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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닐 마샬

주연 : 데이빗 하버, 밀라 요보비치, 이안 맥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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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의 극장 데이트... 왜 하필 [헬보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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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 아들의 학교에서 공개수업을 진행했다. 원래는 아내만 참가하는 것이었지만, 나도 아들의 수업을 봐야 한다고 우겨서 회사에 반차 휴가를 냈다. 사실 내가 굳이 반차 휴가를 낸 속셈은 아들의 공개수업보다는, 공개수업이 끝난 후 아내와의 금요일 오후 데이트를 기대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 아내와 함께 볼 영화도 미리 준비했다. 바로 [헬보이]이다.

아내와의 금요일 오후 데이트용 영화라면 [파이브 피트]와 같은 로맨틱한 영화도 있는데, 왜 하필 [헬보이]일까? 그건 아내의 영화 취향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2008년 9월, 아내를 두 달 만에 극장으로 이끌었던 영화도 [헬보이 2 : 골든 아미]였다. 당시 아내는 [헬보이 2 : 골든 아미]를 본 후 '재미있네'라는 짤막한 감상평을 남김으로써 나를 기쁘게 했었다. 그렇기에 나는 [헬보이 3]의 개봉을 오랫동안 기다렸다. 하지만 이렇게 10년 만에 [헬보이 3]가 아닌 리부트가 개봉한 것이다.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헬보이 3]가 아닌 것은 아쉽지만, 그래도 나와 아내는 닐 마샬 감독의 새로운 [헬보이]를 반갑게 맞이했다.

하지만 [헬보이]를 보는 내내 아내는 두 손으로 눈을 가렸다. 그러면서 '이렇게 잔인한 영화를 내게 보여주다니...'라며 내게 원망을 쏟아냈다. 12세 관람가 등급을 받았던 [헬보이 2 : 골든 아미]와 같은 판타지 액션 영화를 기대했던 아내에게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의 [헬보이]는 너무 잔인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하긴 내가 봐도 [헬보이]는 사지 절단 장면을 예사로 내보내고, 어떻게 하면 좀 더 잔인한 장면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고심한 흔적이 보일 정도였다. 워낙에 아내도, 나도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헬보이]를 좋아하기에 닐 마샬 감독의 [헬보이]가 아쉽게만 느껴졌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렇게라도 '헬보이'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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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헬보이]부터 이야기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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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헬보이'를 3부작으로 기획했다고 한다. 2004년 8월 국내에 개봉한 [헬보이]는 '헬보이'(론 펄먼)의 기원에 대한 영화이다. 1944년 2차 세계대전에서 수세에 몰린 나치는 러시아의 흑마술사 라스푸틴을 고용, 지옥의 악마를 불러와 전세를 역전시킬 음모를 꾸민다. 하지만 라스푸틴이 지옥의 문을 열려는 순간 미리 정보를 입수한 연합군의 공격으로 나치와 라스푸틴의 음모는 저지당한다. 그러나 지옥의 문이 닫히기 전, 어린 '헬보이'가 지옥의 문을 빠져나온다. 어린 '헬보이'는 B.P.R.D.(초자연 현상 연구 방위국)를 설립한 브룸(존 허트)교수에게 인도되어 예지력을 지닌 양서 인간 아베 사피엔(더그 존스), 불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리즈(셀마 블레어)와 함께 B.P.R.D. 요원으로 맹활약하게 된다. 이렇게 '헬보이'의 기원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한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헬보이]는 메인 빌런으로 부활한 라스푸틴을 내세웠다.

2008년 9월 국내에 개봉한 [헬보이 2 : 골든 아미]는 '헬보이'의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인간과 요괴 사이에서 존재했던 고대 휴전 협정이 인간의 탐욕으로 인하여 깨어지자, 요괴 세상의 누아다(루크 고스) 왕자는 인간과의 전쟁을 위해 수천 년 전 만들어진 최강의 군단 '골든 아미'를 깨운다. 그리고 이번에도 누아다 왕자와 '골든 아미'를 막기 위해 '헬보이'가 나선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헬보이'는 자신이 인간보다는 요괴에 가까운 존재라는 사실을 깨달으며 '나는 무엇을 위해 싸우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결국 인간을 위해 싸웠지만 흉측한 외모 때문에 인간들에게 괴물이라며 배척당한 '헬보이'와 그의 동료들은 B.P.R.D.를 탈퇴하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헬보이 2 : 골든 아미]에서 '헬보이'의 운명이 잠시 언급되었다. '헬보이'는 결국 인류를 멸망에 빠뜨릴 운명을 타고난 존재라는 사실이다. 만약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헬보이 3]가 만들어졌다면 '헬보이'는 비로소 자신의 운명과 맞서 싸웠을 것이며, 우리의 진정한 다크 히어로 '헬보이'가 완성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흥행 부진으로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헬보이 3]의 제작이 무산되었기 때문이다. [헬보이 3]가 개봉하면 복습하려고 구매한 [헬보이 2 : 골든 아미] DVD는 결국 이대로 먼지투성이가 되어 영원히 방치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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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을 잠시 잊고 새로운 '헬보이'를 맞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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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헬보이 3] 제작이 무산된 것은 두고두고 아쉬운 일이다. 하지만 이대로 아쉬워할 수만은 없다. [독 솔져], [디센트] 등 공포 영화를 주로 만들었던 닐 마샬 감독이 '헬보이'를 리부트 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헬보이]는 처음부터 본론에 들어간다. '헬보이'(데이빗 하버)의 기원은 처음부터 생략되었다. 물론 영화 중간 레이디 해튼(소피 오코네도)에 의해 '헬보이'의 기원이 짧게 설명되었지만, 한 편의 영화로 '헬보이'를 설명했던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에 비해 대충 건너뛴 것만 같은 느낌이다.

물론 이해는 된다.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 덕분에 일반 관객들도 '헬보이'에 대해 어느 정도는 인지한 상황이라 굳이 구구절절하게 '헬보이'에 대해 설명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3부작 기획을 통해 꼼꼼하게 '헬보이'를 완성하려던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꿈이 무산된 것을 목격한 닐 마샬 감독은 조급함을 느꼈을 것이다. 그러한 조급함이 리부트 된 [헬보이]가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게끔 만들었다.

문제는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헬보이]와의 차별을 위해 닐 마샬 감독의 [헬보이]에서는 약간의 무리수를 뒀다는 점이다. 원작 코믹스의 설정에 따른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헬보이'의 기원을 아서왕의 전설과 연관 지은 것이다. 하지만 워낙 변형된 아서왕의 전설 이야기가 많아서 (예를 들어서 [왕이 될 아이]와 같은...) 식상하게 느껴진다. 차라리 아서왕의 전설과 '헬보이'의 연결이 뜬금없게 느껴지지 않게끔 영화 전체를 통해 상세하게 그렸으면 좋았을 텐데, 닐 마샬 감독의 [헬보이]에는 그러한 여유가 없어서 대충 설명으로 두 이야기를 엮어버린다. 영화가 끝나고 아내의 입에서 나온 첫 마디가 '또 아더 왕이야?'라며 어이없어 했을 정도이다. 결국 닐 마샬 감독의 [헬보이]는 아서왕의 전설과 '헬보이'의 기원을 그다지 잘 엮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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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런 설명이 너무 부족한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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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짜고짜 본론에 접어들어야만 했던 닐 마샬 감독의 [헬보이]가 내세운 메인 빌런은 피의 여왕 니무에(밀라 요보비치)이다. 이 역시 원작 코믹스에 따른 설정이라고 하는데, 문제는 니무에가 [헬보이 2 : 골든 아미]의 메인 빌런 누아다 왕자와 비교해서 캐릭터적 매력이 덜하다는 점이다. 누아다 왕자는 '골든 아미'를 부활시켜 인류를 위험에 빠뜨리지만, 엄밀하게 따진다면 휴전 협정을 먼저 어긴 것은 요괴의 영역인 숲을 파괴한 인간들이었다. 그렇기에 '헬보이'는 혼란스럽다. 이렇듯 [헬보이 2 : 골든 아미]는 결국 선과 악이 인간의 기준으로만 만들어진 잣대임을 드러내며 '헬보이'의 정체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관객에게 했다.

니무에도 누아다 왕자와 마찬가지로 요괴의 여왕이다. 니무에 역시 인간과 전쟁을 벌였는데, 아서왕의 계략에 빠져 온몸이 토막 내어져 봉인되는 수난을 겪는다. 세월이 흘러 니무에는 '헬보이'에게 원한이 있는 요정 그루아각에 의해 부활하고, 인간 세상에 온갖 역병을 퍼트리고, 지옥의 요괴들을 불러내는 등 막강한 능력을 선보인다. 하지만 니무에는 '헬보이'에게 일방적인 구애를 펼치다가 자멸의 길을 걷는다. 그녀의 능력이라면 굳이 '헬보이'가 없어도 인간 세상을 멸망시키고 요괴 세상으로 만들 능력이 충분할 텐데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니무에는 누아다 왕자와는 달리 그저 평범한 절대악으로서의 역할만 수행한다. 니무에 캐릭터를 절대 악의 틀에 가두지 않았다면 '헬보이'와 니무에의 사랑, 니무에를 사랑하지만 그녀와 맞서 싸워야 했던 '헬보이'의 정체성 혼란 등을 효과적으로 이끌어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 외에 '헬보이'와 그루아각의 악연, 이 모든 것의 배후 인물이라 할 수 있는 마녀 바바야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서 아쉬웠다. 특히 바바야가는 영화의 두 번째 쿠키 영상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낸다. 바바야가가 자신과의 약속을 어긴 '헬보이'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소환한 것은 불멸의 코세이이다. '헬보이'와 코세이의 전투는 원작 코믹스 <다크니스 콜>에 등장한다고 하는데, 아마도 그것은 닐 마샬의 [헬보이 2]에서 그려질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제작이 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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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불 다크 히어로의 진수를 맛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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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 마샬 감독의 [헬보이]를 냉정하게 평가한다면 확실히 영화의 만듦새가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헬보이]와 비교해서 떨어지는 듯한 느낌이다. 일단 다짜고짜 본론에 접어 들어서 캐릭터 설명이 얼렁뚱땅이고, 메인 빌런인 니무에가 너무 평면적인 캐릭터라서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헬보이]와 비교해서 오히려 원작에 충실한 영화라는 사실이다. 아기였던 시절, 그루아각에게 바꿔치기 되었다가 '헬보이'의 도움으로 구조된 까닭에 영매의 능력을 갖게 된 앨리스(사샤 레인)와 분노를 느끼는 순간 재규어로 변하는 군인 출신 벤 다이미오(대니얼 대 킴)가 '헬보이'의 조력자로 출연하는데, 이는 원작 코믹스를 반영한 설정이라 한다.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헬보이]에 등장했던 '헬보이'의 동료인 리즈, 에이브 세피엔, 조앤 크라우스(세스 맥팔레인) 중에서는 에이브 세피엔만이 영화 후반 잠시 모습을 드러내며 2편 출연을 확정 지었다.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헬보이]를 좋아하는 입장에서 그들의 부재가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앨리스와 벤 다이미오의 캐릭터가 꽤 매력적이라 아쉬움을 상쇄시킬 수가 있었다.

무엇보다도 닐 마샬 감독의 [헬보이]는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맘껏 이용하는데, 정말 그 수위가 웬만한 공포 영화 못지않았다.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에게도 [헬보이]를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으로 만들 권한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겁이 많아 공포 영화를 못 보는 나와 아내의 입장에서는 그러한 장면들이 불편하기도 했지만, '헬보이'라는 다크 히어로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 또한 들었다. 덕분에 영화가 끝나고 오싹한 공포 영화 한 편 본 듯한 기분이 들었다. 자! 이제 중요한 것은 과연 닐 마샬 감독의 [헬보이 2]가 만들어질 수 있느냐는 것이다. 북미 흥행 성적을 보면 안 만들어질 것 같기도 하고... 10년의 가디림 끝에 만난 [헬보이]이기에, 간절하게 [헬보이 2]도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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