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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위타야 통유용

주연 : 우랏야 세뽀반, 써니 수완메타논트, 닉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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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다, 태국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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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월에 본 [배드 지니어스]가 내가 본 마지막 태국 영화이니 1년하고 4개월 만에 태국 영화를 봤다. 그 주인공은 [브라더 오브 더 이어]이다. 사실 내게 있어서 태국 영화를 본다는 것은 굉장히 드문 일이다. 하지만 이상하게 태국 영화가 친숙하다. 아마도 2004년 처음 접한 태국 영화인 [옹박]에서부터 시작하여 2014년 공포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재미있게 본 [피막], 그리고 2018년에 본 [배드 지니어스]까지, 비록 드물기는 하지만 어쩌다가 본 태국 영화들이 내게 만족감을 안겨줬기 때문일 것이다.

[브라더 오브 더 이어]도 마찬가지이다. 공부면 공부, 운동이면 운동, 뭐 하나 못하는 것이 없는 엄친딸 제인(우랏야 세뽀반)과 제인의 둔재 오빠인 첫(써니 수완메타논트)의 이야기를 담은 [브라더 오브 더 이어]는 외출길에 별 기대 없이 보기 시작했다가 '어라, 이거 재미있는데...'라며 길거리에 우두커니 서서 영화가 끝날 때까지 꼼짝하지 못하고 봤던 영화이다.

일단 나는 이 영화가 공감이 되었다. 내게도 여동생이 있고, 여러모로 보나 나와는 달리 똑소리 나는 성격의 여동생한테 밀리는 기분이 들었던 적이 많았기에 엄친딸 동생을 둔 첫의 심정이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제인과 모치(닉쿤)의 사랑을 방해하는 첫의 행동이 조금 과하게 느껴지더니, 결국엔 첫이 너무 찌질하게 느꼈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집중하며 영화를 봤으니 [브라더 오브 더 이어]는 지난 주말 내게 의외의 행복을 안겨준 영화라 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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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오빠들, 그리고 여동생들은 공감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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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더 오브 더 이어]의 시작은 잘 나가는 광고기획자이자 타고난 바람둥이인 첫이 클럽에서 섹시한 여성을 꼬셔서 집에 데려왔다가 일본 유학에서 돌아온 여동생 제인에게 딱 걸리는 장면이다. 그리고 곧바로 첫의 내레이션이 시작된다. 사실 첫은 남동생을 원했다. 하지만 여동생이 태어났고, 무엇보다 여동생인 제인은 모든 면에서 완벽했다. 첫은 어머니를 비롯한 주위의 모든 관심이 자신에게서 제인에게로 옮겨지는 것을 느낀다.

이어지는 것은 제인의 내레이션이다. 세상 모든 여동생들은 오빠에 대한 판타지가 있고, 제인 역시 마찬가지였다. 오빠를 따라 일본 만화를 좋아했고, 오빠를 따라 야구를 했을 정도이니까. 하지만 오빠인 첫과 방콕에서 자취 생활을 하면서부터 첫은 제인의 걸림돌이 되어 버린다. 집안일은 모두 나 몰라라 하는 첫을 보며 제인은 차라리 오빠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오빠들, 그리고 여동생들은 첫과 제인의 사연에 공감되지 않을까? 나 역시 어린 시절 나만 졸졸 따라다니는 여동생 때문에 꽤나 귀찮았다. [브라더 오브 더 이어]처럼 나의 여동생도 나를 따라 야구를 했는데, 동네에서 야구를 하다가 나무 배트에 머리를 맞은 적도 있다. 하지만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쿨하게 '난 괜찮아.'를 외치는 여동생을 보며 살짝 무서웠던 기억이 난다. 만약 나라면 머리를 움켜쥐고 엉엉 울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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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동생의 연애, 당연히 방해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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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브라더 오브 더 이어]를 재미있게 볼 수 있었던 이유는 이렇게 첫과 제인의 사연이 공감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제인이 직장 상사인 모치(닉쿤)와 사내 연애를 하자 첫이 이를 방해하는 장면이 나는 공감되었다. 아무리 여동생과 티격태격해도 오빠는 오빠다. 세상 모든 아빠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딸을 데려가려는 사위를 미워하듯이, 제인에게 아빠나 다름없는 첫 역시 제인과 모치의 연애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것은 당연하다.

게다가 제인은 모치와 결혼 후 일본에서 전업주부를 하겠다고 하지 않는가. 내가 만약 제인의 오빠라면 발 벗고 말릴 것이다. 생각해보라. 일본 유학을 다녀온 엘리트 제인이 모치와의 사랑을 위해서 모든 경력을 포기하고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일본에서 전업주부가 된다고 하는데, 과연 어떤 오빠가 '참 잘 생각했네.'라고 반기겠는가?

물론 첫의 방식이 과하긴 했다. 어머니 대신 나간 상견례 자리에서 과도한 지참금을 요구하고, 온갖 실례를 범하는 장면은 아무리 제인과 모치의 사랑이 못마땅해도 해서는 안 될 행동이었다. 차라리 제인과 모치를 불러놓고 진지하게 대화를 했어야 했다. 어찌 되었건 제인은 성인이고, 자신의 삶을 선택할 자유가 있으며, 아무리 오빠라고 할지라도 그것을 막을 명분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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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 첫의 행동은 너무 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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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과 제인에게 공감하며 재미있게 본 [브라더 오브 더 이어]는 첫이 상견례 자리에게 온갖 추태를 부리는 장면을 시작으로 너무 과하게 흘러간다. 영화는 첫을 막다른 골목으로 내몬다. 직장에서는 쫓겨난 첫은 제인이 챙겨줘야 할 못난 오빠가 되어버린다. 첫의 입장에서는 제인 보기가 부끄럽고,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을 그렇게 못난 오빠로 만든 제인이 원망스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하나뿐인 동생의 결혼식에 안 간 것은 너무 과했다.

영화 중반까지 티격태격하는 첫과 제인의 현실 남매 같은 모습을 통해 나의 웃음을 유발했던 [브라더 오브 더 이어]는 첫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며 후반 분위기를 진지하게 잡아버린다. 하지만 중반까지는 나름 내 공감을 샀던 첫이 후반에 가서 찌질하게 망가져버림으로써 첫에게 감정을 이입했던 나를 불쾌하게 했다. 아무리 자존심이 상해도 여동생의 결혼식에 안 간 첫을 나는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영화 후반, 첫이 일본으로 제인을 만나러 가서 화해하는 장면은 그렇기에 전혀 감동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찌질했던 첫이 이제서야 제정신을 차린 것 같아 안심이 되더라는... [브라더 오브 더 이어]는 후반부 첫의 행동을 어느 정도 조절하며 끝까지 현실 남매 같은 생생함을 전해줬다면... 하는 아쉬움이 드는 영화이다. 그래도 나름 재미있었으니 앞으로도 간간이 볼 태국 영화에 대한 관심을 계속 유지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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