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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홍성호

더빙 : 클로이 모레츠, 샘 클라플린, 지나 거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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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이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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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 영화 페이지에 가면 '편파적인 시네리뷰'라는 연재 코너가 있다. 대부분의 언론사 영화 리뷰가 영화 홍보를 위해 적당히 좋은 표현으로 영화를 포장되는데 반에 '편파적인 시네리뷰'는 꽤 직설적으로 기자의 주관적인 리뷰가 과감 없이 펼쳐진다. 예를 들어서 [비스트]의 리뷰 제목은 '소화 불량 비스트'이고, [기방도령]의 리뷰 제목은 'IPTV용 기방도령'이며, [진범]의 리뷰 제목은 '잡았다, 졸음의 진범'이다. 리뷰 제목만큼이나 리뷰의 내용은 더욱 신랄하다.

물론 '편파적인 시네리뷰'가 추천하는 영화도 있다. 그중 하나가 [레드슈즈]이다. [레드슈즈]의 리뷰 제목은 '레드 슈즈 엄마, 이거 봐요'이다. 리뷰의 한 줄 평에는 '아이 따라갔다, 어른도 반하겠네.'이며, 리뷰의 내용은 해외 유명 애니메이션 부럽지 않은 볼거리와 외모지상주의를 완곡하게 비판하는 메시지도 합격이라며 극찬 일색이다. 이렇게 '편파적인 시네리뷰'를 읽고 나니 [레드슈즈]가 그렇게 재미있는 영화인가?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나랏말싸미]를 보고 극장을 나서는데 아내가 갑자기 "[레드슈즈]는 언제 볼 거야?"라고 묻는다. 솔직히 놀랬다. 나와는 다르게 아내는 애니메이션은 어린아이들이나 보는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내는... "이거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이라며? 그러면 극장에서 봐줘야지."라고 말한다. '편파적인 시네리뷰' 덕분에 [레드슈즈]에 관심이 생긴 나는 [레드슈즈]를 혼자 극장에서 볼 계획이었다. 고등학생인 아들에게 [레드슈즈]를 같이 보자고 하기가 미안했기 때문인데, 아내의 말 한마디 덕분에 일요일 낮에 온 가족이 [레드슈즈]를 보러 갈 수 있었다. [레드슈즈]가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이라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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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에 걸린 '꽃보다 일곱 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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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슈즈]는 마녀인 줄 알고 못생긴 요정을 공격했다가 요정의 저주로 인하여 꽃미남 왕자에서 작은 초록 난쟁이가 된 이른바 '꽃보다 일곱 왕자'의 사연을 보여주며 영화를 시작한다. 이 저주를 풀려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녀의 키스를 받아야 하는데, 외모지상주의가 지배하는 동화의 섬에서 못생긴 초록 난쟁이가 미녀의 키스를 받는 것은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어려운 일이다.

'꽃보다 일곱 왕자'가 걸린 요정의 저주, 혹은 떠오르는 동화가 없는가? 바로 '미녀와 야수'이다. '미녀와 야수'는 요정의 저주 때문에 야수로 변한 왕자가 저주를 풀기 위해서는 진정한 사랑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일곱 왕자가 초록 난쟁이로 변했다는 설정에서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도 자연스럽게 떠올려진다. 이렇게 익숙한 동화에서 [레드슈즈]는 아주 작은 한 가지를 살짝 비튼다. 그것은 바로 '꽃보다 일곱 왕자'가 아무도 안 보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지만, 누군가 쳐다보면 초록 난쟁이로 변한다는 설정이다.

솔직히 처음엔 그러한 설정이 왜 필요한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레드슈즈]는 이렇게 불필요해 보이는 설정을 가지고 관객의 웃음을 효과적으로 이끌어 낸다. 예를 들어서 이런 식이다. '꽃보다 일곱 왕자' 중 한 명인 멀린(샘 클라플린)은 마법을 이용하여 '레드슈즈'(클로이 모레츠)의 키스를 받기 위해 책장 꼭대기에 있는 마법책을 꺼내야 한다. 원래의 모습이면 충분히 책장에서 마법책을 꺼낼 수 있지만, 초록 난쟁이가 되면 불가능하다. 그런데 멀린이 마법책을 꺼내려는 순간 자꾸 멀린의 방에 동료들이 들어오는 바람에 멀린은 마법책 꺼내기에 애를 먹는다. 별것 아닌 장면인데, 커졌다, 작아졌다를 반복하는 멀린의 모습은 영화를 보는 내게 유쾌한 웃음을 안겨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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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에 걸린 '스노우 화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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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하늘에서 뚝 떨어진 '꽃보다 일곱 왕자'의 유일한 희망 '레드슈즈'는 어디에서 나타난 것일까? '레드슈즈'의 본명은 '스노우 화이트', 바로 '백설공주'이다. '스노우 화이트'는 화이트 왕국의 공주이지만, 마녀 계모의 계략으로 인하여 아버지인 화이트 왕이 실종되자 직접 찾아 나선 것이다. 물론 '백설공주' 동화 그대로 마녀인 레지나(지나 거손) 왕비는 '스노우 화이트'를 죽이려 혈안이고, 쫓기던 '스노우 화이트'는 우연히 일곱 난쟁이의 집에 숨어든다.

그런데 바로 이 부분에서도 [레드슈즈]는 살짝 비튼다. '백설공주'에서 마법의 거울이 세상에서 가장 이쁜 미녀로 '스노우 화이트'를 지목했을 정도로 동화 속의 '스노우 화이트'는 왕자의 키스를 부르는 미녀 그 자체이다. 하지만 [레드슈즈]의 '스노우 화이트'는 뚱뚱하고 힘만 센 공주이다. 그런데 레지나의 마법 나무에 걸린 빨간 구두를 신은 후 미녀로 변신하는 마법에 걸려 버린다. 마치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 [슈렉]의 피오나 공주(카메론 디아즈)를 떠오르게 하는 설정이다.

[레드슈즈]의 매력은 바로 그것이다. 영화는 '백설공주'를 모티브로 하여 '미녀와 야수', '아서왕의 전설', '피노키오', '슈렉' 등 온갖 동화, 애니메이션을 뒤섞어 버린다. 그런데 그냥 생각 없이 마구 뒤섞은 것이 아니다. 서로 다른 재료들이 잘 어울리도록 정성껏 섞은 것이다. 그러다 보니 [레드슈즈]는 익숙하면서도 새롭다. '익숙하다'와 '새롭다'는 서로 정반대되는 개념이라 함께 쓰는 것이 어색한데, [레드슈즈]에는 이 어색한 문장이 정말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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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데 새로운 영화의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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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익숙한데 새로운 [레드슈즈]는 아버지인 화이트 왕을 찾으려는 '스노우 화이트'와, '스노우 화이트'의 키스를 받아야 하는 멀린, 그리고 '스노우 화이트'가 신은 빨간 구두를 빼앗아야 하는 레지나 왕비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느닷없이 돌로 만들어진 거대 토끼가 나타나 '스노우 화이트'를 위협하기도 하고, 레지나는 예쁜 공주들을 파티에 초대해서 핵인싸가 되고 싶은 인기 없는 왕싸가지 왕자 에버러지 왕자와 손을 잡고 긴박한 추격전을 펼치기도 한다.

'꽃보다 일곱 왕자' 중 발명왕 삼둥이인 피노, 노키, 키오가 만든 멋진 로봇이 등장하여 활약하는 장면에서는 [레드슈즈]가 다채로운 영화적 재미를 관객에게 선사하게 위해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 느낄 수 있었다. 영화의 분위기와 조금 동떨어진 생뚱맞은 노래가 조금 거슬리긴 했지만, 이 정도면 92분 동안 영화를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애니메이션에 대한 우리의 눈높이는 높다. 1억 달러가 훌쩍 넘는 어마어마한 제작비를 쏟아붓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애니메이션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은 기술력으로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애니메이션을 따라가지 못한다. 그것이 현실이다.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다가는 가랑이가 찢어지는 법이다. 그렇다고 국내 애니메이션 시장을 포기해야 할까? 아니다. 비록 기술력은 부족하지만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재미있는 이야기, 그리고 새로운 볼거리만 충분하다면 관객들은 기꺼이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을 봐줄 것이다. [레드슈즈]처럼 말이다. 부디 [레드슈즈]가 흥행해서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의 기폭제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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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엔딩크레딧에서 나오는 영상은 놓치지 않길 바란다. '스노우 화이트'의 키스를 받고 저주를 푼 멀린과는 달리 초록 난쟁이로 남은 다른 여섯 왕자들이 어떻게 마법을 풀었는지에 대한 내용과 에버러지 왕자와 못생긴 요정의 웃픈 에피소드가 영화만큼이나 재미있게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