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 부여는 백제의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유적들이 많이 모여있는 곳으로 유명하죠.
두 도시 중 어느 도시를 먼저 둘러볼까 하다가, 공주에서 하룻밤을 묵기로 했으니 부여를 먼저 둘러보는 것으로 했어요.
공주와 부여는 차로 30분 거리에 있어서 이동은 편했습니다.
부여의 유적 중 가장 먼저 볼 곳은 삼천 궁녀가 떨어졌다는 낙화암이었어요. 낙화암은 부소산성 안에 있답니다.
부소산성 앞에 있는 주차장에 차를 주차시켜놓고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구입한 후 들어갔습니다.
주차장은 무료로 이용 가능하고, 입장권은 성인이 2,000원이라 부담 없이 갈 수 있네요.
입구에 부소산성을 둘러보는 코스가 안내되어있어 마음이 맞는 대로 골라서 가시면 됩니다.
제 생각엔 낙화암을 보려고 가시면 제1코스보다는 제2코스가 나을 거 같아요.
1코스는 낙화암을 보러 가기 전에 들러야 할 곳이 많아서 약간 힘들거든요.
먼저 낙화암을 보신 후 차근차근 주변을 둘러보면 더 좋을 거 같아요.
부여와 공주 모두 유적지에 친절하게 세계 유산 백제 역사 유적지구 비석이 세워져있습니다.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지 2년 밖에 되지 않아서인지 깔끔하고 새것 같더라고요.
세계 유산 등재 2주년을 맞아서 페이스 페인팅 체험, 연꽃과 친해지기 체험 등, 다양한 체험을 부소산성 내에서 해볼 수 있습니다.
부소산성 입구를 들어서면 돌바닥과 나무가 어우러진 길이 나옵니다.
올라가기에는 힘들었지만, 운치가 있어서 좋았습니다.
부소산성은 백제 시대의 중심을 이룬 산성으로 도성을 방어하는 핵심시설이었다고 해요.
백제가 사비(부여)로 도읍을 옮기기 이전에 이미 축조되었다고 하고요.
부소산성 내 축조 역사를 보면 백제 시대 때 거의 대부분을 짓고,
나머지 20~30%는 통일 신라 시대와 조선 시대에 지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부소산성은 군창지와 사자루의 산봉우리를 마치 머리띠를 두르듯 쌓은 테뫼식 산성과
이를 둘러싸고 있는 포곡식 산성이 혼합된 복합식 산성입니다. 포곡식 산성만이 백제 시대 때 지어진 것이고,
나머지 테뫼식 산성은 통일 신라시대에 축조된 것으로 확인된다고 합니다.
평소에는 궁궐의 후원으로 이용되었으며, 유사시에는 도성을 방어하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고 해요.
저희는 먼저 낙화암을 둘러보았습니다. 아쉽게도 현재 백화정은 공사 중이라서 둘러볼 수가 없었네요.
가을쯤에나 공사가 완료된다는데, 겨울쯤에 오면 공사가 완료된 모습을 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도 여기까지 온 거, 백마강의 풍경이나 둘러보자며 주변을 둘러보았어요.
날이 매우 덥고 습기가 많아서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흘렀지만,
백마강의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조금은 시원한 느낌이 들었어요.
그전에 비가 많이 와서 강물이 꽤 많이 불어있네요.
삼국사기에 기록된 바에 의하면, 이곳의 원래 이름은 사람이 떨어져 죽은 바위라는 뜻의 '타사암'이라고 합니다.
사실 낙화암은 삼천 명의 궁녀가 떨어져 죽기에는 너무나 좁은 곳이에요. 오히려 '타사암'이라는 이름이 더 어울릴 듯합니다.
낙화암 아래에는 한 번 먹을 때마다 3년이 젊어진다는 약수로 유명한 '고란사'가 있는데요.
고란사의 약수는 할아버지가 욕심내서 먹다가 오히려 아기가 되어버렸다는 유명한 설화가 있을 정도니,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듯해요.
낙화암을 지나 내려오다 보면 해맞이를 할 수 있는 영일루가 나오고,
그 뒤편으로는 그 뒤편으로는 곡식창고 자리였던 군창터가 있습니다.
군창터에서는 불탄 쌀이나 콩들이 발견되는데, 바로 군량을 적에게 내어주지 않기 위해 불을 낸 흔적이라고 하네요.
삼국시대의 치열했던 전투가 느껴지는 곳이기도 합니다.
제1코스로 가셨다면 맨 먼저 만나볼 수 있고, 제2코스로 가셨다면 맨 마지막에 둘러볼 수 있는 삼충사는
백제 말의 충신인 성충·흥수·계백의 위패를 봉안하고 있는 곳입니다.
두 번의 문을 거쳐 본당으로 들어가면 이 세분의 초상화도 같이 볼 수 있습니다.
성충은 백제 의자왕 때 좌평으로 잘못된 정치를 바로잡기 위해 애쓰다가 투옥되어 식음을 전폐하고 죽은 충신이며,
흥수는 나당 연합군이 공격해오자 탄현을 지키라고 의자왕에게 간곡하게 당부한 신하로 유명합니다.
계백은 신라 김유신 장군의 5만 명의 군사가 황산벌로 쳐들어오자,5천 결사대로 싸우다 장렬히 전사한 장군이죠.
세 충신의 모습과 함께 이곳은 건물의 아름다움도 한몫합니다. 부소산성을 들르신다면 삼충사에 꼭 가보시길 바라요.
부소산성은 100m 높이의 낮은 산이지만, 둘러볼 곳도 많고 길이 구불구불해서 여름에는 부소산성을 둘러보는 게 힘드실 수 있어요.
낙화암만 둘러보고 싶으신 분들은 부소산성 옆에 있는 유람선 선착장에서 고란사에서 백마강 구드래나루까지
운행하는 유람선을 탈 수 있습니다. 예스러움이 느껴지는 부여와 백마강의 풍경을 천천히 구경하기에 적당하네요.
저희는 부소산성을 모두 둘러보았기 때문에 유람선을 타지 않았지만, 그냥 강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국사 시간에 아무 생각 없이 시험 때문에 외웠던 곳을 실제로 가보고 느껴보니 저절로 마음이 경건해지는 느낌이 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