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너무 착한 영화예요. 에서..

나 착하지만 괜찮은 영화예요."로 생각이 바뀐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작가의 동명소설이 원작인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은.. 사실 그렇게 제 흥미를 끈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그 이유를 일단 '외관상으로 너무 착해보이기만 하고, 착한 가족영화의 느낌을 팍팍 풍기는 포스터와 등등의 외형'이 오히려 "나! 너무 착해. 그러니까 보러와."하는 것 같아서 손이 정말 안 갔습니다. 하지만, 막상 본 영화는, 생각과 비슷하기도 했지만, 그 이상의 많은 <인생의 부분>을 담은 청춘영화/인생영화/가족영화더군요. 단순히 울고불고 질질짜는 그런영화만은 아니어서 생각보단 좋았습니다, 다행입니다. 

늙어간다는 것...

<두근두근>은 '조로증'이란 병으로, 80세의 외모를 가진 16세의 아이와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당연히 아이는 힘들겠고, 아이를 돌보는 엄마와 아빠도 힘들겁니다. 그 전개에 대해서는 안봐도 불보듯 당연히 그렇게 전개될겁니다. 하지만, 영화는 그 이상의 더 많은 부분을 담아내면서... 이전의 비슷한 류의 영화들과 길을 조금은 달리 가는데요. <늙음을 가진 아이>를 통해 젊음/늙음/살아간다는 것/사랑 등에 대한 감정, 인생의 보편적인 감정을 그려내게됩니다, 우리에게는 아주 일상적이지만 그 아이에게는 매우 특별할 수 있는 부분들이지요. 

부모가 되어간다는 것...

그 안에서 아이의 엄마,아빠의 싱그러웠던 청춘시절의 이야기를 그려내면서.. 아이는 <두근두근 그 여름>이라는 소설을 쓰게되죠. 사실, 극 중 엄마,아빠는 17살에 아이를 임신했습니다. 사고라고는 하지만, 그리 장려할만한 행동은 아니죠. 빠르게 가진 아이를 통해- 그리고 '조로증'이라는 병을 가진 아이를 키우면서.. 이 철없고 어렸던 어린 부모들의 '성장'을 또한 그려내면서 영화는 <부모가 되어간다는 것>에 대해까지 이야기하게됩니다. 좋은 부모란.. 부모가 되어간다는 것이란.. 자식의 죽음을 먼저 받아들이게된다는 것이란.. 아빠가 되어간다는 것이란... 정말 많은 <부모>란 부분에서 생각하게됩니다. 

전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장면이, <강동원이 불현듯 한밤중에 먼길을 달려달려, 오랫동안 안만났던 아버지 (김갑수)를 만나러 간 장면>이었습니다. 많은 얘기를 하지않아도, 멀리서 자기와 손자를 지켜봐온 아버지에 대한 감사함이나, 담배 하나를 피워도 몸을 돌려 제대로 피지도 못한채 흐느끼게되는 아들의 모습에서.. 우리나라 아버지와 아들의 그러한 모습들이 겹치면서 이번 영화에서 가장 찡하고, 유일하게 눈물을 흘린 장면이 아닌가싶더군요. 말하지않아도 알아요, 그걸 가장 잘 그리고 진하게 드러낸 장면. 

영화는 보기전과 외형으로 걱정했던, "나 착해요 영화, 실컷 울고가세요~" 이런류로만 가지않아서 좋았습니다. 영화는 울고불고하는 것 외에 <인생/부모/젊음/늙음/자식/죽음>등 제가 요즘 가장 많이 생각하고있는 부분들에 대해, 진실하게 진지하게 읊어주고 있었고, 덕분에 같이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개봉전 악재가 터졌던 송혜교도 그렇고, 강동원도 '어린 부모'의 연기와 케미가 생각보다 좋았구요. 무엇보다도 '조로증'을 연기한 조성목 군의 연기는 '아역상'을 주어도 안 아까울 정도. 

<두근두근 내 인생>의 아쉬움이라면... 역시 외형상, 홍보상, 광고상으로 너무 착한 영화.의 티를 그대로 드러냈다는 점 (오히려 그 점을 감추고 갔으면 더 담백해서 좋았을 듯, 그래서 전 포스터도 맨위의 포스터가 좋네요)이며, 예상상의 전개는 그대로 있었다는 점, 하지만, 그 이상의 싱그러움과 밝음을 생각보다 잘 전해주었다는 점은 좋았습니다. 짱가 할아버지 (백일섭)과의 대화나 교류도 좋았습니다. 폭발적인 흥행은 아니지만, 찬찬히 인생을 쌓아가듯이 흥행을 쌓아가고있는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