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는 다양한 국가의, 다양한 장르의, 영화가 있다. 그동안은 나는 아무래도 내게 익숙한 미국 영화 위주로 넷플릭스 영화를 즐겼는데, 조금은 색다른 아시아의 SF, 판타지 영화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당연히 기술력이 월등한 미국 영화와 비교해서 조잡한 특수효과가 눈에 거슬리겠지만 그래도 조금은 색다른 SF, 판타지를 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을 안고 말이다. 내가 선택한 영화는 동명의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 일본의 판타지 영화 [강철의 연금술사]와 [유랑지구]에 이은 중국의 SF 영화 [상해보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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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연금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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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소리 후미히코

주연 : 야마다 료스케, 혼다 츠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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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애니메이션 <강철의 연금술사>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일본 영화를 특별히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어쩌다가 [강철의 연금술사]를 보게 되었냐고? 그건 나도 미스터리이다. 2주 전 주말, 아들과 함께 볼 만한 영화가 없을까 싶은 마음에 넷플릭스를 샅샅이 뒤지다가 즉흥적으로 [강철의 연금술사]를 플레이시켰고, 40분가량 보다가 도저히 유치해서 '이건 아니다'라며 정지 버튼을 눌렀었다. 그런데 지난 주말, 영화를 보다 말면 찝찝하니 마저 보자고 해서 두 번에 걸쳐 2시간 14분짜리 영화 [강철의 연금술사] 관람을 마쳤다. 그리고 후회했다. '내가 왜 그랬을까?'라며 아들과 나는 자책해야 했다.

사실 내가 [강철의 연금술사]를 선택한 이유는 이 영화가 [은혼]처럼 대놓고 병맛 영화일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남들은 유치하다고 욕해도 나는 대놓고 병맛인 영화가 좋다. 그래서 [강철의 연금술사] 예고편을 봤을 때 [은혼]의 향기가 느껴졌다. 그건 내가 원작에 대해서 전혀 몰랐기 때문에 가능했던 착각이었다. 결과적으로 [강철의 연금술사]는 진지한 영화인데 워낙 못 만들어서 병맛인 영화이다. 대놓고 병맛인 영화와는 달리 의도하지 않은 병맛 영화는 최악일 수밖에 없다.

영화는 어머니를 살리기 위해 인체 연성을 시도하다가 실패한 에드워드 엘릭(야마다 료스케)이 자신 때문에 몸을 잃고 갑옷 안에 갇힌 동생 알폰스를 원상태로 되돌리기 현자의 돌을 찾아 나선다는 내용이다. 문제는 시간 관계상 에드워드와 알폰스 형제의 사연이 영화 오프닝에 짧게 소개되고 마는데 원작 팬이라면 모를까 나처럼 원작에 대해 1도 모르는 관객 입장에서는 영화의 설정이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현자의 돌을 찾는 에드워드 일행과 에드워드 일행을 사사건건 방해하는 러스트를 비롯한 호문쿨루스 3인방의 대결이 영화의 주요 내용인데 그 표현 방식이 상당히 미숙한 특수효과로 표현되어 차라리 그냥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지 뭐 하러 실사 영화로 만들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건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결과이다. 할리우드 특수효과에 익숙한 내가 일본 특수효과에 만족할 리가 없으니까.

[강철의 연금술사]의 더 큰 문제는 배우들의 연기이다. 일본 영화를 볼 때마다 느끼는 건데 배우들의 연기가 너무 감정이 과하다는 것이다. 영화의 남자 주인공인 에드워드는 툭하면 절규하며 소리치는데 그러한 장면들이 너무 과하다 보니 오히려 분노조절장애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된다. 여자 주인공인 윈리(혼다 츠바사)는 계속 귀여운 척하는데, 만화라면 그러한 연출이 가능하지만 실사 영화에서도 그렇게 만화처럼 연기를 한다는 것이 내겐 어색하게만 느껴졌다.

보아하니 소리 후미히코 감독은 영화의 속 편을 염두에 두고 있는 듯 하다. 하긴 방대원 원작을 한 편의 영화로 담아내는 것은 무리이니 어쩌면 당연한 선택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솔직히 2편이 나온다면 나는 보지 않을 것 같다. 영화를 보고 나서 아들이 '만화를 원작으로 한 일본 영화는 보는 게 아니에요.'라는 충고가 마음에 와닿았다. 하지만 일본 영화는 거의 대부분 만화를 원작으로 하지 않았던가? 이 영화의 미숙한 완성도 때문에 한동안은 일본 영화를 피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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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해보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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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등화도

주연 : 루한, 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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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영화계는 하루가 멀다하고 빠르게 발전 중이다. 미국을 능가하는 자본과 영화를 통해 중국을 홍보하려는 정부의 지원이 어우러진 결과이다. 특수효과 기술도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데 한때 중국의 특수효과는 무협 영화를 중심으로 발전을 했지만 요즘은 SF 영화에도 범위를 넓히고 있는 중이다. 2019년 중국에서 개봉하여 역대 중국 박스오피스 흥행 2위, 월드와이드 흥행 수익 7억 달러를 달성한 [유랑지구]가 대표적이다. [상해보루]는 [유랑지구]를 잇는 중국 SF 영화이다.

[상해보루]는 우주에서 가져 온 극강의 에너지 자원으로 풍족해진 미래가 배경이다. 셴텅이라 불리우는 이 에너지 자원은 석탄, 석유를 대체하며 인류에게 발전을 선사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불청객도 지구로 끌어 들였다. 셴텅을 노리는 외계 종족이 지구를 침략한 것. 이미 수 많은 도시들이 외계 종족의 공격에 무너져 셴텅을 빼앗겼고, 이제 남은 인류의 마지막 보루는 상해이다. 지구 방위군은 상해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외계 종족의 공격은 더욱 치밀해지고, 결국 외계 종족을 물리치기 위해 마지막 선택을 하는 상황에 이른다.

셴텅 덕분에 상해는 에너지 방어막을 구축하여 외계 종족 일명 포식자의 공격을 막는다. 그리고 셴텅을 이용한 상해포를 이용해서 포식자를 공격한다. 문제는 방어와 공격이 동시에 이루어지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셴텅이 아무리 극강의 에너지원이라고는 하지만 한계가 있다. 다시말해 상해포를 사용하게 되면 방어막 구축은 불가능하다. 결국 방어만 하면서 버틸 것인가, 아니면 방어막 포기라는 위험을 무릅쓰고 공격을 할 것인가라는 딜레마에 빠져 있는 것이다.

[상해보루]는 평범한 청년으로 이루어진 회색 독수리 부대를 중심으로 영화가 진행된다. 그들의 사랑, 희생 그리고 용기가 영화의 주요 내용인데 솔직히 평가한다면 그다지 특별한 것은 없다. 단지 지휘관 림란(서기)을 남몰래 짝사랑하는 회색 독수리 부대의 리더 강양(루한)의 애틋한 사랑이 살짝 눈에 띄긴 하지만 영화 러닝타임의 한계 탓에 본격적으로 그려지지는 않았다.

[상해보루]를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중국식 [인디펜던스 데이]라는 표현이 딱 알맞다. 한때는 미국 SF, 액션 영화를 보며 '왜 맨날 미국만 세계를 지키냐?'라고 투덜거렸던 적도 있다. [상해보루]는 이제 세계를 지키는 것은 미국이 아닌 중국이라고 외치는 영화인 셈이다. 거기에 손발 오그라드는 멜로 한방울을 살짝 떨어뜨린 느낌이라고 생각한다면 [상해보루]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아닌가 싶다.

솔직히 [유랑지구]와 비교해서 영화적 재미는 떨어진다. 그래도 [유랑지구]는 태양계 소멸이라는 위기 속에 지구를 태양계 밖으로 이동시킨다는 기상천외한 상상력이라도 있었지만 [상해보루]는 외계 종족 침략, 그에 맞서는 인류의 용기라는 뻔한 설정만 가지고 있다. 그래도 [강철의 연금술사]와 비교한다면 [상해보루]가 훨씬 낫다. 최소한 특수효과가 [강철의 연금술사]보다는 매끄럽고, 배우들의 연기도 훨씬 자연스러웠으니까. 결론은... 일본, 중국의 판타지, SF 영화를 보느니 그냥 미국 영화를 보자이다. 분명 예전과 비교해서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 가야할 길이 멀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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