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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 그는 '악질경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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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 경찰에 대한 한국 영화의 역사를 들춰보면 1993년으로도 거슬러 올라간다. 강우석 감독을 최고의 흥행 감독으로 만들어준 [투캅스]에서 베테랑 경찰인 조형사(안성기)는 전형적인 비리 경찰이다. 그런 그가 매사에 정석대로 일을 처리하는 신참 강형사(박중훈)를 파트너로 맞이하며 곤란을 겪는다. 여기에서 주목할 것은 강직했던 강형사가 영화 말미 조형사처럼 점점 비리형사가 되더니 [투캅스 2]에서는 아예 조형사보다 더한 비리 경찰이 된다는 점이다. 어쩌면 강우석 감독은 우리 사회가 그들을 비리 경찰이 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게끔 내몰고 있는 것이라는 사회적 메시지를 관객에게 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이후 비리 경찰은 종종 한국 영화의 주인공이 되고는 했다. 하지만 [악질경찰]의 조필호(이선균)는 이전의 비리 경찰들과는 다르다. 영화 초반 그는 한기철(정가람)을 시켜 은행의 현금인출기를 턴다. 상인들에게 뒷돈을 받아챙기는 비리 경찰의 차원을 넘어선 제목 그대로 '악질경찰'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준 것이다. 사건이 터진 것도 필호가 기철을 시켜 경찰 압수 창고를 털려고 했기 때문이다. 기철이 경찰 압수 창고에 들어간지 얼마 안 지나 경찰 압수 창고에 폭발사건이 벌어지고, 그로 인하여 필호는 최악의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이후의 이야기는 필호가 자신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는 상황이다. 경찰 감찰반 팀장 김민재(김민재)는 필호를 계속해서 압박하고, 경찰 압수 창고 폭발 사건이 대한민국 재계 1위 태성 그룹의 회장 정이향(송영창)의 불법 비자금과 얽혀 있어서 태성 그룹의 해결사 권태주(박해준)와 정이향 회장을 잡아넣으려는 남검사(박병은)까지 필호에게 손을 뻗친다. 필호가 살아남을 수 있는 단 한가지 방법은 기철이 죽기 전 미나(전소니)에게 보낸 동영상 파일을 확보하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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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에서 살아남은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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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호가 처한 상황만 보면 [끝까지 간다]처럼 부담 없이 즐길만한 액션 코미디로 보인다. 그런데 필호가 미나를 찾아 나서며 상황은 급변한다. 미나는 세월호 참사에서 살아남은 아이였고, 그녀의 절친이자 세월호의 희생자인 송지원(박소은)과 지원의 아버지(임형국)의 사연이 급부상한 것이다. 만약 [악질경찰]의 소재가 세월호 참사라는 것을 모르고 봤다면 굉장히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물론 필호는 미나가 세월호 참사와 상관이 있든 없든 관심 없다. 그의 관심사는 오로지 자신이 살아남는 것이다. 그는 미나가 가지고 있는 동영상을 빼앗아 남검사와의 거래를 통해 위기에서 빠져나갈 궁리에만 빠져 있다. 이쯤 되면 왜 굳이 세월호 참사가 소재로 쓰였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태성 그룹의 불법 비자금이 세월호 참사와 연관이 있는 것도 아니고, 세월호 참사가 [악질경찰]의 스토리 전개에 크게 영향을 끼친 것도 아니다. 그저 미나의 캐릭터를 설명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일 뿐이다. 정녕 그 이유 때문이라면 가상의 사건을 만들어 미나의 캐릭터를 설명하는 것이 훨씬 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조급해할 필요는 없다. 이정범 감독이 논란에 휩싸일 것을 각오하고 세월호 참사를 영화의 소재로 끌어다 쓴 이유는 영화 후반부에 밝혀진다. 이건 영화의 내용과 상관이 없다. 그저 감독 스스로의 고해성사라고 하는 편이 맞는 설명일 것이다. 그리고 그 시작은 미나의 한마디에서 비롯된다. '너희 같은 것들도 어른이라고...' 이 얼마나 가슴을 후벼파는 강렬한 대사인가. 그녀의 이 한마디는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 '악질경찰'이었던 필호는 그 순간부터 미나에게 부끄럽지 않은 어른이 되기로 결심한 것이다. (이후 글은 영화의 스포가 포함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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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놈 위, 더 나쁜 놈이 지배하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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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같은 것들도 어른이라고...'라는 한마디를 남기고 몸을 날린 미나. 이 장면의 충격은 상상이상이었다. 미나의 갑작스러운 선택에 영화는 마치 몇 분간 충격으로 인해 정적이 흐른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을 정도이다. 그녀는 왜 몸을 던져야만 했을까? 그것이 관객에게 던져주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미나의 죽음에 의한 충격에서 헤어 나오면서 가장 먼저 드는 의문이다. 그리고 이 의문은 필호의 마지막 선택으로 대답을 대신한다.

필호는 바로 우리들 자신이다. 그는 결코 정의롭지 않다. 비리로 얼룩지고 살아남기 위해 남을 짓밟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사실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우리도 그러지 않은가? 우리는 결코 정의롭지 않다. 살면서 적당히 불법을 일삼고 그것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이라며 자기합리화를 한다. 하지만 우리가 아무리 정의롭지 않더라도 법 앞에서 딱 만 명만 평등하다는 특권의식에 젖어있는 정이향 회장, 정이향 회장을 비호하기 위해 살인을 일삼는 태주와 검사로서의 양심까지 팔아먹은 남검사처럼 나쁜 놈들은 아니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 대한민국이 나쁜 놈 위, 더 나쁜 놈이 지배하는 세상임을 일깨워준 사건이다. 권력을 움켜쥔 자들, 그리고 그들을 비호하는 세력들로 인하여 세월호 사건은 묻혔다. 미나의 죽음 앞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필호처럼, 우리는 세월호 참사 앞에 분노하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이정범 감독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자신을 [악질경찰]을 통해 고백하고, 필호를 통해 복수의 총을 들이댄다. 현실에선 결코 할 수 없었기에 영화에서만이라도 이럴 수밖에 없었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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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놈이 지배하는 세상에 대한 필호의 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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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영화의 후반부, 태성 그룹의 장학금 전달식에서 필호가 태주와 정이향 회장을 총으로 쏴 죽이는 장면은 비현실적이다. 현실이라면 누가 그럴 수 있단 말인가? 나무로 된 총을 팔 깁스에 숨기고, 총알은 항문에 감추고, 혈혈단신으로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정이향 회장과 태주를 향해 총을 쏜다. 그리고 경찰에 붙잡혀 평생 감옥에서 썩는다. 이건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아무도 선택할 수 없는 복수이다. 그저 영화이기에 가능할 뿐이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우리는 그런 상상을 해본 적이 있지 않은가? 법으로도 처벌할 수 없는 그들을 향해 총을 쏴 죽이는 속 시원한 상상 말이다.

이 모든 것은 미나의 한 마디에서 비롯되었다. 미성년자인 미나의 눈에 비친 어른 같지 않은 어른들. 필호는 그 순간 미안해지고, 창피해졌던 것이다. 그리고 영화를 보는 나 역시 필호가 느낀 감정을 느꼈다. 그래서 나는 필호의 마지막 복수가 속 시원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미나의 환영을 본 필호는 간절하게 외친다. 그곳에서라도 행복하게 지내라고... 영화의 마지막 엔딩 크레딧이 오르는 순간 내 가슴속에서 세월호 희생자들을 향해 외치고 싶었던 한마디이다.

만약 이정범 감독이 세월호 참사를 소재로 쓰지 않고 가상의 사건을 만들었다면 [악질경찰]은 상업 영화로써 훨씬 영화적 재미를 갖추었을 것이다. 그만큼 세월호 참사는 아직도 우리 국민들에게 가슴속 상처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논란을 떠안으면서도 이정범 감독은 필호를 통해 고해성사를 했고, 현실에선 할 수 없었던 복수를 했다. [악질경찰]을 보며 내 가슴속에 남은 여운은 아마도 이정범 감독의 진심이 와닿았기 때문일 것이다.