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밖에 함박눈이 내리는것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이상해지네요.

오늘이 직장다니는 사람들은 첫출근이지만

가게를 하는 사람들은 첫출근이 아니지요.

함박눈이 펑펑 시원하게도 내리네요.

1월 1~3일까지 신정연휴 동안에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네요.

새해를 조용이 맞고 싶었지만 우리집에는 늘상 그랬듯이

조용한 새해를 맞지를 못한것 같아요.

1일날은 그럭저럭 하루을 보낸것 같아요.

느지막하게 가게 문 열어서 가게에 있다가 일찍 퇴근을 해서

남편하고 같이 집에 있는데

둘째 동서한테서 전화가 오네요.

둘째 동서는 건대역입구 근처에서 빵집을 하고 있는데

일하는 여자분 두분이서 갑자기 그만 뒀다고

나보고 내일 좀 도와달라는 전화였어요.

나도 가게를 하고 있는 입장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문구점은 방학이라서 좀 한가하니까 가서 도와 주기로 했지요.

그런데 남편은 이미 내일 회사 직원과 낚시를 가기로 약속을 한모양이더라구요.

그래도 변수가 생길수도 있는 일이니까 안가면 안되냐고 했더니

꼭 가야한다고 하네요.

2일날 아침 7시에 남편이 낚시를 하러 가네요.

낚시하러 가는데 5만원을 줬더니 작다고 더 달라고 해서

십만원을 줬네요.

저도 일어나서 아이들 밥챙겨놓고 아침먹고 서울에 갈 준비를 했어요.

집에서 8시 45분에 출발을 했는데

동서네 빵집에 도착을 해서 보니까 10시 15분이네요.

한시간 반이나 걸린것 같아요.

둘째 동서가 내얼굴을 보더니 반가워서 어쩔줄을 몰라하네요.

그렇게 둘째동서네 빵집에서 하루종일 일했어요.

제빵기사 두분이서 하루종일 빵을 만들어 내놓으면

우리는 밖에서 하나하나 개별포장을 하는 일이었어요.

처음 하는 일이라서 손에 일이 익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도와 주었어요.

6시가 되니까 6시부터 10시까지 일하는 아주머니가 출근을 하시네요.

둘째 동서와 저는 그 아주머니께 가게를 인계하고

둘이서 퇴근을 했네요.

전철을 타러 함께 가면서 형님 오늘 고생 많이 하셨다고 하면서

5만원을 봉투에 넣어 주네요.

근데 그렇게 많이 줄줄은 몰랐는데 조금 많이 넣어준 것 같더라구요.

빵까지 한보따리 덤으로 챙겨주고요.

집에 오니 8시가 넘었네요.

아이들 저녁 챙겨 먹이고 남편한테 전화를 했어요.

언제 오냐구요, 오늘 못들어 갈것 같다고 기다리지 말고 자라고 하네요.

어차피 내일이 일요일이라서 출근도 안할 거니까

계속 24시간 낚시를 한다는 얘기였네요.

낚시가 안되면 그냥 오면 되지 끝까지 그렇게 낚시를 붙들고 있어야하는지 알수가 없지만

못들어온다고 하는데 어찌할 도리가 없어서 그냥 내버려 두기로 했네요.

3일날은 둘째 동서가 일요일이라서 제빵기사분이 한분이 나오니까

혼자서 해도 된다고 해서 저는 안가도 된다고 하네요.

일요일이라서 오전에는 청소하고 세탁기 돌리고 집안일을 했네요.

24시간동안 잠도 안자고 낚시를 했다면 피곤해서 낚싯대 찌도 보이지도 않을텐데

남편은 오후가 되어도 올 생각을 안하더라구요.

오후에 4시가 조금 넘었는데 핸폰으로 문자가 오네요.

십만원 현금써비스 승인되었다고요.

남편이 카드로 현금써비스를 받은 모양입니다.

30분쯤 지나니까 남편한테서 전화가 오네요.

집에 오다가 눈길에 미끄러져서 앞차를 받았다고요.

현금써비스 십만원 받아서 돈으로 해결했다고 하네요.

그리고는 저녁만 먹고 들어간다고요.

그렇게 해서 남편은 2일날 아침 7시에 낚시를 가서

3일날 저녁 8시에 들어왔답니다.

남편은 저녁을 먹었다고 하니까 우리 세식구만 저녁을 해서 먹었네요.

남편은 쇼파에 이불을 덮고 누워서 잠이 든 모양이더라구요.

남편이 쇼파에 누워 있거나 말거나 아빠가 거실에 있거나 말거나

우리 세식구는 남편을 없는 사람 취급을 합니다.

한참후에 남편이 방으로 들어가더라구요.

TV볼륨을 크게 해놓고 저는 아이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했네요.

오늘 있었던 자동차 접촉사고 얘기도 하고

1박 2일동안 아빠가 낚시를 간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고도 물어보고요.

올해 이제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큰아들 교성이는 너무나도 확고한

마음과 의지를 가지고 있네요.

아빠는 어른이지만 초딩만도 못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요.

집에 가만히 있어도 되는데 왜 자꾸 일을 만들어서 밖에 나가고

밖에 나가서 술마시고 사고치고 돈뿌리고 다니냐고.

두 아들들이 저에게 이런저런 자기들의 생각들을 말하네요.

자기들은 절대로 아빠를 이해할수가 없다고.

그런일이 아니어도 집에 돈들어 갈데가 얼마나 많은데

꼭 그렇게 일을 만들어서 돈을 뿌리고 다니고 싶은지 알수가 없다네요.

그렇지 않으면 회사동료들과 술마시고 2차, 3차로 노래방 나이트까지 맨날 다니고

최고로 일찍 들어와야 새벽2시, 4시, 아침6시, 7시에 들어오고

나갔다하면 밤새고 다음날 들어오니 애들도 아빠를 어찌 생각하는지 알만한 일이네요.

아들들의 이런저런 얘기를 듣고보니

우리 아들들이 그래도 생각이 많이 성숙되어 있고

아빠가 잘못하는 것도, 엄마가 얼마나 힘들게 살고 있다는 것도

이제는 다 판단을 하는 것 같더라구요.

교성이의 말을 듣고는 내가 아들을 그래도 제대로 키웠구나라는 생각이 드네요.

순간 소리없이 눈물이 줄줄줄 흐르네요.

저의 마음을 이해하고 마음을 알아주는 우리가족이 있을거라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어느새 아들들이 자라서 이 엄마의 마음을 알아주네요.

순간 이제까지 마음고생하면서 혼자서 가슴아파하고

속상해하고 서러워했던 지난일들이 말끔히 씻겨져 내려가는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지금 현재는 힘들어도 아들들이 이렇게 저의 마음을 알아주니

한결 힘이 나네요.

저의 두 아들들을 위해서라도 제가 힘을 내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