 없으세요. 저 보고싶다고 말씀하신적도 없다 하시구요.
그냥 제가 궁금하다, 라고는 하셨다지만 데려와봐라, 라는 말씀도 아직이세요.
그 부분은 이해해요. 저도 결혼할지 안 할지 확실치도 않은 상황에
넙죽 인사드리고 푼수처럼 굴기는 싫거든요..
저희 부모님도 남친 궁금해하시기는 하지만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고...
암튼, 왜 어머님이 신기하다 하시냐면요.
그런데도 제가 뭐 해드리거나 하면 또 거부감은 없으십니다.
어느 정도냐면, 제가 평소에 요리하는 걸 좋아해서 남친한테 몇 번 요리를 해준적이 있어요.
그러다가 예전에 저희 부모님 두 분이 여행가셨을 적에 남친을 저희 집에 초대해서
남친이 가장 좋아하는 요리인 잡채를 해준 적이 있죠.
남친이 그 잡채맛을 못 잊겠는지 그 뒤부터 저만 보면 잡채 또 해달라고 조르더라구요.
저도 알았다고는 말했지만 제가 집에서 노는 사람도 아니고 회사를 다니니까
해준다 해준다 말만 하고 못해줬거든요.
근데, 1주일 전에 남친 집이 비는 일이 생겼어요.
남친이 기다렸다는 듯이 저더러 놀러오라고 하대요.
그러더니 오는 김에 자기 집에서 잡채를 해줄 수 있냐는겁니다;;;
전 경악했죠. 우리집 주방도 아니고 남친집 주방을 제가 어찌 함부로...
남친 어머님 뿐만이 아니라 어느 여자든, 자기 주방을 생전 본 적도 없는 사람이 쓴다고 하면
불쾌하지 않겠어요?? 전 안 된다고, 요리가 문제가 아니라 그건 예의가 아니라고 했어요.
근데 남친이 대체 무슨 생각인지(-_-;;;) 자기 어머님께 여쭤본거예요.
자기가 잡채가 먹고 싶어서 해달라고 부탁을 했는데, 그 주방 좀 써도 되냐구요.
전 당연히 불호령이 떨어지고 남친이 혼날 줄 알았는데(어머님이 좀 엄하세요)
의외로 어머님이 '그래라'라고 하셨다는거예요;;;
남친이 좋아라 전화해서는 허락 받았다며 얼른 해달라고 하는데...
마치 남친은 초딩 같고... 아니, 남친은 둘째치고 어머님이 선뜻 이해가 잘 가질 않는거예요.
우리집 같으면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일인데.....;;;
그래서 결국 당일, 시장에 가서 잡채거리 장 보고 남친 집에 가서 잡채 해줬습니다. -_-;;;
남친도 그 날은 그러대요. 엄마가 어쩐 일로 허락하셨을까, 하면서요.
저는 또 최대한 어지르지 않으려고 안간 힘을 다 썼네요.
쓰레기는 따로 봉투에 버리고 도마니 칼이니 냄비니 후라이팬이니...
전부 다 설거지까지 싹~ 해서 원래 있던 자리에 정리 다 해놓고...
잡채 한다고 간장을 다 써서 남친 시켜서 간장도 새 거 사다 놓고... 암튼 참 별 짓 다 했어요.
잡채도 무지 많이 해서 락앤락 큰 거에 보관 깔끔하게 해놓고... 바닥 청소까지 다 하고;;;
그렇게까지 안 해도 된다는 남친까지 시켜서 둘이 깔끔하게 청소 싹 다 해놓고
점심 먹고 어머님 오시기 전에 얼른 남친 집을 나섰어요.
남친이랑 나서서 영화 보려고 영화관에 갔는데, 어머님이 귀가하셨는지 문자가 오시대요.
근데 문자 내용이... 'XX(제 이름)이가 내 흉 봤겠다. 너무 지저분해서.'
라고 하시대요... 제가 주방이 더럽다고 생각했을까봐 걱정하셨나봐요.
제가 옆에서 그런거 전혀 없었다고, 깔끔해서 덕분에 주방 잘 썼다고 감사하다고
전해달라 그랬더니 남친 문자로 꾹꾹 그렇게 답장 보내고... 어머니께 답장은 없었구요.
그러더니 며칠 뒤에 남친이 웃으면서 하는 말이,
어머님 그 잡채 점심 도시락 반찬으로 싸가셨답니다. 아하하;;;
가서 자랑이라도 하시려나보다고 남친은 그러대요. 아이구...
그것뿐만이 아니에요. 저번달에는 남친 크리스마스 선물로 목도리를 하나 짜 줬더니
어머님이 자기것도 짜달라고 하셨다네요. 근데 제가 1월달부터 회사일이 바빠져서
해드리겠다 해놓고 거의 한 달째 못 해드리고 있는데...
어머님이 제 얘기만 나오면 내 목도리는 언제 해줄거냐면서, 날 다 풀리면 해줄거냐고
가끔가다 남친을 들들 볶는다시네요... -_-;;;
남친은 제게 일 많이 시켜서 미안하다고 중간에서 알아서 조율은 하고 있지만...
얼굴 한 번도 본 적 없는 제게 이러시는 어머님도 계신가요 혹시...??
절 비호감으로 느끼시지는 않는 것 같긴 한데... 잘 모르겠어요. 헷갈려요 지금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