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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데이비드 F. 샌드버그

주연 : 제커리 레비, 애셔 앤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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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EU의 새로운 기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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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의 MCU가 승승장구하는 동안 마블의 라이벌인 DC의 DCEU에게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가득했다. '슈퍼맨', '배트맨' 등 대중의 인지도 면에서는 MCU를 월등하게 앞서는 DCEU가 이렇게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 많은 전문가들이 잭 스나이더가 구축한 어둡고 암울한 영화의 분위기 때문이라 입을 모았고, 결국 잭 스나이더 감독이 개인적인 문제로 [저스티스 리그] 연출에 중도 하차하며 DCEU는 새 판짜기에 돌입했다.

일단 [저스티스 리그]의 부진한 흥행 뒤에 첫 선을 보인 [아쿠아맨]은 DCEU에게 희망을 안겨줬다. [쏘우], [컨저링]을 통해 공포 영화에서 입지전적인 놀라운 성과를 올린 후 [분노의 질주 : 더 세븐]을 통해 저예산 공포영화는 물론 블록버스터 영화에서도 능력을 발휘한 제임스 완 감독을 기용한 것이 성공의 비결이다. 그리고 올해 개봉하는 유일한 DCEU [샤잠!]은 제임스 완 감독의 능력에 대한 진정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샤잠]을 연출한 데이비드 F. 샌드버그 감독은 [라이트 아웃], [애나벨 : 인형의 주인]을 연출했는데, 이 두 영화 모두 제임스 완이 제작을 맡았다. 다시 말해 데이비드 F. 샌드버그 감독은 제임스 완 사단인 셈이다. 게다가 캐릭터의 인지도가 어느 정도 있었던 [아쿠아맨]과는 달리 [샤잠!]은 DC 코믹스의 열광적인 팬이 아니라면 생소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슈퍼 히어로이다. 만약 [샤잠!]의 흥행이 실패한다면 [아쿠아맨]의 흥행 성공은 캐릭터 덕분이라는 의심의 시선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이러한 상황에서 드디어 [샤잠!]이 관객에게 공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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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잠'의 코스튬이 촌스러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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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예고편을 통해 처음 맞이한 [샤잠!]은 저예산 B급 슈퍼 히어로 영화 같았다. 예를 들어서 '스파이더맨'을 대놓고 패러디한 2008년 국내 개봉작 [슈퍼히어로] 같은 영화 말이다. [슈퍼히어로]는 유전자 조작을 한 잠자리에 물리면서 '슈퍼잠자리맨'이 된 릭 리커(드레이크 벨)의 활약담이다. 내가 [샤잠!]의 예고편을 보고 저예산 B급 슈퍼 히어로 영화를 떠올린 이유는 '샤잠'의 촌스러운 코스튬 때문이다. 빨간색 쫄쫄이 의상에 하얀 망토, 그리고 가슴에 번개무늬라니, 이건 영락없이 초딩용 슈퍼 히어로 '번개맨'이 아닌가. [샤잠!]이 DCEU 영화가 아니었다면 나는 일찌감치 [샤잠!]에 대한 기대를 내려놓았을 것이다.

'샤잠'이 이렇게 촌스러운 코스튬을 입은 이유는 1939년에 데뷔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슈퍼맨'도 '원더우먼'도, 하물며 MCU의 슈퍼 히어로들 모두 코스튬이 촌스러웠다. 하지만 이들 슈퍼 히어로들은 영화화되며 현대적으로 코스튬에 변화를 주었다. '슈퍼맨'의 코스튬 변천기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런데 데이비드 F. 샌드버그 감독은 '샤잠'의 촌스러운 코스튬을 고집했다. 도대체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만약 '샤잠'의 코스튬을 현대적 감각으로 세련되게 고쳤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영화가 만들어지기 전부터 '샤잠'을 좋아했던 열성적인 팬들에게마저 낯섦을 안겨줬을 것이다. 결국 데이비드 F. 샌드버그 감독은 '샤잠'의 고전적인 코스튬을 유지함으로써 '샤잠'의 열성적인 팬들의 지지를 얻음과 동시에 촌스러운 코스튬에 대한 자해 개그를 통해 영화의 코믹한 분위기를 더욱 북돋아주었다. 이 정도면 그리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된다. 아마도 시리즈가 진행되며 '샤잠'의 인지도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샤잠'의 코스튬도 세련되게 바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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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보는 초딩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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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잠'의 촌스러운 코스튬에서 알 수 있듯이 [샤잠!]은 코믹한 분위기가 지배하는 슈퍼 히어로이다. 어둡고 암울한 분위기를 선호하는 잭 스나이더의 세계관과는 정반대의 슈퍼 히어로라 할만하다. 사실 '샤잠'의 탄생을 보면 이 영화가 코믹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충분하다. '샤잠'(제커리 레비)의 정체는 14살 소년 빌리 뱃슨(애셔 앤젤)이다. 그는 어린 시절 어머니와 헤어진 후 위탁 가정을 전전하는 문제아이다. 그런 그가 아무런 훈련도 받지 않고 솔로몬의 지혜, 헤라클레스의 힘, 아틀라스의 체력, 제우스의 권능, 머큐리의 스피드라는 감당하기 어려운 슈퍼 파워를 얻었다. 그러니 이 힘을 제대로 쓸리가 만무하다.

물론 빌리에게 이 감당하기 어려운 힘을 물려준 마법사(디몬 하운수)에게도 사정은 있다. 그는 자신의 힘을 물려줄 수 있는 순수하고 정의로운 사람을 오랫동안 찾아 헤맸다. 하지만 그가 찾는 사람은 이 세상 그 어디에도 없었다. 빌리가 선택되기 전에 수많은 사람들이 마법사에 의해 선택되었다가 퇴짜를 당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만큼 [샤잠!]이 속한 DCEU의 세계관은 비록 분위기가 코믹해졌지만 아직도 선보다 악이 넘쳐나는 암울한 세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마법사는 최선을 다했다. 자신의 생명이 다해서 힘이 약해졌지만 제대로 된 후계자를 찾기 위해 버티고 또 버텼다. 하지만 이미 오래전에 퇴짜 당한 새디어스 시바나(마크 스트롱)가 복수심으로 마법사가 봉인한 7대 죄악을 풀어줌으로써 마법사에겐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최선은 아니지만 최악만큼은 피하자는 심정으로 빌리를 자신의 후계자로 선택한 것이다. 아마 빌리가 아닌 그 누가 갔어도 마법사는 어쩔 수 없이 힘을 물려줬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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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버린 가족을 향한 마지막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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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잠!]은 빌리가 슈퍼 히어로 덕후 프레디(잭 딜런 그레이저)와 함께 자신의 슈퍼 파워를 가지고 어처구니없는 짓을 하는 것으로 영화의 대부분을 채워 놓는다. [스파이더맨]에서 피터 파커(토비 맥과이어)도 처음엔 자신의 능력을 돈을 버는데 이용했었다. 빌리는 한술 더 뜬다. 그는 유튜브에 자신의 능력을 동영상에 담아 올리고, 사람들 앞에서 번개 능력을 선보이며 동전이나 받는다. 딱 초딩스럽다. 근육질의 건장한 슈퍼 히어로 '샤잠'이 촌스러운 쫄쫄이 의상을 입고 초딩스러운 행동을 하는 것, 이것이 [샤잠!]의 웃음 포인트이다.

하지만 영화를 보다 보면 철없는 빌리를 욕할 수만은 없을 것 같다. 사실 빌리가 이렇게 문제아가 된 것은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 버림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빌리는 어머니가 자신을 버린 것이 아닌 잃어버린 것이라 생각하고, 어머니를 찾기 위해 문제아적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 그의 곁에는 이미 새로운 가족이 형성되어 있지만, 빌리는 그들은 가짜 가족이고 어린 시절 헤어진 어머니만이 진짜 가족이라며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다.

한가지 흥미로운 것은 빌리와 새디어스가 어느 정도는 닮았다는 사실이다. 어머니에게 버림을 받은 빌리처럼 새디어스는 아버지의 형에게 외면당한다. 결국 빌리와 새디어스는 가족 구성원에서 밀려난, 둥지 아래로 밀려 떨어진 새끼 새와도 같은 신세이다. 하지만 빌리는 어머니를 용서했고, 새디어스는 7대 죄악의 힘을 받아들임과 동시에 가장 먼저 아버지와 형을 죽임으로써 복수를 한다. 이렇게 자신을 밀어낸 가족에 대한 다른 선택이 빌리와 새디어스를 각각 슈퍼 히어로와 슈퍼 빌런가 되게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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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가족의 형성... '샤잠' 패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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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잠!]을 본 아들이 디즈니 영화인 줄 알았다는 총평을 했다. 어렸을 적부터 나와 영화를 봤기 때문에 다수의 디즈니 영화를 본 아들은 가족 제일주의를 부르짖는 디즈니 영화의 특성을 [샤잠!]에서 찾은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아들의 의견과는 다르다. [샤잠!]은 빌리가 새로운 가족을 찾는 과정을 담고 있다. 그럼으로써 디즈니 영화의 외형을 띄고 있는 듯하지만, 사실 정반대이다. [샤잠!]은 가족의 해체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빌리는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 버림을 받았다. 어렵게 어머니를 찾아갔지만 어머니는 여전히 빌리를 외면한다. 그럼으로써 빌리가 위탁 가정에서 도망을 치며 애써 붙잡고 있었던 가족이 해체된다. 새디어스도 마찬가지이다. 그는 아버지와 형에게 외면당했고, 7대 죄악의 힘을 얻음과 동시에 자신을 외면한 가족을 죽임으로써 스스로 가족을 해체시킨다. 기본적으로 [샤잠!]은 디즈니와는 달리 가족의 해체를 이야기한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엔 빌리에게 새로운 가족을 안겨준다. 핏줄로 연결된 전통적인 의미의 가족이 아닌, 다인종으로 구성된 신개념 가족. 그리고 그들은 '샤잠' 패밀리가 되어 빌리와 힘을 합쳐 새디어스를 물리친다. 나는 이 장면이 굉장히 짜릿했다. 그동안 빌리는 그들을 가짜 가족이라며 외면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그가 진짜 가족이라 여겼던 어머니는 자신이 힘들다며 어린 빌리의 손을 놓아 버렸다. 그렇지만 그들은 7대 죄악이라는 무시무시한 악마들을 대동하고 나선 새디어스에 맞서 빌리와 함께 싸웠다. 힘든 순간 함께 하고 힘이 되어주는 것,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가족이 아닐까? 그렇기에 나는 유치한 쫄쫄이 의상을 입고 초딩 정신세계를 가진 이 괴팍한 슈퍼 히어로가 마음에 들었다. [샤잠!]을 보고나니 제임스 완이 DCEU를 제대로 이끌고 있다는 생각이 더욱 확고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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