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버튼의 신작 영화 <빅 아이즈>를 좀 늦게 만나보았습니다. 개봉작이 워낙 많아 모두 챙겨볼 여력이 없었는데, 마침 시간이 맞아 거의 끝나갈 무렵에 극장에서 보았네요. 영환 꽤 재미난 편이더군요, 뭐랄까 실화사기극의 실체에 빨려들어가는 재미랄까요? 이게 정말 실화?라면서도, 충분히 그럴만한 현실적인 사기극의 얘기였구요. 

이야기는, 그림 <빅 아이즈> 실제 창작자를 두고 벌어지는 일종의 소유권에 관한 얘기였습니다. 여류 화가 '마가렛'이 그린 그림 <빅 아이즈>는, 독특한 그림체와 함께 묘하게 '큰 눈'을 상징적으로 내세운 그림으로, 그녀의 분신과도 같은 그림이었습니다. 새로운 남편 '월터 킨'을 만나면서, 그녀의 그림은 세상으로 퍼져나가게되는데, 이게 처음에는 서로의 긍정적인 의도였음에도 점점 일이 그녀의 생각과 다르게 흘러가자 사건이 눈덩이처럼 불어만갑니다.

그야말로 실제 창작자와 그것을 세상에 알리고 팔게한 전파자 사이의 '소유권 싸움'이 시작되면서, 영화는 전세계를 사기친 사기극의 면모로도 변해갑니다. 남편 '월터 킨'은 어차피 우린 한 가족 아니냐?면서, 먹고살기위해서 내가 직접 그렸다.라고 하는게 여러모로 세일즈하기에도 좋다고하면서부터, 창작자와 세일즈맨 사이의 갭이 일어나기시작합니다. 특히 '그림'이란 예술 작업에서 '창작자'를 숨기고 감추고하는데서부터, 화가 본인의 마인드에 문제가 생겨나는거죠.

보면서, 사실 그림 그리고 능력있는 건 여류화가 '마가렛' 본인인데, 왜 모든걸 위임하고 숨어서 그림만 그려야했는지 잘 이해가 안 될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5~60년대 배경당시 여성들이 집밖으로 나오는걸 배제하고, 여류화가를 잘 인정하지않던 시대였던데다.. 영화를 보면 '마가렛' 본인에게도 문제가 어느정도 있었죠. 이미 오프닝에서부터 전 남편으로부터 한번 도망친 일이 있던 그녀는, 사람 보는 눈도 잘못된 편이었지만, 그걸 알게되면서도 '현실'을 '딸과 생활 유지'를 위해 많이 덮고 넘어간 부분도 있죠.

아무튼, 본인의 문제와 함께 남편 '월터 킨'의 사기극이 커져가면서, 결국 그 현실적인 갭으로 인해 둘은 소송까지 가게됩니다. <빅 아이즈의 진짜 소유자는, 진짜 그린 사람은 누구인가?> 이것도 사실 굉장히 쉬워보였습니다. 바로 현장에서 그려보면 아는 거였으니까요. 여기까지 오기까지, 수많은 이야기가 지나가지만,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창작자와 세일즈맨 사이에서,

예술가와 예술가가 되고싶던 이 사이에서.

창작자와 세일즈맨의 차이. 예술가 아내와 예술가가 되고싶었던 남편의 황당하지만 현실적인 사기극. 남편 '월터 킨'은 그야말로 천부적인 세일즈맨.이었고, 아내는 그야말로 예술가였습니다. 둘은 어쩌면 천상의 궁합이었을 수도 있었지만, 남편의 욕심과 아내의 소심함이 서로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었습니다. 처음부터 아내가 <빅 아이즈>가 자신의 그림이었다고 했으면 손쉽게 갔을걸 한번의 거짓말과 묵인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결국 그런 이야기까지 오게되었네요.

영화는 재밌었지만, 사실 '팀 버튼'의 작품이라고 하기에는 그의 색채를 거의 못 느낀 최근작에 가까웠고, 이야기도 실화를 흥미롭게 재현해낸 것외엔 큰 특징이라고 할만한 점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배우들의 연기는 좋았으며, '에이미 아담스'는 이 영화로 2015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을 타기도 했죠. 그녀 연기도 좋았지만, 개인적으론 '크리스토프 왈츠'의 연기가 매우 생기있어 좋았네요. 정말 수완있고 말빨있는 세일즈맨 혹은 사기꾼 같아보였습니다.

빅 아이즈, 빅 라이어.

Big Eyes, Big Liar

자신의 분신과도 같았고, 내면에 있던 아픔과 슬픔을 <빅 아이즈>로 그려낸 화가 '마가렛'의 그림은 그녀의 것으로 인정받아야 마땅하죠. 일종의 '저작권'인 셈인데, 어떻게보면 남편의 도움없인 세상에 알려지지않았을수도..하는 가능성도 배제는 못합니다. 그리는 자와 세상에 알리는 자, 모두 중요한 세상입니다. 하지만, 저작권은 역시나 창작자에게 있겠죠. 그녀의 흔들리는 내면과 심적고통이 가득하게 느껴졌던 그림 속 아이의 큰 눈과도 같았던 영화 <빅 아이즈>였습니다. 그림 하난 소장하고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