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지금 광란의 도가니인가? 영화 <도가니>.
세다, 너무 세다. 그런데 이 모든게 현실이다.
그래서 더 분노가 끓어오르고 현실이 더 무섭다.
'광란의 도가니',
공지영의 책 <도가니>에서 '도가니'가 이런 뜻이라는,
아무래도 영화 속 그 곳 '무진 자애학원'를 말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광란의 도가니, 분노의 도가니, 탄식의 도가니.
청소년 관람불가를 받은 만큼, 그리고 이 모든 게 실화였다는게 무서울만큼
영화는 그 '외면하고싶지만 직접 봐야하는 진실'을 최대한 가깝게 그려낸다.
수많은 공포영화와 실화영화를 봐왔지만,
이 영화를 보면서처럼 분노에 치를 떨고 화면에서 눈을 돌리고싶던 적은 처음이었다.
그것은 힘없는 청각장애아이들에게 가한 성폭력이 영상으로 드러나는 순간,
너무도 잔인해서였기도 하지만,
그 이후 법적처벌로도 아무런 제대로 된 처벌을 하지못하고
그냥 그렇게 무뎌지게 돌아가게된 '현실'이 더욱 무서웠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고,
공지영씨 소설은 그 실화를 바탕으로 해서 만들었다.
무진 자애학원.
그 곳에서는 거의 5년간 말하지도 듣지도 못하는 청각장애아이들을
상대로 교장과 평교사 몇몇이 상습적인 성폭력을 행해왔다.
그것이 이윽고 2005년 11월, 한 방송을 통해 밝혀지게되었다.
실제로는 MBC PD수첩 "은폐된 진실, 특수학교 성폭력사건 고발"로 보도되었다.
영화는 그 과정을 아주 담담하게,
그럼으로 더욱 눈을 돌리고싶게만드는 끔찍한 진실을 보여준다.
보여줄 듯 하다 말고 장면이 넘어가는 것이 없다. 마치 제대로 진실을 보라는 듯,
진짜 그 사람들인듯 쌍둥이 형제를 연기한 교장과 다른 배우들,
어린 배우들까지 그 참혹한 진실을 연기로 풀어낸 영상으로 보여준다.
말 못하고 듣지못하는 아이들이,
그것도 부모가 없거나 어떻게 손 쓸 도리가 없는 아이들만 알고 골라서,
그 끔찍한 성폭력의 과정을 극한까지 드러낸다.
그럼으로써, 관객은 제대로 이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게되고,
가슴은 아프고 쓰라리며
눈은 돌리고싶지만 '그 진실'을 우선 만나게된다.
분노와 탄식이 나오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영화는 그 '사건'에서 일단락되지않는다.
언론화시키고 법정까지 끌고오는데 성공한 이 사건은,
이 부분에서부터 '현실'에 대한 탄식과 분노가 다시 한번 폭발한다
열심히 증언을 하고, 실제 행위자임을 증거하는 영상물자료까지 제출했지만..
실제론 항소로 교장, 행정실장 징역기간 없었고, 평교사만 10개월 징역 구형이었다.
누가 봐도, 이 아동성폭력에 대한 형의 판결이 1년도 채 되지못한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것이다.
판사며, 상대편이든 우리편 변호사든, 모두 '법'에 관한 한 통속이다.
혹자는 돈을 받아 챙기고, 혹자는 승자가 되기위해,
혹자는 앞으로 남은 승진을 위해, 한 마디로 자기의 이익을 영위하기위해
이 '어린 아이들의 성폭력 사건'에 대한 진실따윈 개나 줘버리려고 했다
피해자 아이들은 가해자한테 이미 한번 슬피 울었고
이 치졸하고 지리멸렬한 현실에 다시 한번 울었다.
아이들은 아직 어른도 되지못한 상태에서,
나쁜 어른들의 놀이에 피폐하게 희생되었다.
법 앞에 평등한 것도 없이 역시 모든 건 '인맥과 돈'으로 해결했다는 사실.
그 사실만으로도 분노가 끓어오지만, 일약 '분노의 도가니'의 상태가 되어버리지만
현실은 이렇다.
해당 교장은 암으로 사망했고, 일부 가해자들은 다시 복직을 했다.
이게 말이나 되는 것인가. 그렇기에, 이 영화가 나왔다고 본다.
그 불편하지만 마주해야할 진실의 결과는 지금도 현재진행중이다.
이 사건은, 영화 속 먼 현실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근처에서 일어난 가장 추악하고 무서운 대한민국의 이야기다.
<도가니>는 관객의 마음을 갖가지 상태의 도가니로 몰고 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